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신학'과 폭소를 자아내는 '개그'가 한 핏줄이었다?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신학생 고장원(사도요한, 25, 광주가톨릭대 4년), 개그맨 장환(요셉, 23, 전주 숲정이본당)씨 형제 이야기다.
전라도 토박이인 두 형제는 집에서 가까웠던 성당만이 유일한 놀이터였다. 형 장원씨가 여섯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홀어머니 박순금(체칠리아, 49)씨는 남편 잃은 슬픔을 극복하고자 신자이던 친척 도움으로 세례를 받고, 삶의 유일한 희망인 두 아들을 신앙으로 자라도록 했기 때문이다.
순전히 어머니 의지에 따라 신학교에 가게 됐다는 형. "(어머니는) 제가 성당에 있는 거라면 무조건 좋아하셨죠. 먹고, 자고, 노는 것 모두 성당에서 했어요. 중학교 1학년때부터 예비 신학생 모임에 나가 한번도 안빠졌더니 신학생이 돼 있네요."
어머니는 한술 더 떠 큰 아들이 아침에 학교에 갈 때면 집 옆에 있던 성당에 들러 반드시 '성무일도'를 바친 다음 등교하도록 했다. 장원씨는 지금 신학생이 돼 성무일도가 몸에 익었지만 그 때는 남들보다 몇십분 더 일찍 일어나 반 강제적으로 해야 했던 성무일도가 왜 그렇게 싫었는지 모른다고 말하며 웃었다.
"학교 다닐 때 맨날 뒷자리에서 잠만 자던 사람이 어떻게 신부님이 되려고 하는지, 주변 사람들도 믿기지 않는다는 소릴하죠"(하하). 잠자코 있던 개그맨 동생이 털어놓은 일급비밀이다.
형과 함께 예비 신학생 모임에 따라갔었다는 동생 장환씨는 형과는 달리 엄숙한 분위기에 기겁(?)을 하고는 성격에 맞지 않아 도망쳐 나왔다고 한다. 그 대신 어린 시절부터 성탄 때 성당에서 연극으로 장기자랑을 펼치면서 신자들 배꼽을 빼왔다. 전주교구 중고등부회장단 모임 오락부장을 맡아 그 '끼'를 발산하면서 개그맨이 되고 싶은 꿈을 키운 장환씨는 2003년 전북에 있는 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연기학과에 입학해 더 많은 사람들을 '웃기기' 시작했다.
학창시절 JTV(전주방송)에서 '법맨'을 시작으로 조금씩 방송에서 얼굴을 알리더니 지난해에는 SBS 웃찾사 '우리형'이라는 코너에서 괴롭힘 당하는 동생 역할을 맡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진짜 '개그맨'이 됐다. 컬투 패밀리인 장환씨는 현재 서울 혜화동 대학로 컬투홀에서 코미디 연극을 하고 있다.
앞으로 훌륭한 사제와 개그맨이 돼 어린이를 위한 복지 재단을 설립해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살고 싶다는 형제.
"본당 식구들의 사랑과 관심, 기도가 지금까지 저희를 키워준 셈입니다. 이제는 기회만 된다면 지금껏 받은 사랑을 베풀면서 살고 싶어요. 저희 형제를 위해 알게 모르게 기도 많이 해주신 그분들께 뭔가 보답을 해야죠."
이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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