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 생각했지요
풀이 무성하고 발길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그 길도 걷다 보면 지나간 자취가
두 길을 거의 같도록 하겠지만요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놓여 있었고
낙엽 위로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습니다
아, 나는 한쪽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길이란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라 여기면서요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건 저거였는데... 내가 가고 싶은 길은 여기가 아니라 저기 어딘가
에 있는데......” 징징거릴 나이는 한참 지났다.
가지 않은 길을 보며 울기보다는 지금 가는 길을, 어느 누구도 나대신 걸어줄 수 없는 이
길을 더 잘 걷는 게 났겠다. 한숨 한 번 쉬고 한 걸음 잘 걷고, 한숨 한 번 쉬고 또 한 걸음
잘 걷고... 후회도 하고 전진도 하면서.
<노진희의 ‘지금은 영시를 읽어야 할 때’ 중에서>
첫댓글 그런거같아요 새로운거 배우는게 힘들고..지금껏 내가 잘해왔던거 계속하는게 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