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 출국 이틀 전, 그지없이 바쁜 상황이었다. 갑자기 전화가 온다. 카타 시상식 취재 나갈 기자가 없단다. 시상식 취재후 기사 두페이지를 써 달라는 요청이다. 여행 짐을 싸야 하니 안 된다고 거절하기 힘든 상황. 부랴부랴 목동으로 향했다. 한 달 동안 어딘가로 훌쩍 떠난다는 것은 해야 할 일을 남겨 놓고서는 안 되는 일이다. 밤새 끙끙 앓다 새벽부터 기사를 썼다.
2014년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 중에서 화곡의 김영주, 그리고 비트로 팀의 이순규 두 사람 모두 다 랭킹 2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2015년 비트로 팀으로 활동을 하게 될 양준호도 스타부 2위였다. 손은 안으로 굽는다고 제일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여전히 수줍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소감 발표를 피하는 영주, 그리고 랭킹1위만 하다가 2위로 밀린 순규, 생각보다 발랄하고 멋졌던 양준호, 카토에서 장년부 랭킹1위를 하여 2015년에 비트로 팀으로 합류하게 될 우주철, 김일웅도 모두 다 만났다. 등에 땀을 흘릴 정도로 사람에 치여 사진취재가 힘이 들었지만 또 다른 보람을 느낀 하루이기도 했다.
기사전문
2014년 헤드카타 랭킹시상식이 12월 27일 목동 CBS 웨딩홀 19층 사파이어홀에서 열렸다. 시상식에는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을 비롯해 박기종 목포대 총장, 송승섭 고검부장, 주광덕 전 청와대 정무부수석, 연세의대 이근우 치과대학장,강영록 단식연맹 회장등 비중 있는 내빈들이 참석했다. 또 일 년 동안 좋은 성적을 낸 각부서 1위부터 10위까지의 시상자들과 임원들 250여명이 함께 자리했다.
시상식이 열리기 전 오후 한시부터 부천종합운동장에서 모여 운동을 한 시상자들은 대부분 운동복 차림으로 스포티한 모습이었다. 성기춘 회장은 "위기가 올 때마다 동호인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 지원해 주었다. 앞으로 2년 더 회장을 맡아 최선을 다해 이끌어 갈 것이다"며 "내년에 대한테니스협회와 손을 잡고 더욱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전한국테니스대회를 하는 10월 둘째 주에 동호인 대회도 함께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대회 참가자들에게 받은 발전기금 중 1천만 원의 유소년 기금을 받은 대한테니스협회 주원홍 회장은 "1995년 테니스코리아와 동호인 연맹이 힘을 합쳐 랭킹제를 만들었다. 그 이후 열심히 노력한 결과 동호인들의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동호인 단체가 세 개나 된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대한테니스협회내 하나의 동호인 단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내년에 가장 권위 있는 동호인 대회를 전한국테니스대회 하는 기간 동안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웃 나라 일본의 자랑인 니시코리 같은 선수가 나오려면 동호인들이 엘리트 체육에 진진한 관심과 사랑을 쏟아 주어야 한다"고 했다.
행사는 중간 중간 노래와 춤으로 흥겹게 이어갔다. 매 년 시상식장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가수 이숙씨의 노래는 세월이 흐를수록 깊은 맛을 더해갔다.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멋진 춤을 감상하며 새로운 의미를 찾는 일은 인간만이 가진 고도의 능력이라 한다. 단 한 순간에 청중들을 매료시켰다.
그동안 헤드부 1위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온 이순규를 제치고 연말 랭킹 1위에 오른 정창대는 "카타1위는 처음이다. 2014년은 테니스 쪽으로는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다. 아내의 전폭적인 지지에 감사드린다. 앞으로 메너나 기술면에서도 1위의 모습을 지켜 나가고 싶다"고 했다. 정창대는 운산상까지 받았다.
세상에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올해 헤드부 랭킹 6위에 오른 신용철은 2년 전 엘보로 고생하다 호전되어 좋은 성적을 냈다. 신용철은 "감회가 새롭다. 엘보를 1년 가까이 치료를 했는데 호전이 안 되었다. 민간요법인 뜸 150개를 한꺼번에 팔 위에 올려 놓고 신경 일부를 마비시켰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욱 더 테니스에 대한 애착과 도전의욕이 생겼다"고 했다.
10년 동안 국화부 랭킹1위를 차지한 고미주에게는 '참피언 상'이 주어졌다. 아마추어 동호인 역사상 보기 드문 선례를 남겼다.
개나리부 랭킹 1위를 한 박현주는 직장인이다.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어서 기쁘다. 평일 야간에 구리타워나 포천에서 열리는 남자 대회에 나갔다"며 "직장 1년을 쉬면서 국화부까지 우승했다. 남자들 틈에 끼어 빠른 볼을 많이 친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2년째 베테랑부 랭킹 1위를 한 김용래는 소감을 묻자 묵묵부답. 곁에서 지켜보던 랭킹8위 김학성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김용래는 매우 성실하게 볼을 친다. 평소 하루도 빼지 않고 연습한다는 소문을 실감할 정도 이지에러가 없는 선수"라고 평을 했다.
후끈한 시상식 열기가 계속 되었다. 우리나라 정(情)문화는 유별나다. 주고받는 꽃다발이 넘쳤다. 스마트폰으로 주인공을 찍으려는 사람들에 치여 정작 취재 나온 기자들은 뒷전에서 계속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었지만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신인부인 스타부 2위 양준호를 인터뷰했다. 양준호는 테니스 구력 5년 체육과 출신으로 타 단체에서도 10위 안에 들었다. 양준호는 "꼭 1위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하늘이 돕지 않았다. 우천으로 대회가 연기되는 바람에 마지막 대회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이룰 수 없었다"며 "신인부 우승을 하지 않고 오픈부를 우승하는 바람에 갑자기 점수가 오르면서 랭킹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번에 이루지 못한 랭킹 1위의 꿈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 나가고 싶다"고 했다.
시상식 중간에 신안초등학교를 비롯해 여흥초,광주탄벌초,구월중, 마포중, 수원여고, 경산여고, 조치원여고에 각1백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했다. 전 세계에서 동호인 테니스가 가장 활성화 되었다는 대한민국. 머지않은 미래에 동호인을 넘어 엘리트까지도 그 열기가 전이되는 희망을 꿈꾸게 했다.
랭킹 시상식의 마지막 행사는 행운권 뽑기. 의류와 신발 그리고 비타민등 다양한 상품들이 많았다. 그중 으뜸은 세탁기. 박종순씨가 받았다. 한아름 기쁨을 안고 돌아간 2014년 카타 연말 시상식은 충분히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글 사진 송선순기자
아래는 시상자. 랭킹 순서대로 나열됨
헤드부
정창대 이순규 김창윤 김성원 이상용 신용철 조시창 김학윤 상남규 박제헌
스타부
윤정호 양준호 이현준 황인식 김규섭 김재욱 박지호 이재완 유종식 임경뮥
베테랑부
김용래 이용식성기춘 김정균 이상호 진용업 이철 김학선 남상철 김성수
개나리부
박현주 김영주 김명의 김영심 김희남 류경미 김인형 길은아 박연숙 장미야
국화부
고미주 김선영 김기숙 위홍님 김하정 윤주연 박종순 문곱심 우현옥 임기분
2014를 빛낸 동호인들
카타대상-2014 이노코스마배
최우수선수 운산상-정창대
참피언상-고미주
우수동호인상- 남자 이정현, 신지숙
감사패-손의정 부회장
공로패- 서영익, 박영숙
우수임원상- 김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