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자가 불만에 찬 어조로 하느님께 항의를 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행복하고 어떤 사람은 불행합니다. 이것은 몹시 불공평한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그의 말을 듣고, 그를 요르단 강변으로 불렀습니다.
요르단은 사람들이 세상살이를 마치고 건너오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지역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십자가를 지고 강을 건너왔습니다.
하느님은 그 학자에게 말했습니다.
"저들이 지고 온 십자가의 무게를 다 달아보아라."
학자는 하느님의 명에 따라 강을 건넌 사람들의 십자가를 모두 달아보았습니다.
아,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큰 십자가도 아주 작은 십자가도 그 무게가 똑 같았습니다.
학자는 아무 말도 못하고 하느님만 쳐다보았습니다.
그러자 하느님이 말했습니다.
"나는 십자가를 줄 때 누구한테나 똑 같은 십자가를 준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행복하게 웃으면서 가볍게 안고 살고, 어떤 사람은 고통스러워하면서 쇳덩이처럼 무겁게 짊어지고 산다. 내가 늘 똑 같이 공평하게 해주지만 이렇게 저마다 다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이 삶이라는 십자가이다.
<정호승,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 마디'(비채, 2006, pp. 93-94)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