산 속에 숨어있는 명품바위 순례
프롤로그
필자는 약 5년 전부터 등산의 매력에 빠져 지금까지 약 240여 곳의 산을 답사하였습니다. 산의 대부분이 바위로 이루어져 있는 설악산, 북한산, 월출산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산에도 특이한 바위가 형성되어 있어 등산객들의 흥미와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그 동안 필자가 산행을 하면서 디지털카메라로 직접 찍은 사진을 몇 점 골라 소개하겠습니다.
관악산 왕관바위
관악산 팔봉능선은 육봉능선과 함께 아기자기한 바위의 오르내림을 경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팔봉 중 2봉에서 3봉으로 오르다가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바로 눈앞에 왕관바위(금관바위)의 웅자(雄姿)를 보게됩니다. 생긴 모습이 참으로 희한하지요.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신라의 금관을 닮았다고 하여 작명한 것 같습니다. 어린이들이 학예회나 운동회 때 종이를 잘라 만든 머리에 쓰는 모자도 바로 이 형상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꼭 타오르는 횃불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오르내린 흔적을 따라 밑으로 내려가 저 쪽 반대편에서 바라보는 바위의 모습은 엄지손가락을 꾸부린 채 다른 손가락을 모두 펴고 두 손을 마주하고 있는 형상입니다. 꼭 화합의 상징 같으므로 이 쪽에서 바라보면 "화합바위"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합니다. (2006.5.20)
관악산 한반도 바위
관악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여러 갈래이지만 사당역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능선을 타고 정상인 연주대(629m)로 오르는 길도 가장 인기 있는 등산로중의 하나입니다. 연주대 정상의 철탑이 빤히 보이는 높은 곳에 다다르면 관악문을 통과합니다. 등산전문가들은 관악문을 아래로 통과하는 대신 위로 올라가 넘어가는데 초보자가 시도해서는 아니 됩니다. 관악문을 통과한 후 뒤돌아보면 한반도 지도모습을 한 큰 바위가 관악문 뒤쪽에 웅크리고 있습니다. 지도의 모습이 그리 섬세하지는 않으나 미술학도에게 지도를 스케치하라면 바로 이런 모습이 될 것입니다.(2006.8.26)
도봉산 여성봉
송추에서 오봉을 향하여 오르는 길목에 위치한 여성봉(504m)은 그 특유의 생김새로 인하여 남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봉우리입니다. 넓은 바위로 올라가는 비탈면의 모습이 여성의 은밀한 곳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사람들이 밟고 올라가야 하는 길목에 나체의 여성이 하늘을 보고 누워 다리를 살짝 벌리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가운데 벌어진 바위의 틈 사이로 자란 풀이 말라 있는 것도 여러 가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척박한 바위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서 있는 가냘픈 소나무 한 그루를 보는 순간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합니다.
만일 저명한 조각가가 이를 제작했다면 여성을 비하한 죄로 여론의 몰매를 맞았을 것이며 여성계 및 여성부가 가만히 있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자연이 만든 천혜의 작품인 것이거늘 그 누구를 탓하겠습니까?(2005.7.10)
선바우산의 소원바위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소재 선바우산(1,042m)은 일명 선바위산 또는 선바위봉이라고도 하는데, 영월에서 태백으로 이어지는 31번 국도변에 마치 여덟폭 병풍처럼 우뚝 솟아 있는 산입니다. 이와 동일한 산 이름으로 강원도 횡성군과 영월군의 경계에 소재하고 있는 선바위봉(해발 1,001m)이 있습니다.
선바우산의 동쪽으로는 순경산(1,152m), 서쪽으로는 가매봉(1,210m)과 매봉산(1,268m)이 위치하고 있으며, 정상아래 협곡에는 이 산의 이름을 낳게 한 소원바위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어 장관을 이룹니다.
소원바위는 능선 바로 밑의 8부 능선쯤에 정말 희한한 선사시대의 돌칼처럼 생긴 2단의 돌이 하늘을 향하여 수직으로 뻗어 있는데, 억만년의 풍상을 겪으면서도 쓰러지지 않고 꼿꼿이 서 있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소원바위의 유래를 적은 안내판을 한번 읽어볼까요?
"이 소원바위는 옛날부터 이곳 주민들이 치성을 들이던 곳으로 이곳에 거주하고 있던 한 사람의 증언에 의하면 그가 태어나기 전에 부모님 슬하에 자손이 귀하고 태어나도 오래 살지 못하여 이곳 소원바위에서 치성을 들이면 자손을 얻을 수 있다하여 부부가 매일 백일기도를 드린 뒤 아들을 낳아 선바우라 부르게 되었으며, 몇 해후 다시 백일기도를 들인 후 예쁜 딸을 낳아 선녀라 이름을 지어 두 남매는 병을 앓지 않고 건강하게 자랐다고 한다.
그 후 많은 사람들이 선바우산을 찾아와 기도를 하면 소원을 성취하였으므로 그로부터 소원을 들어주는 신령스런 바위라 하여 소원바위라 부르게 되었다."
필자는 선바우산에 와서 소원바위의 장관을 본 것만으로도 산행의 본전은 뽑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하산하면서 몇 사람과 대화를 해 보니 이외로 상당수의 사람들이 능선에서만 이 바위를 힐끗 보고 실제로 오른쪽 아래로 내려가 그 진면목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발 품을 아낀 만큼 경관을 보지 못한 것이지요.(2005.3.26)
악휘봉 입석
속리산과 대야산을 넘어온 백두대간이 장성봉(915m)을 지나 북쪽으로 계속 이어지다가 오른쪽으로 구부러져 구왕봉(898m) 및 희양산(998m)으로 연결되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살짝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면 악휘봉(845m)입니다.
악휘봉 정상에 도달하기 전 오른쪽에 막대기처럼 생긴 바위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바로 약 4m높이의 선바위(立石)로서 악휘봉 최고의 걸작품입니다. 바위의 밑동은 곧 쪼개지고 넘어질 것 같은 연약한 파석형태의 바위이지만 영겁의 세월동안 모진 비바람과 풍화작용에도 끄떡없이 꿋꿋이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이 경이롭습니다. 정상의 바위군과 다소 떨어진 이곳에 어떻게 이러한 바위를 창조했는지 정말 모를 일이며, 자연의 힘은 참으로 위대함을 다시금 실감합니다. (2005.9.4)
또한 선바위 오른쪽에 두 그루의 소나무가 바위와 조화를 이루며 서 있는 모습이 꼭 천년 묵은 학이 비상을 위해 목을 쭉 뻗어 날개를 펴려고 하는 형상을 닮았습니다. 그리하여 필자는 사진의 이름을 감히『입석(立石)과 송학(松鶴)의 향연(饗宴)』이라고 붙여봅니다.(2005.6.19)
무등산 입석대
광주의 명산인 무등산(1,187m)을 모르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사방팔방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의 요충지인 장불재에서 북동쪽의 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어가면 입석대입니다. 입석대는 서석대 및 광석대(규봉)와 함께 무등산 3대 명물 중의 하나로서, 입석대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둥 같은 돌이 포개져 하늘로 치솟아 있는 바위군입니다. 멀리서 바라볼 때는 규모가 작아 보이지만 가까이 접근하면 그 웅장함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입석대에는 사각·육각·원주모양의 돌기둥 30여 개가 동서로 줄지어 서 있어 흡사 무너진 신전을 방불케 합니다. 길이가 10m이상, 높은 것은 15m나 되는 이들 돌기둥은 한 덩어리로 혹은 3∼4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반듯 반듯이 고추 세워진 것이 신기할 다름입니다.
한 마디로 이는 불가사의한 자연의 조화이며 신이 빚은 명품입니다. 돌이 포개져 있는 서 있는 형상이 위대한 석공이 조각을 한 것처럼 정교하지는 않아 다소 벌어진 틈이 있지만 장구한 세월동안 그토록 모진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무너져 내리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고 서 있는 것을 보며 감탄을 거듭합니다. (2005.11.19)
달마산 선바위
달마산은 우리나라 육지의 최남단인 전남 해남군 송지면에서 국토의 대미를 장식한 명산입니다. 호남정맥이 명산 월출산과 두륜산을 이루고 남쪽으로 뻗은 산맥이 땅 끝에서 남해로 몰입하기 직전 천기(天機)를 다하여 솟구친 기암괴석의 예봉(銳鋒)으로 절경을 이루고 있는 산입니다.
해발이 불과 489m로 매우 낮지만 달마산은 남도의 금강산답게 공룡의 등줄기처럼 울퉁불퉁한 암봉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능선은 단조로운 산타기와는 달리 계속해서 정상으로만 이어지는 등반으로 멀리 해안경관을 보는 즐거움이 함께 해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산입니다.
정상에서 능선을 오르내리며 비교적 부드러운 길을 따라 가다가 왼쪽으로 돌아가면 수많은 사람들의 표시기가 휘날리는 나무 밑으로 급경사 내리막이 이어집니다. 일부 구간은 로프를 잡고 내려서 다시 능선안부로 붙으니 문바위재입니다.
여기에 오면 거대한 선바위가 사람들을 굽어보고 있습니다. 큰 바위를 몸통으로 한 채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돌의 모습이 영락없는 젊은 남성의 심벌을 표현하는 남근석입니다. 그 장대한 기상으로 보아 요조숙녀와 운우(雲雨)의 정을 나누기라도 한다면 틀림없이 영웅호걸이 탄생할 상입니다. (2005.12.3)
에필로그
지금까지 6곳의 산에 산재하고 있는 7개의 바위를 소개하였습니다. 필자가 지난 8월에 펴낸 "마음을 다스리는 산행"(에세이 간)은 전국 16명산 답사기인데, 이에는 무등산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이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등산은 속세를 벗어나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운동입니다. 특히 위에서 소개한 명품바위를 발견할 경우 그 기쁨은 두 배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산행을 계속하다 보면 이보다 더한 멋진 바위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이를 위해 건강관리를 잘해야겠습니다. 끝.
첫댓글 좋은자료에 감사드리며 / 가져 갑니다 ^^*
멋지군요...잘 보고 갑니다.^^
수락산에도 좋은 바위 많은뎅...
정말 멋지네여
좋은바위 잘보고갑니다,
으흠 멋찌군..잘 보구 갑니다
어허~ 자연의 조화란.....참 거시기 하군........
넘 멋진 바우가 많네요 잘 보고 감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