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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집안‘눈총’경제빈곤‘허덕’위태롭다 한부모 가족에게 희망을 ① 한 부모 가족의 실태 | ||
대부분 정부 도움 못받아…취업 힘들고 지원은 없고 살길 막막 사회 따뜻한 시선 절실…정신적 안정 도모 심리 치료 급선무 경기 침체, 이혼 증가 등으로 전국의 한 부모 가구 수가 12만 가구를 넘어섰다.
본지는 한 부모 가족이 처한 어려움은 물론, 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책과 프로그램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한 부모 가족에게 희망을’ 기획 시리즈를 ①한 부모 가족의 실태, ②한 부모 가족 지원 프로그램, ③달라지는 한 부모 가족의 모습 순서로 3회에 걸쳐 싣는다. 혼자서 딸아이를 키운 지 2년 6개월. 김현주(가명·38)씨는 이혼한 뒤 혼자 아이를 맡아 키운 지 3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한 부모로 독립해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 일자리가 안정적이지 못해 아이 양육비는커녕 두 식구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정부 지원이라곤 한 달에 5만 원씩 나오는 양육비가 고작이기 때문에 모자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딸과 단둘이 살아가기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막막하다.
현재 정부의 지원을 받는 가정은 5천여 세대. 대부분이 경제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전체 한 부모 가정 12만 가구 중 4.4%만이 경제적 지원을 받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모(부)자 가정 보호 대상에 따라 차별 지원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속하지 않을 경우, 실제 한 부모 가정이 느끼는 ‘체감 복지’는 제로에 가깝다. 모(부)자 가정 보호 대상이라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아니면 실질적인 도움은 받지 못한다. 정부는 2인 가족은 월 소득 95만원, 3인 가족 126만원, 4인 가족 157만원 이하 등 가족 수별 소득 기준을 정해 모(부)자 가정 보호 대상을 선정하는데, 6세 미만 아동의 월 양육비 5만원, 고교생 자녀 입학금·수업료 지원이 고작이다.
예를 들면 아이가 셋인 한 부모 가정에 한 달에 100만 원의 수입이 있고 전세를 살면 보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선정 대상자의 소득인정액이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약간의 부동산이나 동산이 있을 경우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현재 가구원 수별 소득인정액 기준을 보면 2인 가구는 95만원 이하로 책정되어 있어 1백만원 안팎의 수입이 있는 한 부모들은 아무런 경제적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이제는 생활품이 된 자동차가 있을 경우에도 보호 대상자가 될 수 없다. 통계청의 추산에 따르면 한 부모 가족의 월 평균 소득은 약 80만원 수준에 그친다.
복지 자금 대여 사업 선정 기준이 까다로워 연대 보증인을 구하지 못하면 대출도 불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인적 네트워킹이 취약한 모자 가정은 연대 보증인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것. 갑자기 가장이 돼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모자 가정의 가장은 비정규직 일거리를 전전할 수밖에 없다. 한 부모 가정의 가장들은 자신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스스로 생계를 꾸리고, 가정을 돌볼 수 있도록 경제적 자립 기반을 만들어주는 정책이라고 강조한다.
경제적 능력이 없어 아이를 직접 키우지 못한다는 최이연(가명·40)씨는 “대출이 까다로운 것은 물론이고, 자립을 돕는 여성 직업교육이라고 해봐야 미용 기술 등에 국한돼 있어 현실성이 없다”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한 부모 여성 가장들의 모임인 ‘빅 맘스 클럽’ 회원들 역시 “정부에 무조건적으로 의지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돈 벌어 자립하고 떳떳하게 세금 내고 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달라”고 입을 모았다.
▲ 심리 치료 시급…상담 지원 서둘러야 경제적인 어려움만큼이나 한 부모 가정을 힘들게 하는 것은 사회적인 시선이다. 가족 해체로 한 부모 가정으로 편입된 가족 구성원들은 주변의 차가운 시선에 커다란 심리적 상처를 입게 된다. 2년 전 이혼하고 두 아이를 키우는 김만수(40·회사원)씨는 한 부모 가정이 된 뒤 가장 힘든 점을 본인의 심리적 위축과 자녀들의 정서 불안이라고 요약했다. 아내의 외도로 이혼한 김씨는 아이와 아내가 연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화번호, 휴대폰 번호도 바꾸고 이사도 감행했다.
처음엔 엄마와 떨어져 사는 것에 큰 불안감을 보이지 않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주 울고, 큰 소리로 싸우는 증세를 보이더니 급기야 며칠 전에는 담임교사한테 둘째아이가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한다는 소식까지 듣게 됐다. 한 부모 가족을 여전히 ‘문제 가정’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심리적 우울증을 앓기 쉽다. 특히 청소년기 자녀들은, 공항 장애나 정서 불안 등이 생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갑작스럽게 아버지나 어머니를 잃었다는 충격 이외에도 어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정신적 공황 상태를 경험할 수 있는 것.
전문가들은 심신이 지친 한 부모 가족에게 국가적인 차원에서 상담을 통한 심리 치료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황은숙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 소장은 “한 부모들이 심리적인 부분에서 가장 큰 고충을 겪는다”며 “지역마다 건강가족지원센터 같은 형태의 한 부모 가정 지원 센터를 마련해 한 부모와 자녀들의 실제 고충을 덜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엔 이혼 등 가족 해체를 경험한 자녀들의 심리 치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부모들이 깨달으면서 자녀 교육에 초점을 맞춘 상담이 주목받고 있다. 김은정 성산복지관 가정복지상담센터 팀장은 “갑자기 한 부모 가족에 편입한 자녀들은 부모 중 한 사람이 곁에 없다는 사실을 자기 방어 차원에서 숨기기 때문에 혼란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알맞은 치료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국서 한부모 가족의 가장으로 산다는것 / 이종필씨 ‘혼자 아이키우기’ 돌봄 지원 절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무렵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아버지였다. 둘째 채영이가 교통사고가 났으니 빨리 병원으로 가보라는 다급한 전화였다. 급하게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에 전화를 하니 병원 직원이 딸아이 상태가 좋지 않아 대학병원으로 이송한다고 했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택시를 병원으로 돌리고 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한 부모 가족’이 된 뒤 한참 엄마한테 응석 부리며 듬뿍 사랑 받을 나이에 애어른이 되어버린 내 딸이 응급 상황에 놓였다니….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꼬맹이가 할머니를 돕는다며 빨래를 같이 널고 간간이 키도 안 닿는 싱크대에 받침대를 놓고 그 위에 서서 혼자 설거지를 하기도 한다. 할아버지가 걸레질을 하기라도 하면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하던 우리 집 막내.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저 어린 것이 불평 한마디 없이 즐겁게 저런 일들을 할까, 엄마가 없어서 기가 죽어 불평도 못하고 속만 깊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속마음은 아팠지만 겉으로는 기특하다고 칭찬해주곤 했다. 잠시 뒤 앰뷸런스가 도착하고 문이 열리는 순간 딸의 얼굴이 보였다. 얼굴과 입의 피, 바지의 아스팔트 자국이 보이면서 구급 카트가 스르르 내려오자 딸은 나를 쳐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아빠를 불렀다. “괜찮아, 힘내! 아빠가 금방 낫게 해줄게. 참을 수 있지?” “으…응….” 촬영 결과가 나왔다. 당직 의사는 뇌는 출혈이 안 보이고 부은 정도인데 심장 박동이 아주 불규칙하고 폐와 비장에 출혈이 있어 상태가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조금 지나자 출혈이 지속돼 심근경색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하늘이 무너진다는 게 이런 거겠지. 그때였다. 딸이 주사기와 검사기를 주렁주렁 꽂은 손을 힘겹게 들어 내 손을 끌어가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손가락으로 “아빠, 슬퍼하지 마”라고 쓰는 게 아닌가. 눈물이 쏟아졌다. 중환자실 앞에서 보낸 60시간 동안 많은 후회가 밀려왔다. 다른 애들처럼 장난감이며 인형도 못 사게 했던 일들. 금방금방 큰다며 예쁘고 비싼 옷도 안 사주고 대충대충 입혔던 일. 일에 쫓겨 제대로 놀러 가지도 못한 일…. 만약 딸이 살아나지 못한다면 이런 일들이 평생의 한이 될 텐데….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해주지 못했던 것, 딸아이 혼자 감당해야 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폐출혈도 멈추고 심장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고비는 완전히 넘긴 것 같군요.” 딸아이를 다시 얻었다. 문득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지 않았으면 채영이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끼리 있다가 봉변을 당했다면? 당장 입에 풀칠도 할 수 없을 만큼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집 가까이에 이런 아이들을 위한 센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한 부모 가족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라면 이에 대한 대책도 서둘러 마련해야 할 텐데. “전보다 두 배, 세 배 사랑해줄게. 엄마가 사랑해줬던 만큼, 아니 그보다 더 앞으로 사랑해줄게.” 대한민국에서 한 부모 가족의 가장으로 살아간다는 건, 두 배 세 배로 사랑을 아이에게 쏟아야 하는 것을 말한다는 걸 딸아이의 교통사고로 깨달았다. |
입력시간 : 2007-08-25 [332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