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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2012 예장문학 콘서트 (이생진, 박범신, 김유진)
민문자
2012년 7월 12일 저녁 7시 문학의 집 · 서울 중앙홀 150석은 꽉 찬 관객들의 호기심 어린 숨소리, 세 사람의 유명 작가를 한 자리에서 만날 기회에, 열정적인 문학인은 대부분 젊은이였다.
카메라를 꺼내기조차 조심스러운 분위기라 시작 전에 얼른 오늘의 주인공 세 분을 렌즈에 담았다. 이생진 시인이 나를 기억하시는지 미소 짓고 포즈를 취해주셨다.
<문학 나눔 콘서트-시간 혹은 홀림>, ‘시간과 세월’이 이번 콘서트의 주제라고 한다.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제일 먼저 이생진 시인이 단상에 오르고 영상으로 시인의 약력이 소개되었다. 1929년 출생, 1969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리운 바다 성산포』『바다에 오는 이유』『독도로 가는 길』『서귀포 칠십리 길』등, 1996 윤동주 문학상 수상, 2002 이상화 시인 상 수상
노 시인의 입으로부터 <그리운 바다 성산포>가 흘러나왔다. 이생진 선생님은 그 많은 시 중에서 시인들의 사랑을 참 많이도 받는 시, 이 한 편의 시만으로도 이 세상에 온 보람과 행복을 얻으셨을 것이다.
영상음악의 홀림에, 그리도 섬과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이 녹아든 노 시인의 시의 울림에 빠져들었다.
성산포에서는 교장도 바다를 보고 지서장도 바다를 본다
부엌으로 들어온 바다가 아내랑 나갔는데 냉큼 돌아오지 않는다
다락문을 열고 먹을 것을 찾다가도 손이 풍덩 바다에 빠진다
평생 보고만 사는 내 주제를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나를 더 많이 본다
하늘이여 바다 앞에서 너를 쳐다보지 않는 것을 용서하라
하늘이여 바다는 살았다고 하고
너는 죽었다고 하는 것을 용서하라
너의 패배한 얼굴은 바다 속에서 더 아름답게 건져내는 것을 용서하라
그 오만한 바다가 널 뜯어먹지 않고 그대로 살려준 것을 보면
너도 바다의 승리를 기뻐하리라
하늘이여 내가 너를 바다 속에서 너를 보는 것을 용서하라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무덤이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 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를 보고 있는 고립 성산포에서는 주인을 모르겠다
바다 이외의 주인을 모르겠다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 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무더웠던 사람 죽어서 시원하라고 산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두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보지 못하는 눈
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원로시인이 들려주는 시간이 담긴 목소리, 긴 연작시 <그리운 바다 성산포>중에서 귀에 들어오는 구절이 있었다. 시인은 아마도 오늘 이 시간의 분위기에 맞게 골라서 낭송한 듯싶다.
두 번째는 박범신 소설 『은교』, 음악이 잔잔히 흐르고 소설가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사춘기 이야기와 노인의 이야기는 때론 음악처럼, 때론 무용처럼 관객들의 가슴을 적시어 주었다. 연출자의 감각적 연출과 영상이 박범신 작가가 집필한 『은교』 와 만나서 보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어 추억을 간직하도록 한 것 같다. 『은교』 에서 극 중 '이적요 교수' 역으로 출연해 자리를 빛낸 연극배우는 1959년생 남명렬이었다.
그는 연극 <빈터><그리고, 또 하루><물의 정거장>등 다수의 작품에서 명연기로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2002 제19회 영희연극상, 2009대한민국 연극대상 남자연기상, 2009 제14회 하서연극상 올해의 연극인상을 받은 인물이었다.
세번 째는 2004년 단편소설 《늑대의 문장》으로 문학동네 신인 수상자 신예 젊은 김유진 작가의 소설『숨은 밤』의 공연 차례이다. 김유진 작가의 작품에는 『여름』이 있다.
여기, 희미한 아이들이 있다. 한 아이는 어느 날 헛간의 썩은 볏짚 사이에서 발견되었다. 그 소년의 이름은 ‘기(基)’이다. 다른 아이는 트럭을 끌고 장사를 하러 다니는 아버지가 여관에 맡겨두었다. 그 소녀는 기가 일하는 여관의 ‘404호’에 산다. 소년과 소녀가 어떤 계기로 인해서 서로를 의지하게 된다. 그들은 여름 휴양지로 반짝 성수기를 이루는 이 마을에서 거의 유일한 이방인들이다. 그들은 마을에 안착하지 못하고 불안해 하며, 이윽고 분노한다. 그리고 소년은 마을에 불을 지른다. 방화범 앞으로 현상금이 붙었다. 기는 존재감이 없었다. 기는 없는 사람처럼 지냈다.
박범신 작가와 김유진 작가는 자신의 소설 마지막 부분 연극배우들의 공연 끝에 에필로그를 낭독하여 참석자들에게 얼굴을 보여주었다.
두 소설에서 나타난 "어린이와 어른의 인간적 내면을 성찰하고 들여다보며 인생ㆍ시간ㆍ세월에 대해 이야기를 기획자와 연출자가 새로운 기법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려고 무던히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연극적인 요소와 무대장치의 표현, "소설과 시를 예전처럼 간단한 낭독으로 끝내는 것이 아닌, 좀 더 심도 있고 상세히 분석해 무대화함으로써 작품의 이해도를 높이고, 관객과 출연자가 함께 공감하도록 한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난 밤 9시, 밤비가 남산을 적시고 있었다. 문학의 집 행사가 끝나는 시각에 하늘은 가끔 비를 내려주신다. 시적 언어를 하나 담아서 귀가하라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첫댓글 멋진 문학의 밤이었네요. 유명한 작가들이 직접 출연하셔서 감동이 더했을 것 같습니다.
민 선생님, 고맙습니다.
저 자리에서 <간월암>이나 <바위의 탄식>을 낭창으로 읊는 임보선생님을 그려보았습니다.
그날이 가까워 올줄을 믿습니다.
문득 부럽다는 생각이... 그런 기회 언제나 한 번 참석해보나 장마에 몸 건강하시고
맛있는 것 많이 드시고 ....
7월25일 오후 3시에 남산 문학의 집에서 <수요문학 광장>이 열립니다.
이번에는 이근배 시조시인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많은 정보를 주시는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25일은 참석해서 좋은 말씀을 들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