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정신과 전문의 60%, 유아대상 영어학원이 아동 발달에 가장 적합하지 않아..
-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0명 조사결과 -
매년 11월-12월은 전국의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의 입학 설명회가 진행되고, 실제 입학이 결정되는 시기입니다. 이와 비슷한 시기, 유아대상 영어학원에서도 입학 설명회가 열렸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유아대상 영어학원 유명 프랜차이즈인 폴리와 SLP, ECC의 입학 설명회를 참관하여, 유아대상 영어학원에서 홍보 논리로 사용하는 바가 무엇이며, 실제 교재와 수업 방식 등은 어떠한지를 취재해보았습니다.
▲ 유명 프랜차이즈인 폴리어학원의 1년 치 교재가 총 37권, 전체 면수는 4,285면에 달하는 등, 유아대상 영어학원에서 가시적 학습 효과를 위해 지나친 학습 부담을 주는 경우 존재해...
▲ 유아의 지나친 사교육과 스트레스·문제행동의 상관관계에 대한 여러 연구 존재, 특히 유아대상 영어학원 유아가 스트레스·문제행동이 더 높았다는 연구(김형재, 2001)도 있어...
▲ 소아정신과 전문의의 60%가 유아대상 영어학원을 영유아 발달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 영어조기교육의 정서적·사회적 영향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
‘반일제 이상 유아대상 영어학원’(이하 유아대상 영어학원)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처럼 오전부터 하루 3시간 이상 운영하며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으로, 흔히 ‘영어유치원’으로 불리고 있지만 ‘유아교육기관’이 아닌 학원법의 적용을 받는 ‘어학원’입니다. 사교육걱정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서울에 224곳이 있었고, 하루 평균 교습 시간은 4시간 57분(초등학교 기준 하루 7.4교시), 월 평균 교습비는 약 89만원에 달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빠른 속도로 심화되는 영유아사교육의 핵으로 언급하기도 하고, 5~7세 유아의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다고 우려하나, 정작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내부 작동방식은 거의 가려져 있습니다. 이에 사교육걱정은 유아대상 영어학원 유명 프랜차이즈인 폴리와 SLP, ECC의 입학 설명회를 참관하여, 유아대상 영어학원 입학 설명회에서 주장하는 바가 무엇이며, 실제 교재와 수업 방식 등은 어떠한지를 확인해보고자 하였습니다.
■ 유아대상 영어학원에서 가시적 학습 효과를 위해 지나친 학습 부담을 주는 경우 존재해...
“여기 오신 분들 중에는 우리 아이 영어 일찍부터 가르쳐야겠다 생각하시고 나름 작정하시고 오신 분도 계시겠지만, 우리 아이 아직 어린데 영어를 해야 하나 고민하시면서 오신 어머님도 계실 거로 생각합니다.” -SLP 00점 교수부장
“아이들이 어머님들 생각하시는 것만큼 스트레스 받거나 힘들어하지 않아요. 되게 즐거워해요.” -폴리 00점 교사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입학 설명회에서 진행자가 한 말입니다. 학부모들이 아이의 영어 실력 향상을 기대하고 입학 설명회에 찾아왔지만, 지나친 학습으로 스트레스를 주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과연 질의응답 시간에 어머님들이 가장 많이 한 질문 역시 이런 것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알파벳도 못 쓰는데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아직 제 자리에 몇 분 이상 앉아 있는 것도 잘 못 하는데 괜찮을까요?”
학부모들은 유아대상 영어학원에서 자연스러운 노출로 영어에 흥미를 느끼며 재미있게 배우기를 원하나, 실제 유아대상 영어학원에서는 가시적인 학습 성과를 내기 위해 아이에게 지나친 학습 부담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명 프랜차이즈인 폴리어학원의 경우 1년 치 교재가 총 37권, 전체 면수는 4,285면에 달하고 소재 역시 생소하거나 추상적인 내용이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방과후에도 과도한 양의 숙제와 단어 암기 등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지난 2차 보도자료 참고). 이는 ‘기본 생활 습관과 바른 인성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고, ‘놀이를 중심으로 교수·학습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유치원 공통 교육과정(누리과정)의 방향과는 완연히 다릅니다.
■ 유아의 지나친 사교육과 스트레스·문제행동의 상관관계에 대한 여러 연구 존재, 특히 유아대상 영어학원 유아가 스트레스·문제행동이 더 높았다는 연구(김형재, 2001)도 있어...
유아 시기의 지나친 사교육과 스트레스·문제행동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연구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홍은자 외(2001)와 박영양 외(2004)의 연구는 사교육 수가 많아질수록 스트레스와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혔고, 권정윤(2007), 백혜정 외(2005), 홍현주 외(2011) 등은 사교육 시간이나 가짓수에 따라 유아의 문제행동의 빈도가 높아짐을 밝혔습니다.
특히 홍현주 외(2011)는 경기도 군포시 소재 5개 초등학교의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교육 시간이 많은 아동에서 우울증이 나타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하루 4시간 이하의 사교육을 받은 아이 중 10% 정도에서 우울 증상을 보인 반면, 4시간이 넘는 사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우울 증상을 보이는 사례가 30%를 웃돌았습니다. 또한 송정은 외(2010)는 사교육을 많이 받는 남아의 경우 외현화(공격, 과잉 행동, 불복종, 짜증 및 비행과 같이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상의 문제) 문제의 빈도가 높아지며 이는 성인기에서 정신과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적절한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유아대상 영어학원에 한정한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김형재(2011)는 유아대상 영어학원에 다니는 유아와 시간제 영어학원에서 방과후 영어수업을 듣는 5, 7세 유아 총 100명을 대상으로 조기영어교육 경험에 따른 유아의 스트레스와 문제 행동 차이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5, 7세 아동의 일상적 스트레스는 유아대상 영어학원에 다니는 유아가 더 높았으며, 비난 공격 상황에 처함, 불안 좌절감 경험, 자존감 상함 등 모든 영역에서 유아대상 영어학원 유아가 높았지만, 특히 좌절감 경험에서 그 차이가 두드러졌습니다. 문제 행동 역시 유아대상 영어학원 유아가 높았으며, 특히 내재화 문제(불안, 우울 등 자기내적인 문제)에 있어 두드러졌습니다. (김형재, 2011)
■ 소아정신과 전문의의 60%가 유아대상 영어학원을 영유아 발달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 영어조기교육의 정서적·사회적 영향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
‘영어유치원 10곳이 생기면 소아정신과가 1곳 생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통계로 검증된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교육걱정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70%는 조기영어교육이 영유아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더 크게 미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로는 ‘낮은 영어학습 효과’가 60%, ‘정서 발달에 부정적’이 50%로 학습 효율성과 발달 적합성 모든 측면에서 부정적인 판단을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조기영어교육의 유형 중 영유아 발달에 적합하지 않은 교육 형태로 유아대상 영어학원을 가장 많이(60%) 꼽았습니다.
[그림 1] ‘조기영어교육이 영유아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문의 응답
[그림 2] ‘조기영어교육의 유형 중 영유아 발달에 적합하지 않은 교육 유형’에 대한 전문의 응답
(복수 응답)
물론 유아대상 영어학원 등의 조기영어교육이 유아의 학습요령 터득이나 자신감 향상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조기영어교육의 효과에 대한 검증은 초등학교 3-4학년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장기적 관점에서의 연구가 미흡한 실정입니다. 무엇보다 조기영어교육의 정서적·사회적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된 바가 많지 않습니다. 이부미 경기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정서적 문제에서 내재화 문제가 더욱 심각한데 이는 잘 드러나지 않아서 부모나 사회에서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보다 장기적인 관찰을 수행하는 종단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 사교육걱정은 앞으로 유아대상 영어학원을 비롯한 조기영어교육의 실태와 효과성에 대해 밝히며, 이를 사회적으로 알리는 작업을 계속할 예정...
유아기는 일상생활 속에서 신체, 정서, 사회성, 인지 등의 조화로운 발달을 이루기 위한 전인교육이 필요한 시기이고, 누리과정에서도 기본 생활 습관과 바른 인성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 시기 유아를 대상으로 과도한 학습 부담을 주는 일은 발달 단계에 맞지 않을뿐더러, 건강한 발달을 저해할 위험이 있습니다. 사교육걱정은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입학 설명회를 탐방하고 3차례의 탐방 보도를 냈습니다. 1차 보도자료를 통해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글로벌 시대에는 영어를 잘해야 한다’, ‘영어는 어릴 때 배워야 효과적이다.’ 라는 논리를 반박했고, 2차 보도자료를 통해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시간표와 교과목, 교재 등을 살펴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영어학습이 자연스러운 노출이라기보다, 어휘, 읽기, 쓰기, 문법 등에 대한 집중적 훈련으로 영어를 학습하는 것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3차 보도자료를 통해 유아에게 지나친 학습 부담이 스트레스와 문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언급했습니다.
앞으로도 사교육걱정은 유아대상 영어학원을 비롯한 조기영어교육에 대한 다각도의 연구를 통해, 조기영어교육의 실태와 효과성에 대해 밝히며 이를 사회적으로 알리는 작업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 참고문헌
권정윤(2007). 조기 특기교육에 대한 부모의 인식과 양육 스트레스 및 유아의 문제행동. 미래유아교육학회지, 14(2), 1-19.
김형재(2011). 조기영어교육 경험에 따른 유아의 한국어 어휘력, 실행기능, 스트레스 및 문제행동의 차이,박사학위 논문, 경성대학교 대학원
박영양․이성희(2004), 유아의 과외참여 현황에 따른 스트레스 정도 분석, 유아특수교육연구, 4(2), 175-196.
백혜정․김현신․우남희(2005). 조기사교육 경험이 있는 유아들의 문제행동에 관한 연구. 한국영유아보육학, 43, 23-43.
송정은․전덕인․석정호․홍나래․김영신․홍현주(2010), 사교육 시간에 따른 외현화 문제와 내면화 문제의 성별 차이, 소아청소년정신의학, 21(1), 2010.3, 37-44
최현주(2015), 영유아 정신건강과 조기인지교육,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유아 정신건강과 조기교육’ 토론회 자료집
홍은자(2001) 어머니 성취압력과 학원 학습지 이용이 유아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 석사학위 논문, 이화여대 교육대학원
Hong HJ, Kim YS, Jon DI, Soek JH, Hong NR, HarkavyFriedman JM, et al. Mental health and extracurricular education in Korean first graders. Proceedings of 56th Annual meeting of American Academy of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y:2009 Oct 27-Nov 1; Honolulu, USA.
2017. 1. 19.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
※ 문의 : 정책대안연구소 선임연구원 이슬기(02-797-4044/내선번호 502)
소장 안상진(02-797-4044/내선번호 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