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시낭송회 스케치
글 ․ 고미숙 / 사진 ․ 최종호
5월의 빛은 누가 색칠하는 걸까.
연둣빛에서 진초록으로 옮겨가고 있는 동학사 계룡산장에서 우이시낭송회가 남유정 시인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허전한 가운데 임 보 명예회장이 낭송회의 문을 열어주셨다. 회장의 대타 같다는 말씀을 시작으로 홍해리 회장의 수술결과와 더불어 우리시회가 우이동 중심에서 전국적으로 확산된 점, 워크숍을 겸한 자리이니만큼 돈독한 시간을 갖으라는 등의 말씀을 간략하게 해주셨다.
본격적인 시낭송은 고미숙 시인의 「개복숭아」로 시작되었다. 이어 고성만 시인은 어떠한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그것을 시를 통해 표현해 봤다며 「슬픔을 사육하다」를 낭송했다.
고창수 시인은 인간의 망상과 번뇌를 버릴 수 있을 때 선시를 쓸 수 있는데 10여년 선시를 공부했음에도 아직 그렇지 못해서 데생만 하고 있다면서 ‘선시를 위한 데생’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시론 ․ 6」을 낭송했다.
권혁수 시인은 느닷없이 퀴즈를 냈다. 머리 비고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여자는 누구냐는 건데 나름대로 고심 끝에 ‘혹시 난가?’하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네킹’이라며 「아이와 지구」를 낭송했다.
어느 방향으로 이야기를 나누어도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김경하 시인은 불성이 바로 우주의 에너지다. 공기는 조상들의 모든 원소라서 같이 호흡하고 사는 것이다. 모든 것이 또 다른 나이기에 같이 행복해질 수 있는, 같이 즐거워질 수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서 “적멸의 불꽃이고 싶었다/ 두 손 모으고”로 시작되는「연꽃」을 낭송했다.
이번에 시집『오현금』을 내신 김동호 시인은 초식동물에게 뼈를 갈아서 먹이니 벌 받은 것 같다며 광우병에 관한 말씀에 이어 무릇 시인이라면 이 사태를 시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지 않겠느냐며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을 낭송했다.
김두환 시인은 종로구 인사동에서 작품 활동을 하다 임 보 시인의 추천으로 우리시회원이 되었다며 특집 원고 중 한 편을 낭송했다. “넘쳐나게 걸게 차린/ 진수성찬 한 상床/ 보기만 해도 배불러터지다가 그 여기에/ 뱃덧까지 날 것만 같고”로 시작되는 「진수성찬」은 ‘- 녹음 감상기 ․ 6’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우리詩 회원보다 더 회원 같은 박 근 전 유엔대사의 덕담 한 말씀은 감동적인 시낭송으로 이어졌다. “가슴 안의 성스럽고 고요한 공간 안으로/ 너는 삶의 압박으로부터 도피하여야 한다/ 자유는 오직 꿈의 나라에만 있고/ 아름다움은 오직 노래 안에 꽃핀다” 몇 번이고 되뇌게 하는 쉴러의 작품이다.
이어서 “꽃이로세 꽃이로세 꽃이로세”로 시작되는 「꽃타령」(임보 시인 작시, 변규백 작곡)과 「사랑일기」(이무원 작시, 변규백 작곡)를 하덕희 님의 고운 목소리를 통해 울려 퍼졌다. 늘 생각하는 바지만 우리시회에 하덕희 님과 같은 분이 계셔서 더욱 풍성한 것 같다.
박강남 시인은 “이른봄/ 술에 취해 잠시 조는 낮달을/ 나뭇가지를 오르내리던 다람쥐가/ 야금야금 갉는 오후”로 시작해서 “지금쯤/ 그 섬에도 이른 봄물 들겠다”로 끝나는 「꽃 하나도 섬이 되는 봄」을 모습만큼이나 아름답게 낭송했다.
어떻게 예쁜 여자가 어린 방울토마토를 씹어 먹을 수 있는 지 이해할 수 없다는 윤석주 시인은 여전히 개량한복 차림으로 「삶 素描」를 낭송했고, 광주의 3인방인 염창권 시인도 “장마 그친 뒤/ 이파리와 이파리 사이/ 가지와 가지 사이/ 실비단 손수건 하나 걸려”있다는 「거미줄」을 낭송했다.
한국작사작곡가협회에서 많은 일을 하신다는 윤소천 시인이 나서자, 박영원 시인이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는 윤 시인의 부군 한한국 작가를 소개했다. 사방 1cm 크기에 한글 붓글씨를 한 자 한 자 써서 우리나라 지도를 완성했을 뿐만 아니라 도자기 작품으로도 완성해 한글을,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고 있는 애국자라는 것이다. 그럴 수 있기까지 내조로 일조했을 윤 시인은 「안개 그리고 맨해튼」을 낭송했는데 작가 정신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청주에서 오신 이규흥 시인은 청주에 무심천이 있는데 우리시회에 너무 무심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자책을 가하며 “뻐꾹새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바쁜 일 접어두고/ 한번 내려오라고”로 시작되는 「조팝꽃 핀 언덕으로」를 낭송했다.
가족은 같이 살아야 가족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건네던 부여의 아름다운 시인 최석우 시인은 「아무도 몰랐지만」을 낭송했고, 미소년처럼 안경을 끼고 캡모자를 눌러쓴 홍해영 시인은 “종신(鍾身)에 우르르 새겨놓은/ 금빛 이름들, 천년을 갈까 하고/ 하루살이 중생들 헛 군데 공들”인다는「배불뚝이寺」를 낭송했다.
늦게 도착한 이 섬 시인은 “하루에도 몇 번씩 낭떠러지를 맛본다/ 깨지고 부서지는 물줄기를 만난다/ 발을 헛디딜까봐 아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절벽이 있는 아픔이고 또한/ 희망의 폭포”다고 「희망은 계곡을 타고 흐른다」를 낭송했다
우리시회에 없어서는 안 될 임계순 님과 함께 열심히 시간을 카메라로 오리시던 최종호 시인은 “복숭아는 벌레를 노려보는 날더러/ 벌레만도 못한 놈이라 욕할 것 같다”며 「복숭아를 먹으며」로 시낭송회 마지막을 장식했다.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시낭송을 하지 않고 넘어간 분이 많았다. 거리나 시간상으로 우이시낭송회에 자주 참석할 수 없었던 분들을 중심으로 낭송회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매월 열리는 시낭송회에 참석했던 서울 중심의 회원들은 우리시의 중심이 되어 묵묵히 시낭송회를 지켜봐 주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함께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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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흥겨운 잔치 뒷 이야기를 듣는 것 같습니다.같은 것을 바라보고 좋아할 수 있다는 건 혈육과는 또 다른 축복 같아요. 시간이 갈수록 정겨운 장면들이겠지요?
수고하셨습니다, 고 시인님! 감사합니다.
지금보니, 제가 중앙에 자리를 좀 많이 차지 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잘 정리해주셔서 새롭게 읽었어요. 손님 맞으러 중간중간 나갔다 와서 제 때 듣지 못한 시낭송이며 이야기를 다시 새겨볼 수 있어서 저로선 아주 유익하네요. 참석 못하신 분들에게도 아주 유익할 거에요. 수고 많으셨어요, 고미숙시인님 ^^
고미숙시인님, 고맙습니다. 임동윤선생님 뒤에 미소년같은... 가려졌네요.
임동윤시인님 뒤에 미소년은 홍해영시인이고, 고미숙시인은임동윤주간님 왼쪽 두 번째, 이택경씨(꽃분홍 웃옷)바로 옆에 앉은 분이에요. 파란 티셔츠를 입었죠.^^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일목요연 하게 정리를 잘해주셔서 다시 봐도 넘 즐겁네요. 수고 많으셨어요. 고미숙 선생님!
시낭송회를 다시 보는 느낌입니다. 고맙습니다.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최종호 시인님, 그리고 고미숙 시인님! 낭송회 장면 스케치 하시랴, 사진 찍으시랴, 낭송에 참여하시랴 넘넘 수고 많으셨습니다. 즐거운 나날 되시고 다음 기회에 다시 만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