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의 칭찬 리더십, 부하를 춤추게 한다
칭찬은 가뭄 속 단비같이 기운 북돋아 / 긍정적 상호작용으로 신뢰·존경 생겨
상대방의 인정 통해 자신의 자아 실현
부정적 사건, 긍정적 사건보다 영향력 커 / 생존을 위협하는 신호에 반응하기 때문
불신 커지면 완벽한 리더십도 무용지물
지휘관이 부하를 격려하고 칭찬할 때
부하는 지휘관을 따르게 되고 긍정적 상호작용과 함께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하게 된다. 사진은 영화 ‘풀 메탈 자켓’의
장면들. |
우리 삶이 펼쳐지는 공간이 어디든 간에 그곳은 늘 긍정적인 사건과 부정적인 사건으로 점철되게 마련이다. 우리의 전체 삶 중에서 한
마디를 구성하는 군대 생활도 이러한 보편적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어려움을 감내한 대가로 휴가를 누릴 때가 있으면, 규범을 어겨서 처벌을
받을 때도 있는 법이다. 물론 세상을 긍정과 부정의 이분법으로 재단하는 것은 복잡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 객관적 현실은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개 우리는 사건을 이분화할 뿐만 아니라 각 사건은 이러한 구분 속에서 그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것 역시 거부할 수 없는 주관적 현실이다.
그러면 군 복무 중에서 부정적인 경험은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군인이 혹독한 훈련과 얼차려를 꼽을 것이다. ‘풀 메탈 자켓’(Full
Metal Jacket: M16 소총의 총알 혹은 그 탄피를 가리키는 미군들의 은어·스탠리 큐브릭 감독·1987년 작)에서 우리는 인간적인 배려
없는 가혹한 훈련이 얼마나 부정적일 수 있는지를 목격한다. 하트만 상사는 신병들을 철저한 해병으로 만들기 위해 혹독하게 훈련시킨다. 지적으로
떨어지고 행동이 굼뜬 로렌스도 차츰 군인다워지지만 다른 한편 정신적으로는 문제를 겪게 된다. 결국 하트만 상사의 인격 모독적인 말을 들은
로렌스는 그를 총으로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한다.
반면 군대 생활을 행복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사건들도 결코 적지 않다.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함으로써 받는 칭찬과 같은 보상은 우리의 기운을 북돋우는 단비 같은 존재다. 고단한 훈련과 근무의 무게를 나눠 가짐으로써 우리는
또한 서로에 대한 뜨거운 인간애를 체감한다. 어디 그뿐인가. 가족이나 애인과의 긴 이별 후 찾아오는 만남은 작게는 그리운 마음을 풀어놓을 수
있는 기쁨의 시간이다. 크게는 그것은 서로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확인하는 동시에 확립하는 시간이다. 포탄의 연기로 자욱한 전쟁터에서 ‘님은 먼
곳에’(이준익 감독·2008년 작)의 젊은 아내와 남편의 만남은 지나온 혼돈의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질서의 순간이다.
지휘관이 부하를 격려하고 칭찬할 때
부하는 지휘관을 따르게 되고 긍정적 상호작용과 함께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하게 된다. 사진은 영화 ‘풀 메탈 자켓’의
장면들. |
그렇다면 긍정적인 사건과 부정적인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상대적 영향력은 어떠할까? 서로 비슷할까 아니면 어느 한쪽의
영향력이 다른 쪽보다 상대적으로 더 클까? 수많은 연구가 증명하듯, 그 수가 동일할 때 긍정적 사건이 주는 긍정적 효과에 비해 부정적 사건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압도적으로 더 크다. 우리는 긍정적 사건보다는 부정적 사건에 대해 우선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뇌가 더 많이 활성화돼
신경생리학적으로 더 강한 반응을 보인다. 또한 부정적 사건을 인지적으로 더 철저하고 깊이 있게 정보처리하고, 더 정확하고 더 오랫동안
기억한다.
대인관계 측면에서도 부정적 행동은 긍정적 행동에 비해 그 영향력이 훨씬 더 강하다. 가령, 자신에 대한 인식에서도
부정적 피드백의 효과가 긍정적 피드백의 효과보다 상대적으로 더 크다. 그래서 남들에게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을 때 사람들은 자아개념을
부정적으로 더 많이 왜곡한다. 대인관계의 만족도에서도 긍정적 의사소통보다는 부정적 의사소통의 효과가 더 강력하다. 예컨대 기분 상하는 말
한마디가 초래하는 역효과는 어마어마하다. 타인에 대한 인상 형성에도 부정적 행동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부정적 인상을 형성하기가 더 쉬울
뿐만 아니라 그러한 인상을 바꾸는 것도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
그러면 왜 부정적 사건이 긍정적 사건보다 더 강력할까? 왜냐하면
부정적 사건에 더 집중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데 더 적응적이기 때문이다. 부정적 사건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을뿐더러 지금의 상황을 바꿀 필요가 있음을 알려주는 하나의 신호다. 그래서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 이에 비해 긍정적 사건은 현재 상태가 우호적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데, 이러한 정보를 소홀히 해도 그것이 생존에 큰 해를 미치지는 않는다.
이처럼 부정의 효과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잘 살 수 있는 방안은 단순하지만 긍정적 경험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심리학자 고프만에 따르면 한 번의
부정적 상호작용이 관계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다섯 번의 긍정적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우리는 타인과의 긍정적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 위대한 조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끌·조각칼·사포와 같은 도구가 필요하듯,
우리도 자신의 꿈과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지지와 인정 같은 여러 도구가 필요하다. 나의 이상적인 모습에 부합하는 식으로 상대방이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행동할 때 우리는 그의 행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자아개념을 구축해간다. 상대방의 인정을 통해 결국 우리는 자신의
이상적인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 이것이 미켈란젤로 현상이다.
이 현상과 관련이 있는 또 하나의 원리가 피그말리온 효과다. 이
효과는 상대방이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는 식으로 행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가 상대방이 잘할 것이라고 기대할 때 그 상대방은 결국 잘하게 되고,
못할 것이라고 기대하면 결국 못하게 된다. 사실과 동떨어진 칭찬이나 긍정적 피드백조차 허공 속으로 날아가 돌아오지 못할 운명의 화살이 아닌
것이다. 먼 산의 이마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메아리처럼 그 속에는 우리의 기대를 실현할 씨앗이 들어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누군가를
부정적으로 낙인찍으면 그 사람은 우리의 낙인을 저버리지 않는다.
훌륭한 부하는 훌륭한 지휘관이 만들고 훌륭한 지휘관은 훌륭한
부하가 만든다. 지휘관이 부하를 격려하고 칭찬할 때 부하는 그런 지휘관의 긍정적 리더십에 춤추게 마련이고, 부하가 지휘관을 존경하고 따를 때 그
지휘관은 부하의 마음을 헤아리는 어머니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긍정적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를 담보하고 있을 때 아무리 불완전한
리더십도 일정 부분 플라시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반대로, 서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완전한 리더십도 그 동력을 잃어버리는
덫에 빠지게 마련이다. 혹 그렇지 않다면, 더 늦기 전에 서로를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볼 때다.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