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쨍~ 하고 해뜰날 올까요?
언제쯤 내 인생은 필까요?
윌리콜론(willie colon) 과 헥토르 라보에(hector lavoe) 가 만든 곡 중에
el dia de mi suerte 란 곡이 있습니다.
이 두 음악가의 얘기만도 참 살사음악의 역사로 볼 때 메인중의 메인일텐데
오늘은 곡 자체만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이 곡은 들을때마다 여느 살사곡과 다른 느낌입니다.
무척이나 좋아하는 곡인데 마음 깊은 곳에 잔 파장을 시작부터 노래끝날때까지 일으키고,
노래가 끝난 후에도 그 여파가 남아있는 곡입니다.
춤추기에도 그리 나쁜 곡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선호도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곡인 것 같습니다.
오늘 이 곡을 함께 듣고
호, 불호, 중 불호쪽에 있던 사람들이 호쪽으로 이동하기를 바래봅니다.
'불호' 에 해당할 수 있는 이유를 몇 몇 들어보면
이 곡의 음악적 색채는 매우 단순합니다.
모든 악기들이 단순한 리듬을 반복적으로 연주하고 있습니다.
어떤 악기의 아름답거나 화려한 솔로 연주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텐션감을 만드는 어떤 음악적 리듬이나 비트도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멜로디적인 진행도 큰 흐름의 변화가 없습니다.
멜로디의 코드는 2개의 코드만이 사용되어 연속적인 반복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들립니다.
노래의 기승전결도 없고, 하이라이트도 없습니다.
춤을 춘다면 어느지점에서 손 놓고 샤인을 해야하나... 타이밍도 잡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음악이 저는 왜 그리 좋을걸까요?
먼저 시작부분입니다.
모든 악기는 그 악기만이 가진 매력이 있습니다.
이 곡에서 저는
트럼본이라는 악기가 가진 그 금속악기의 묵직함이 가장 잘 표현된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한테는 그렇습니다)
이 곡은 이시작의 도입부가 이곡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걸 넘어 살사의 시그널 음의 하나로 여깁니다.
이 음이 나오면 이건 '살사다' 인 겁니다.
그 음을 그려보았습니다.
빠바 바 밤)~~~~(가라앉고) 빠바 바 빰~(떠오르고)
이 간단한 트럼본 음이 저를 매료시킵니다.
두번째는
라보에의 음색입니다.
전에도 한 번 언급했지만
그의 맑고 또랑또랑한 발음 그러면서도 어딘가 슬픔이 묻어있는 애잔한 목소리가 전 너무 좋습니다.
살사음악의 보컬리스트들이 두껍거나 무겁고 허스키한 음으로 노래하는것이 대세인데(대표적으로 마크 안토니가 그렇습니다)
라보에가 부르는 보컬적인 매력은 저에게는 최고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곡의 제목은 el dia de mi suerte 입니다.
'내 운의 날'
suerte 날 '운', 'luck' 입니다.
그러나 good luck 이 아니어도 suerte 단어 하나로만 쓰이면 행운이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그래서 좀 더 느낌있게 제목을 말한다면
'내 운수 터지는 날' 정도가 좋을 듯 합니다.
이 곡에서
트럼본의 인트로 이후
가사가 나오는데
특이한 점은
보통의 음악은 1절이 있고, 2절이 있고, 후렴이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이곡은
바로 후렴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인트로로 크게 한방 먹이고, 바로 후렴으로 결정타를 날려
원투펀치로 1라운드 30초 만에 승부를 본 음악입니다.
그 후렴
이 곡의 주제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의 의역으로 표현해봅니다)
곧 다다르겠지
내게 쨍하고 해뜰 그 날
내가 죽기 전에 올거라는 것은 알겠는데 언제일까...
꼭 내 인생은 바뀌게 될거야
노래에서
그 쨍하고 해뜰 그 날은
복권이 당첨된다던지, 가게를 열었는데 대박난다던지
그런 의미로 쓰이지는 않았습니다.
주인공의 불우했던 과거사가 나오는데
아주 어렸을때 널 절대 혼자가 아닐꺼야~ 를 남기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늙으신 아버지와 사는데
아버지도 병마와 싸우다 그의 나이10살인 해에 어머니 곁으로 가십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에게 했던말은
울지마라~! 너가 가진 운이 곧 바뀔거야 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날은 도대체 언제일까요.....
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살아남기위해, 먹고 살기 위해 현실과 사회에 맞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러면서 후렴에서 얘기하는
내 인생의 햇살에 비추는 날을 그리는 내용입니다.
곧 다다르겠지
내게 쨍하고 해뜰 그 날
내가 죽기 전에 올거라는 것은 알겠는데 언제일까...
꼭 내 인생은 바뀌게 될거야
이 곡은 가사로보면
상당히 슬픈 곡입니다.
특히나 라보에의 음색과 어울어지면서 묘한 끌림을 만들어냅니다.
아까 언급했던
가사처럼 슬픔이 녹아있는 애잔함과 동시에
아이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긍정하고픈 순수함같은....
곡은
크게 변화가 없습니다.
음폭도 작고. 음역대도 높지 않습니다.
큰 파도로 일렁이는 음악이 아닌
잔잔한 호수처럼 찰랑찰랑 합니다.
우리의 일상처럼도 그러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우리는 구름이 걷히고 따뜻한 햇살이 곧 혹은 언젠가 내게 내려쬐주기를 기대합니다.
다시 처음으로 올라가사
인트로의 트럼본 솔로를 들어보면
살사음악에서 브라스의 장기 강렬하게 쏴주는 느낌이 아닌
묵직하게 꾹 눌러주는 느낌입니다.
이 곡의 악보를 찾아보니
이 트럼본 솔로에 mf(메조포르테)가 나와있습니다.
'중간정도로세게'
ff(포르티시모) '매우세게' 가 아닌 '중간정도로 세게' 연주하랍니다.
나의 삶은 그렇게 강렬하고 화려한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래도 '나' 라는 아이덴티티는 중간정도로 그러면서 조금 쎗으면 좋겠습니다.
가사를 따져보면 슬프지만
저는 이곡을 들을 때 단순하게
"언제 도착할까 내 행운의 날은..." 이라는 심플한 가사에 집중해서 듣습니다.
우리는 모두 현실에서
그런 날을 그리며 살아갑니다.
작든 크든.
인트로의 트럼본 솔로음처럼
빠바 바 밤)~~~~(가라앉고) 빠바 바 빰~(떠오르고)
인생은 '좋음'과 '안좋은' 의 연속입니다.
그래도 내가 꿈꾸는 그날은
그런 날은 내게 꼭 올겁니다.
- 마리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