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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목장의 평화로운 풍경(위), 목장에 방목된 소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다. | |
여름의 들머리라기보다 여름의 복판이라고 해야 어울릴 요즘, 푸른 초원 사이로 한가롭게 달리는 목장길 드라이브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잠시 일상의 모든 짐들을 내려놓고 그 평화로운 풍경과 하나 되는 여행. 충남 서산목장으로 길을 떠나보자.
보통 목장길 하면 강원도 평창 대관령목장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충남 서산시 운산면 일대에 자리한 서산목장도 그 못지않다. 오히려 자동차를 이용해 목장길을 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대관령목장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다.
대관령 목장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드라이브를 허용했으나 올해 들어 목장에서 운영하는 투어버스를 제외한 기타 차량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서산목장도 구제역 파동이 있었던 지난 2000년 이후 목장 내 방문객들의 출입을 금하고는 있다. 다만 목장을 끼고 있는 자그마한 마을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길이 목장을 관통하기 때문에 목장 길 드라이브의 감동은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서해안고속국도 하행선을 타고 가다보면 서산IC에서 해미IC 사이 운산터널 부근으로 넓은 구릉지대가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서산목장이다. 서산목장은 면적이 무려 638만 평에 이르는 우리나라 최대의 목장이다. 1969년 김종필 씨가 목장을 개발하면서 인근 산의 나무를 모두 베어 초지로 조성하고 만든 것으로 현재는 농업중앙회 한우개량사업소 농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산목장은 벚꽃으로도 유명하다. 목장 능선에 벚나무를 길게 심어놓았는데 4월이면 벚꽃이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목장이 개방될 때만 해도 목장 안으로 들어가 벚꽃터널 끝에 있는 정자에서 봄을 즐길 수 있었지만 지금은 먼발치에서나 그 풍경을 감상해야 한다.
목장길 드라이브는 한우개량사업소 맞은편 거성1리 쪽에서 시작한다. 서해안고속국도 서산IC로 나와 647번 지방도를 타고 10여 분 달리면 닿는 곳이다. 그곳까지 가는 길도 괜찮은 드라이브코스다. 마치 제주의 오름을 연상시키는 구릉들이 길 양옆으로 펼쳐져 있다. 연초록색 목초로 뒤덮인 목장이 싱그럽다.
거성1리에서 출발하는 목장 길 드라이브는 총 5㎞ 코스. 주변은 온통 광활하게 펼쳐진 목장의 채초지다. 길은 아득히 먼 초원의 끝을 향해 줄달음친다. 푸른 하늘 아래 여기저기 봉긋 솟아 있는 구릉들 그리고 그 구릉을 가로지르는 여유로운 길. 세상 시름이 다 사라지는 평화로운 공간이다.
그러나 이 드라이브코스에도 ‘단점’이 있다. 이곳은 채초지이기 때문에 소들을 볼 수가 없다. 소를 보려면 개심사 쪽으로 가야 한다. 개심사 들목을 지나 달리다보면 오른쪽으로는 목장이 펼쳐져 있고 수백 마리의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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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길이 인상적인 해미향교(위), 용비지 제방에는 노란 꽃들이 화사하게 피었다. | |
개심사 들목 바로 옆에는 용비지 가는 길이 있다. 용비지는 서산목장의 숨어 있는 비경. 벚꽃이 필 때면 저수지에 비친 풍경을 찍기 위해 사진가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벚꽃은 진 지 오래지만 용비지는 또 다시 꽃잔치를 벌였다. 둑방 위에 피워 올린 샛노란 꽃들이 너무나 아름답다.
서산은 자연의 너른 품이 포근한 곳이면서 역사의 향기가 그윽한 곳이다. 개심사와 마애삼존불, 원적사지 등 둘러볼 만한 곳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목장 길을 따라 소떼들을 구경하며 4㎞ 정도 차를 달리면 닿는 개심사(開心寺)는 이름처럼 ‘마음을 여는 절’이다. 최근 만든 일주문을 지나면 산사로 오르는 돌계단길이 나타난다. 주변에는 적송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소나무의 향기가 도심 속에서 오염된 폐를 치유하는 듯하다.
개심사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주변의 풍광과 잘 어울리는, 손에 꼽을 만한 명찰이다. 이곳 건물들은 기둥이나 서까래 등에 인공의 미를 가하지 않았다. 나무가 구부러지면 구부러진 대로 건물에 넣었다. 그래서 절은 너무나 소박하고 겸손해 보인다. 마애삼존불상은 서산을 상징하는 문화재다. 647번 지방도를 타고 운산 쪽으로 다시 나가다보면 마애삼존불상으로 가는 618번 지방도를 만나게 된다. 이 도로를 타고 15분 정도 달리면 가야산 계곡가에 마애삼존불상이 있다. ‘백제의 미소’로 널리 알려진 이 마애불은 암벽 위에 조각한 부도형태의 불상이다. 석가여래입상이 가운데 서 있고 오른쪽에는 보상입상, 왼쪽에는 반가사유상이 조각되어 있다. 삼존불은 백제 말엽인 6세기 말이나 7세기 초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존불은 태양이 떠 있는 위치에 따라 그리고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어쩌면 그 미소는 다시 봉인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일반에 개방된 지 50년 만에 심각한 훼손을 당했기 때문이다. 삼존불을 찾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만지고 용하다는 말에 코나 눈 주위의 돌가루를 파내는 바람에 마애불은 상처투성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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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불이 있는 곳에서부터 1.5㎞쯤 더 들어가면 보원사지가 나온다. 보원사는 창건연대가 확실치는 않은 절로 신라 말엽이나 고려 초기 건립된 것으로 보고 있다. 건물은 남아있지 않다. 이곳에서는 지금 보원사 터 발굴조사가 한창이다. 건물터 발굴현장만 보더라도 보원사가 대규모 가람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보물 제102호~105호로 지정된 석조와 당간지주, 오층석탑, 법인국사보승탑 등 많은 문화재가 발굴되었다. 석조는 승려들이 물을 담아 쓰던 돌그릇으로 무려 4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이 석조의 크기에서도 보원사의 규모를 알 수 있다.
한편 보원사 발굴현장은 일반인들을 위한 체험학습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에서 일반인들에게 문화유적 발굴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http://bch.go.kr·041-833-0305)로 신청을 하면 된다. 신청항목은 측량과 구획과정, 발굴과 유구 실측 촬영과정, 세척과 탁본 등 유물처리과정이 있다. 프로그램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운영된다.
여행안내
★길잡이: 서해안고속국도 서산IC→647번 지방도→서산목장→개심사
★먹거리: 서산은 간월도 쪽으로 가면 맛있는 회와 조개구이 등을 맛볼 수 있다. 서산목장과 개심사 등이 있는 운산면은 민물고기매운탕집이 많다. 특히 서산마애삼존불 근처 용현계곡에 이런 음식점들이 몰려 있다. 메기와 빠가사리 매운탕이 일품인 산수가든(041-663-4567)을 추천한다.
★잠자리: 용현자연휴양림(041-664-1978)에 숙박을 할 수 있는 ‘숲속의 집’이 있다. 통나무로 지은 펜션형 숙소다. 휴양림 아래로는 민박집들이 많다. 개심사 입구에도 민박집들이 더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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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