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탄, 러시아의 특권층- 러시아 마피아(2)

[먹구렁이]

다음날 신문에 이런 기사가 나왔다. 유력인사의 자제가 그 술집 근
처 다른 술집에서 생일 파티를 하고 있었다가 변을 당했다는 것이
다. 사진에 실린 시체를 보니 검은 머리에 비슷한 체크남방을 입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쯤이면 마피아가 어디에서 무슨 일을 주로 하는지 대충 감을 잡
을 것이다. 그들은 인간 클리너들이기도 하지만 사업가이고, 정치인
이고, 부자들이다. 뿐만아니라 끈끈한 유대관계과 파워를 자랑한
다. 누가 이들을 막을 수 있을까. 오래전부터 거미줄 같은 땅굴망을
구축한 이들은 과거 공산정부의 비밀주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아울러 그 정부가 운영하던 것을 고스란히 삼켜버렸다.

나라가 망할때 기회를 잡아 가지고 있던 영향력을 바탕으로 모
든 것을 날로 먹은 것이다. 이들은 그래서 찬스에 강하다. 그런 그
들이 어떤 사람들이겠는가. 말그대로 지하 비즈니스에는 귀신들이
다. 더구나 지금 러시아는 그것을 하기에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큰 대외 사업을 하면서 현대 자본주의 사업의 핵
은 정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과거 구소련 시절에는 장사치 스
타일 이었지만 이제는 말그대로 비즈니스라는 개념을 알게 된 것이
다. 그래서 옐친이 정보부를 개혁할 때 할일이 없어지고 자금난을
겪게 되는 그 기관을 접수하게 된다. 결국 그 기관도 사람이 돌리
는 것이고 그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 되니까 월급도 제대로 안주는
정부 보다는 일거리도 주고 돈도 주는 마피아로 기울어 지게 되는
것이다. 이때 마피아는 때를 놓치지 않고 자기네 사람들을 그 기관
에 심어 놓기 시작한다. 그때 많은 본국 기관 요원과 많은 해외 스
파이들이 퇴출당하여 떨어져 나가고 새 인력의 낙하산 인사가 단행
된다. 그 기관의 마피아 라인은 그렇게 만들어져가고...........

---보고서 삽입---
<러시아의 특권층- 러시아 마피아(3) 참조>


여하튼 그 기관의 살아남기 위한 경제적 활동과 경제 파악을 위한
활동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아 끝없이 활동한 끝에 이제는
아예 애초 그 기관의 의도대로 정부마저도 그 기관의 역활에 손을
벌리는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을 하기에 이르렀다. 더구나 기관에
서 담당하는 분야중 정부에서 인정하는 경제 파트가 공식적으로 생
겨 급속한 발전과 전과는 다른 입지를 굳히게 된다. 결과 마피아에
의한 비공식적인 활동에서 정부에 의한 공식적인 활동으로 그 내용
이 바뀌자 이제는 마피아 마저도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위해 아쉬
운 소리를 해야하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왜냐하면 정부로 부터 정
보의 수집을 위한 자금 조달과 고위 관료의 개인청탁 뒷거래가 그들
의 재정을 채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러시아의 한 신문
에서는 마피아가 호랑이 새끼를 키운겪이라는 소리까지 하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기관이 마피아와 완전한 결별을 선언한 것
은 아니다. 일전에 옐친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그 기관의
힘을 빌어 정보망을 구축하려 하자 마피아들은 즉각 기관의 주요 인
물들을 포섭하기에 이른다. 이에 옐친은 기관의 조직을 개편하고 짤
려나간 구 소련시절 기관의 베테랑 요원으로 구성된 사조직의 힘을
빌리고자 정부에서 요청하였으나 대부분이 정부로 부터 토사구팽당
한 한을 품고 있어 이에 비협조적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들이 협조
에 비협조적이였던 또 다른 이유로는 마피아가 정부의 청탁료보다
많은 돈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라는 소리도 있다. 또한 마피아편으로
기우는 것이 영리를 추구하는 사조직인 그들로서는 당연한 것 이었
다. 옐친이 기관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긴 했으나 모두 업무에 무능
한 겁많은 초짜거나 인맥에 의한 패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뒤늦게 이 사실을 자각한 옐친은 프로들이 많은 사조직
의 힘을 빌려고 했으나 그것도 앞서 말한 것 처럼 그런 이유로 실패
하고 만다. < 여기서 한가지 말해둘 것. - 마피아는 우수인원을 선
발해 자신들이 주요자리로 밀어넣을 인재를 양성한다. > 더욱 가관
인 것은 그 기관의 업무 수행 능력을 대질하는 자리에서 공개적으
로 국장이 하는 말이다. 대외 업무는 물론이고 대내 업무 조차 수행
시킬 예산과 인원 그리고 인재가 없다는 것. 그래서 당연히 범죄와
의 전쟁 선포는 수포로 돌아갔다.

아직 마피아에겐 재정적인 능력이 있고 국가의 주요 경제는 아직 마
피아의 논리와 마피아의 힘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 기관의 완
전한 결별 선언은 상당히 오랜시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1/09/20 (08:17) 게시물 번호 : 11

윤지환 (tavarish@hanmail.net)


경향신문 박창선 특파원 러시아 가다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