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낸사람: "오시우" <oshew45@hanmail.net> 받는사람 : "정영인" <jyi10@hanmail.net> 날짜: 2012년 10월 07일 일요일, 11시 30분 15초 +0900 제목: 수필 < 월목회, 하늘공원 가다 > / 정영인 ( 아래 표시하기 클릭 ! )
(수필)
< 월목회, 하늘공원 가다 >
오늘은 월목회가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 있는 ‘하늘공원’에 간다.
가을에 참 잘 어울리는 갈 곳 이름이 아닌가, 하늘 공원!
신길역에 가니 오늘 특별 가이드
성호가 벌써 와 기다리고 있다.
오늘 참석 인원은 10명이다.
확실히 서울특별시 시민답게 똑 부러지게
특별 가이드 임무하느라 동분서주한다.
대한민국의 영관을 재현한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돌아 하늘 공원 입구에 다다른다.
월드컵 경기장을 비롯하여 내 앞에 펼쳐진
하늘 공원은 거대한 쓰리기산이 이렇게
큼직한 경기장과 아름다운 공원으로 변신할 수 있다니?
우리 민족은 통섭(通攝)의 대가가 아닌가 한다.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따로 없다.
이 쓰레기장은 월드컵 경기장을 비롯하여 네 개의
공원으로 자립잡고 있다.
하늘공원, 평화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 공원!
하늘공원에 오르는 첫 관문은 300여개의
나무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하기야 하늘을 올라가는데 그냥 갈수야 없지 않은가.
하늘은 맑고 푸르고 몇 덩이 흰 구름이
우리를 반기니, 과연 가을 하늘답다.
곳곳에 쓰레기 더미에서 나오는 가스를
집적하는 호스가 박혀 있다.
내 발 밑엔 서울 시민이 버린 수많은
쓰레기가 잠자고 있다니 믿기질 않는다.
천국의 계단을 밟듯이 다 오르니 야트막한
고갯길이 우릴 기다린다.
허위적 다 올라가니 마치 분지처럼 생긴
넓은 억새밭이 평야처럼 누워 있다.
온통 억새 물결이다.
억새는 한참 꽃피기 시작한다.
내 머리카락처럼 은빛 물결 파도를
이루려면 좀 더 시간이 지나가야 하겠다.
가이드 말에 의한 억새가 한창 필 때
‘억새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저녁노을의 실루엣 속에 은빛 억새는
장관을 이룰 것이리라!
우리들 인생 연륜처럼 은발의 노춘(老春)처럼…….
누군가 입에서 흘러간 유행가 한 자락이 흘러나온다.
“으악새 슬피 우는 가을인가요.…”
억새밭 한가운데는 ‘하늘전망대’가
마치 배꼽처럼 놓여 있다.
반구(半球)를 역으로 세워 놓은 꼴이다.
이곳에 올라서니 서울 사방이 다 눈에 들어온다.
멀리는 남산타워를 비롯하여,
선유도 공원, 63빌딩, 방화대교, 북쪽 멀리
인왕산이 가뭇하다.
앞에는 한강이 숱한 역사, ‘한강의 기적’을
껴안고 유유히 흐른다.
어떤 때는 핏빛으로 물들고, 어떤 때는
흙탕물로 범람하고, 대한민국의 젖줄이 되어
아직도 기적을 만들고 있다.
세계2차 대전 후 식민지에서 해방된 국가나
신생독립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개천에서 진짜 용이 된 나라’다.
세계신용등급 상승 그랜슬램을 이루고,
세계 5대 공업국, 7대 수출국, 올림픽 5위,
가장 우수한 건강보험을 진행하는 나라,
세계 브랜드 가치가 6위인 삼성도 있는 나라,
엊그제 20-50 클럽 7번째 진입한 나라다.
그런데 아직도 어두운 역사관만 가지고
대통령이 되겠다고 매도하고 물고
늘어지는 인사도 있다.
누워서 침 뱉는 그런 사람에게 밝은
미래를 놓아야 할 대통령직을 맡길 수 있겠는가?
내려오는 길에서 만난 얼굴이 검은 얼굴의
동남아 인사는 여기를 벤처마킹하기
위해 온 것이리라.
과연 쓰레기도 쓰레기 나름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사실 우리 조국 한국은 폐허의 쓰레기
위에서 이렇게 위대한 나라를 이룩하지 않았지…….
신문에 쓰레기통을 뒤지는 스페인 사람들을 보면서,
혹은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 말 막춤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고 생각하니…….
하늘 계단을 내려올 즈음에는 배꼽시계가
점심시간 종을 친다.
특별가이드 성호가 눈여겨 둔
허름한 식당으로 안내한다.
이름조차 정겹다, ‘굴다리 식당!’ 우리 나이에는 으리으리한
식당은 안 어울리고 또 주눅이 든다.
이 식당은 메뉴가 달랑 한 가지뿐이다. 김치찌개 백반이라….
말만 들어도 지날 날에 물리도록 먹었지만
결코 물리지 않는 김치찌개가 아니던가.
묵은지 김치와 비계가 붙은 돼지고기
숭덩숭덩 썰어 넣고 끓인 얼큰한 찌개와
막걸리는 금상첨화(錦上添花)라.
부지런히 막걸리잔 이 오고 간다.
몹시도 목이 탔던 게 보다.
막걸리 15병이 동이 났다.
계란말이에 제육볶음, 또 한 잔!
잘 익은 김치를 손으로 쭈우욱 찢어 밥숟가락에 얹어,
또 썩썩 비벼 먹으니 만복(滿腹)이라.
아마 인간의 원초적 행복은 배부름일 것이다.
월목회 회원은 굶주림 시대 출신이다.
풀때죽이나마 배부르게 먹으면 그만이던
고난의 시절을 지나온 군상(群像)이다.
채 여물지 않은 보리나 벼를 풋바심하여
배곯이를 해결했다.
미군이 무상으로 준 유유가루나
강냉이가루로 죽을 쑤어 먹던,
창자가 놀라서 굴뚝설사를 죽죽 하던 그런 세대다.
그 때 먹던 꿀꿀이죽이 부대찌개로 변신했으니.
그렇게 해서 이룬 나라다.
이젠 무임승차한 세대들이 더욱 기승을 부린다.
우리는 지금 너무나 잘 먹고 너무나 잘 입는다.
TV는 맨날 맛집 타령이고,
신문엔 아웃도어 광고로 도배를 한다.
우리도 거지반 이름 있는 아웃도어
한 벌쯤은 걸치고 있다.
산을 이룬 쓰레기 섬, 난지도에서 생존을 위해
쓰레기를 뒤지던 앞의 사람들이 보인다.
그 고단했던 쓰레기 산이 이렇게 녹색의
장원으로 변하다니, 숲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한다.
쓰레기에서 주은 콘돔을 풍선으로
알고 불고 다니던 땟국물 주르륵
흐르던 이이들도 보인다.
아마 변하지 않은 것은 그 때나 이제나 이
푸르른 가을 하늘과 유유히 흐르는
한강일 뿐일 것이다.
우리가 쓰레기 뒤지지 않고,
비록 그 유명한 굴다리 식당에서
7000짜리 김치찌개에 막걸리 한 잔 먹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과 고마움이 아닐까?
월목회가 한 달에 한 번씩
나들이하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시월 달에는 강화행이고, 특별가이드는 재혁이다.
특별시만 성호가 고맙다.
게다가 광역시 시민에게 장수막걸리를 잔뜩 먹여놨으니…….
‘아, 으악새 슬피우는 가을인가요,
지나온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 文霞 鄭永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