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로 공직 생활을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50대 후반의 아버지가 30대의 아들을 데리고
병원으로 방문하였다.
담석증이라고 이미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아버지의 말씀이
중요한 시험이 한달 뒤에 있을 예정인데
시험을 치고 와도 되겠느냐고 하여
그리하라고 승락을 하고 돌려보냈다.
그 이후
"한달 동안 한약을 복용하였다." 하며
수술을 받으러 왔다고 했다.
그리하여 입원을 시키고 수술날짜를 잡았다.
당시는 복강경으로 담낭절제술을 하는 예가
그리 흔치 않았던 때이었다.
그 이튿날 수술실에서
개복을 하고 담낭을 확인하여보니,
돌덩이처럼 굳어진 담낭은 肝밑에
착 달라붙어 있고
충수담관과 유착이 되어 있었다.
담낭이 섬유화되어 굳어 있어서
도저히 박리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심한 유착을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나는
끙끙거리며 담낭을 절제하려 하였지만
매우 쉽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 오후가 되어서
간신히 담낭을 적출하고 보니
이것이 왠일!!!
충수담관까지 유착이 되어
같이 잘려 나왔고,
간 밑에 있는 담관 (Hapatic duct) 에서는
담즙이 줄줄 흘러 내리고
있지 않는가?
이렇게 처참한 수술시야는
외과의사가 평생에 한두번밖에
경험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태이며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나는
거의 失身할 지경이 되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참으로 있는 힘을 다해
수술을 진행하였다.
십이지장을 박리하여
담관과 연결수술을 하여야 하는데
경험은 없고,
지식도 박약하고
체력은 다 떨어져가고....
참으로 한약이 원망스러웠고
무섭다는것을 절실하게 느끼면서
수술을 진행하려 했지만
수술시야는 확보되지 않았다.
담관 (Hapatic duct)과 십이지장(duodenum)을 박리하여 이동시켜
담관의 문합수술을 시도하였다.
간신히 담관과 십이지장(duodenum)의 연결수술을 한후
문합부위에서 담즙이 유출되는것을
방지하려고
고무호스 (nelaton)를
십이지장의 벽을 통과시킨 후
담도의 문합부위까지 밀어넣었다.
나는 고무호스 (nelaton)가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십이지장 (duodenum)의 벽에다
silk로 단단히 고정을 하고 수술을 끝내었다.
이때 나는 또 결과적으로 실수를 저질렀다.
nelaton catheter를 십이지장(duodenum)벽에
silk로 단단히 고정시키고 나왔으니
수술 후 1주 전후해서
이 catheter를 복부밖으로
잡아당겨 빼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었다.
2주가 지나고 3주가 지나도
이 고무호스(nelaton)을 확 잡아당겨
뺄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는다.
십이지장의 벽에 silk로 꽉 잡아
고정시킨 고무호스를 잡아당겨
간도와 십이지장의 吻合이 파괴된다면
또다시 개복을 해야하니 않을까하는
걱정으로
한달이 되도록 고무호스를 뽑지 못하고 있으니
환자와 환자 보호자는
빨리 퇴원시켜달라고 강하게 요구를 하고
나는 매일 회진때마다
이 고무호스를 쥐었다 놓았다만
반복하고 뽑지를 못하였다.
외과선배님께 도움을 청하지 않을수 없었다.
선배님이 오시더니 대뜸
환자의 복부를 한손으로 누르고
다른 한손으로는 고무호스에
힘을 주어 확 뽑으려 하시지 않는가?
나는 놀라서
"선배님 그것 뽑으면 큰일납니다. 안됩니다" 하고
선배님 곁에서 선배님의 두손을 잡고 통사정을 하며
"silk로 십이지장에 nelaton호스를 고정시켜 놓아서
십이지장이 찢어지면
또 개복을 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간청을하고 애원을 하였다.
그러나 용감한 선배님은 고무호스를
확 잡아빼니
툭하는 소리와 함께 고무호스가 빠져 나왔다.
옆에 서서 이 광경을 보고있는
나는 거의 졸도할 지경이 되었다
내가 눈을 감고있자
선배님이
"야! 너는 아직 먹었어!"
하고 호통을 치시길래
눈을 떠보니 환자는 멀쩡하지 않는가...??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선배님, 고맙습니다!"하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으니
환자와 보호자는 참 이상하다는 표정이었다.
지금도 그 시절을 되돌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아 ! 고달펐던 인생이여!"
그리고
" 한약의 무서움이여!!"
뒤돌아보니 몸서리가 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