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장모님이 혼자서 이틀에 걸치셔서 고구마 수확을 완료하셨습니다.
저희가 먹을것만 심는데 올해는 감자를 수확하고 난 6월에 그자리에 고구마를 무피복으로 심었습니다. 장모님이 호박고구마를 강력하게 주장하셔서 무안장에서 호박고구마순 몇단 사다가 놓았는데 캐고 보니 절반은 호박고구마에 절반은 밤고구마더군요.
보통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대규모농가들이 서리피해가 가시는 4월말에 비닐피복을 해 심는데 그에 비하면 엄청 늦은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지금 고구마 농가들이 일찍 심는것은 조금 빨리 나오면 비싸기에 그러합니다.
하지만 예전 대부분의 농가에서 보리를 수확하고 난후 6월 중순에 고구마를 심었습니다. 보리수확후 고구마를 심어도 밑도 잘들고 이때 장마가 져 물을 굳이 주지 않아도 잘살았습니다. 현명한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농사법이지요.
장모님이 고구마를 수확하시고 그러시더군요.
'고구마가 전부 밑으로 내리뻗어 캐느라 혼났네?'
제가 돼지먹이로 쓸 보리를 심느라 바빠서 거들어 들이지 못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고구마가 길게 깊게 밑으로 내려 호미로 캐기가 여간 힘드셨을것 같더군요.
어르신 세대들에게 무안하면 양파보다 밤고구마일것입니다. 해남하면 물감자고.
무안은 과거 양파를 본격적으로 심기전 드넒은 황토밭에 엄청나게 밤고구마를 심었습니다. 여기에는 일제수탈의 뼈아픈 역사가 담겨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마늘,양파재배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면서 무안 밤고구마는 명성을 잃어가고 몇사람만 심는정도에 이르렀지요. 오히려 지금은 해남이 전국 최대의 고구마 주산지가 되었지요.
요즘 건강식품 바람과 함께 한참 고구마가 건강식품으로 알려지면서 무안에서도 고구마 재배면적이 많이 늘었습니다. 몇해전까지 한참 괜찮은 농사중에 하나가 고구마 농사였는데 지난해부터 폭락세로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한국농업에서 안전지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느 작물이건 돈이 된다 싶으면 재배면적이 늘어 폭락하게 됩니다.
지금 현재 고구마 농사는 양극화되어 있습니다.
자기가 먹을 것만을 심는 농가와 몇만평씩 재배하는 대농가로 구분이 명확하게 갈렸지요. 고구마 농사도 기계화가 많이 진작되어 지금은 순심기를 제외한 나머지 전과정이 거의 기계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수확시 많은 인력이 필요로 합니다. 대농가들은 자체적으로 땅을 파서 엄청난 규모의 저장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대농가들은 고구마가 깊이 박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불도져를 활용해 땅을 다집니다. 고구마밑이 10cm 이상 들어가지 않도록 단단하게 경화층을 불도져로 만드는 것입니다. 불도져로 단단히 다진후 로터리를 아주 앏게 칩니다. 수확을 용이하게 하고 고구마의 크기를 강제로 조절하기 위함입니다.
양보다는 질과 모양을 따지는 것이 현대 농업의 한면인지라 고구마를 어른 주먹보다 약간 작게 타원형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지요.
제가 고구마를 좋아하는 이유중에 하는데 고구마의 위대한 창조력 때문입니다.
이번에 저희집도 10평 남짓에서 200kg 이상 고구마를 수확했으니 단위면적당 이런 높은 수확량을 낼수 있는 유일한 작물이 고구마라 생각됩니다. 비용대비 고효율 농업이지요.
또한 고구마는 질소를 아주 싫어합니다. 퇴비나 화학비료는 극소량을 요하고 퇴비나 화학비료 과다시 고구마 농사를 망치기가 쉽습니다. 퇴비를 잘못 사용하면 굼벵이가 많이 생겨 상품성이 아주 떨어집니다. 그래서 고구마농사는 어찌보면 노동력외에 비용이 전혀 들지 않고 완전한 자연농법에 의한 농사가 가능한 농사입니다.
지금도 친환경 농산물들이 인기가 많은편이데 한때 친환경 고구마가 인기가 많았습니다.
역으로 저는 고구마는 원래 농약도 비료도 필요없는 농사인데 친환경 고구마 운운하는 것이 영 좋아보이지 않더군요.
고구마 농사의 단점이 한가지 있는데 다름아닌 수확하기가 매우 힘이 든다는 점입니다. 대규모 농가들은 순을 강제로 치는 승용에초기와 트랙터에 부착하는 고구마 수확기로 수확합니다. 하지만 규모가 적은 농가들은 백평만 심어도 가족이 몇일은 달라붙어야 수확이 가능할 것입니다.
고구마는 조선후기 일본에 통신사로 갔던 조엄이라는 사람이 들여와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일때 강점기에 고구마 농사는 일본의 조선에 대한 수탈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일본놈들은 고구마에서 전분을 얻어 비행기와 군사용 트럭의 연료를 추출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따듯한 남부지방 대부분 지역이 혹심한 고구마 수탈을 당해야 했지요.
제가 어릴적 고구마 농사하면 절강이 생각납니다.
절강이란 전분을 만들기 위해 고구마를 잘라서 말리는 것입니다. 집집마다 가을 이만때면 고구마를 캐서 잘라서 말리는것이 일이었습니다.
제가 어릴적만 해도 식량대용으로 고무마를 작은 방으로 하나씩 저장해 두고 먹었습니다. 벼의 껍질을 왕겨와 함께 한방가득 쌓아두고 겨울동안 식량으로 활용했지요. 저희 어머니는 고구마로 고구마술을 많이 해주셨는데 이것은 일종의 고구마 천연 음료수인데 여기에 효모가 들어가 오래두면 술이 됩니다. 고구마단술을 많이 먹고 취해서 알딸딸했던 기억이 납니다.
무안의 한막걸리 공장에서 이 고구마 단술에서 착안해 고구마 10%의 고구마 막걸리를 만들어 판매하는데 그맛이 좋고 무안사람들내에서 인기가 좋습니다.
예전에는 쪄서도 많이 먹었지만 생으로 깍아서도 많이 먹었습니다. 사근사근하니 맛이 아주 좋습니다. 요새는 호박고구마라 하는데 그전에는 사식고구마라 했던것 같습니다. 고구마가 뜩뜩하지 않고 아주 사근사근 합니다. 겨울에 무와 함께 고구마 먹고 방귀좀 뀌면 조금 심각하지요.
고구마는 순 또한 아주 좋은 나물중에 하나입니다. 어머니들은 가을에 고구마순을 뜯어 한솥가득 삶아서 마당에 말리셨지요. 고구마순 말린 나물은 특히 고등어등의 생선조림과 아주 궁합이 잘맞았지요. 지금은 다 사라진 풍경중에 하나이지요.
또 고구마순은 살짝 데쳐서 매운고추와 된장으로 버무려 보리밥에 비벼먹으면 참 그맛이 좋습니다.
고구마순은 한마리씩 키우던 한우의 좋은 먹이중에 하나였습니다. 농부들은 이순을 잘말려 창고가득 쟁여두시고 겨울동안 쇠죽의 원료로 쓰셨지요.
수확문제와 저장문제를 일정정도 해결하면 돼지사료로 재배하는 고구마도 괜찮다 싶습니다. 몇해전 작물시험장에 문의하니 사료용으로 쓰는 대형 고구마종자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나저나 우리나라에서 농업은 회생될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