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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글(우리나라 핵사고 확률은 24%)에서 핵사고의 확률을 높이는 핵사고의 원인으로 한 국가의 핵발전소 개수를 제시하고, 우리나라에서 핵사고가 발생할 확률을 24%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핵사고의 확률을 높이는 요인에 발전소의 개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두 번째 핵사고의 원인은 핵발전소의 나이다.
후쿠시마 원전, 나이 순으로 폭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후쿠시마에는 10개의 원전이 있는데 그중에서 폭발한 4기는 정확히 나이 순이라는 점이다. 만일 2호기, 7호기, 6호기, 9호기가 폭발했다면 이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 순으로 1호기부터 4호기까지 폭발한 것은 우연일까? 만일 생물학이나 물리학 실험실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실험자는 이 데이터를 들고 야호를 외쳤을 것이다. 너무나 깨끗한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지진과 똑같은 쓰나미를 겪었는데 나이 순으로 4개만 폭발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고 낡은 원전이 더 위험하다는 명백한 증거다.
후쿠시마 1호기는 1971년에 상업운전을 시작하였다. 2호기는 1974년, 3호기는 1976년... 즉, 이번에 폭발한 후쿠시마 원전들은 모두 30세가 넘은 발전소인 것이다. 후쿠시마 5, 6호기와 후쿠시마 제2원전 1,2,3,4호기는 모두 30세 이하이다. 이것은 핵사고와 발전소의 연한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증거다.
후쿠시마 1호기는 불과 한 달 전에 수명을 연장한 원전이다. 40년을 운전하고도 또다시 운전하여 큰 돈을 벌어보겠다는 도쿄전력의 욕심이 이 사고를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계 수명은 원전을 설계할 당시부터 이 발전소가 받을 열과 방사능, 기계적 충격 등을 고려해 정해놓은 시간이다. 이른바 경년열화(운전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발생하는 작은 균열들)를 계산한 시간이다.
바로 이 설계 수명을 넘어서 운전하는 행위가 대형사고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후쿠시마는 웅변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수명연장은 곧바로 핵사고의 확률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고리1호기, 파괴검사에서 불합격하자 비파괴검사로 바꿔 수명 연장
우리나라는 어떤지 살펴보자. 한국은 고리1호기가 1978년에 처음으로 상업운전을 시작하였다. 30년째 된 2008년에 수명연장을 단행하였다. 수명 연장 당시 고리1호기는 이른바 파괴검사를 실시하였다.
파괴검사란 원자로가 가동되기 시작한 시점에 원자로 내부에다 원자로와 똑같은 금속파편을 여러 개 넣어두었다가 필요할 때 한 개씩 꺼내어 일정한 충격에 의하여 파괴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이다.
고리1호기는 이 파괴검사에서 불합격하였다. 경년열화를 겪은 원자로와 동일한 금속파편이 시험당시 가해진 충격에 깨져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명 연장은 당연히 포기해야 하는데도 정부와 한수원은 비-파괴검사로 이를 대체해 합격시킨 후 수명연장을 결정해버렸다.
이렇게 불법적으로 수명이 연장된 이 고리1호기는 올 봄에 고장이 나서 특별 점검을 받았다. 고리1호기 다음으로 낡은 원전은 월성1호기이다. 월성1호기 역시 설계 수명인 30세가 되어서 폐쇄 혹은 수명 연장의 갈림길에 서있다.
그러나 정부는 월성1호기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원자로의 수명 연장에 필요한 모든 절차는 끝났고 오직 발표만 남은 상태이다. 이러한 월성1호기 역시 지난달에 냉각수펌프가 고장 나서 정지되었는데 정부는 고장 원인을 철저히 파헤치지 않고 이틀 만에 가동을 재개하였다.
낡은 기계가 고장이 잦은 이유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친숙한 자동차를 보면 누구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은 폐차장에서 차를 끌고 나와서 10년을 더 몰겠다는 것과 똑 같은 행위이다.
수명연장 논란에 설계단계서 두배 연장, 폐차장에서 노후된 차 끌고나온 꼴
현재 우리나라는 수명 연장에 대한 논란이 일자, 다른 방도를 구하고 있다. 아예 처음부터 설계 수명을 연장해버리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서 신월성 1, 2호기는 그 수명이 40년으로 결정되었다. 30년 수명에서 10년을 아예 처음부터 연장해버린 것이다.
이뿐인가? 신고리 원전은 그 수명을 60년으로 결정하였다. 현재의 원전 수명을 애초부터 두 배로 늘려버린 것이다. 어떤 기계가 60년을 가동할 수 있다는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만일 한국정부가 바로 이점, 즉, 낡은 원전이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이번 후쿠시마 사고로부터 배우지 못한다면 다음 대형 사고는 한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클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
김익중(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동국의대 미생물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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