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의 고백
오늘은, 하느님이 하늘에다 시를 쓰시나봐.
하느님도 시를 쓰시고 싶은 날이 있겠지.
가슴 가득한 그리움에 숨이 막힐 즈음
농축된 시어들을 눈이 되어 내리게 하는 거야.
오늘처럼 눈이, 시가 되어 내리는 날은
내가 아는 모든 그리움에게 전화를 걸어
그대 가슴에도 지금 눈이 내리고 있는지,
얼마만큼 쌓였는지 물어 보고 싶어.
소리 없이 내리며 천지사방을 축복하는 눈처럼,
가난한 우리들의 차고 시린 몸뚱이에서도
축복처럼 사랑이 돋아날 수 있을까.
남몰래 챙겨둔 내 그리움의 언어들이
지금, 눈이 되어 내리고 있어서
수화기를 들었다 놓았다 몇 번을 망설이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내가 전화를 걸었는데,
그대들이 아직 창문도 열지 않았다면,
어서 빨리 그대 가슴의 창문을 활짝 열라고
지금…… 눈이…… 내리고……있다고……
세상의 모든 그리움들이 지금 그대 창가에 흩날리고 있다고
언제였던가.
폭설이 내린 그 다음날,
눈이 폭신하게 쌓여 있는 들판에 누워 하늘을 보았지.
그리고 그리움에게 손을 뻗었지. 아, 그러나 허공 속에 맴도는 손.
그 빈손이 너무도 허전하여 내 눈엔 눈물이 핑그르 돌았지만
나는 목젖까지 차오르는 뜨거운 것을 꿀꺽 삼키며 노래를 불렀지.
그대가 만약 가난한 시인이라면,
그대의 빈 항아리 가득 싸락눈이 되어 내리고 쌓여 하얀 쌀이 되고,
긴 긴 겨울밤 그대의 얇은 홑이불 속에
새 하얀 솜털이 되어 스며들고픈 눈의 마음을 그대는 아는가.
그대가 만약 나무라면,
푸르고 무성하던 나뭇잎들 다 떨어져 내려
그대가 가장 춥고, 외롭고, 초라하게 느껴질 때
그대 빈 가지위에 사락사락 쌓여와
그대 강건할 수 있게 눈꽃을 피우고 싶은 눈의 마음을 그대는 아는가.
차마 녹일 수 없는 그리움의 보석들을
봄, 여름, 가을 꼭꼭 숨겨 놓았다가
그리움이 수정 고드름처럼 길어지는 겨울이 되면,
투명한 그대 창가에
세상의 첫눈이 되어 내리고 싶은 그 마음을 그대는 아는가.
사랑하는 그대여, 내가 사랑하는 그대들이여.
그대에게 드리는 나의 고백은 기도처럼 간절하고 애틋하답니다.
그대에게 드리는 나의 고백은 첫눈처럼 순결하고 겸허하답니다.
시처럼 내리는 눈은
용기를 내어 그대에게 달려가고만 싶습니다.
사랑하는 그대들이여, 따스한 가슴을 열어 놓고 기다리시구려.
동백꽃 같은 등불을 걸어 놓고 기다리시구려.
그대 뜨거운 심장에 닿아 한순간에 녹아내릴지라도,
한 방울의 이슬로 사라져버릴지라도,
뚝뚝 온몸으로 떨어져 내리는 동백꽃 등불이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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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내리는 눈과 음악이 잘어울립니다
눈녹아 흐르는 물에, 내 심장이 간이 말끔히 씻겨져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