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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초등학교 운동회에 아이들 응원하러 다녀왔습니다.
전날 낮에 4학년 배은지 선생님께 연락드려
아이들과 선생님들 도울 것은 혹 없는지,
아이들과 부모님 추억이 될 만한 사진과 동영상 찍어드리고자 하는데
괜찮으실지 미리 여쭈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참여하시니까 응원오셔도 괜찮아요." 답장주셨지요.
배은지 선생님께서 항상 부드럽게 도와주시는 일을 참 고맙게 생각합니다.
학교에 좋은 선생님 한 분만 계셔도 제겐 큰 힘이 됩니다.
전날 저녁, 부모님들께 개인적으로아이들 응원가겠노라 문자메시지를 드렸습니다.
'네 내일뵈요~^^' (민영이 어머니)
'ㅋㅋ 내일 오세요? 낼뵈요' (휘찬휘겸 어머니)
'네 김밥드시러 오세요. 저 찾으세요' (숙영이네 어머니)
'아~네^^' (진현경주 어머니)
'네^^ (중략) 신영이가 좋아하겠네요' (신영이 어머니)
무려 다섯 분이나 답장을 해주셨죠.
반기시는 답장에 기운도 나고 미소가 절로 지어졌지요.
정많고 살가우신 어머니들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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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무렵, 운동장에 다다르니 운동회가 한창입니다.
활동에 적극적이시고, 최근에 아이가 주로 이용하는 부모님께 먼저 전화드렸습니다.
"선생님 스탠드 쪽이요. 빨간색 셔츠. 보여요?"
아은이 어머니 계신 곳 찾아다가 겨울방학 때 활동을 함께 한 민영이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안면있고 관계있는 부모님 뵈면 힘이 납니다. 인사하며 신이 나지요.
"아이들 응원왔어요. 사진 많이 찍으셨어요?"
"아유 아뇨~"
"아이들 사진 찍어드릴게요. "선생님, 식사는요?"
"이따 김밥 먹으러 오세요."
인사만 들어도 배부를 분위기입니다.
겨울방학 더불어학교 활동하며 여러 번 인사드렸던 학교 선생님들께도 인사드렸습니다.
허창혁 선생님, 김혜숙 선생님, 배은지 선생님...
수고많으시다고 인사드리고 오늘 순서에 대해 여쭙고 설명들으니 행사를 금방 꿰뚫어 봅니다.
또 알게 된 만큼 부모님들 뵐 때 말씀드리니 좋아하시고요.
배은지 선생님께 학교에서 운동회 사진 따로 찍는 분 계신지,
제가 따로 찍는 영상, 사진 필요하시면 드릴지 여쭈었습니다.
"이 다음 순서가 박터트리기래요. 이거 끝나면 점심시간이라네요."
"선생님이 더 잘 아네요. 호호."
단상에 계신 교장선생님께도 인사드렸습니다.
"부모님들께서도 오늘 참 즐거워하시네요."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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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 아래 청팀, 백팀 나눠진 곳에 찾아가 아는 아이들에게 인사했습니다.
하얀 체육복 입은 아이들 모습에 어릴 적 추억이 아련합니다.
뙤약볕 아래 춤추고 열심히 뛰고, 손등에 도장찍고
이웃, 친구와 도시락 나눠먹고 어른들이 사주는 아이스크림과 솜사탕 핥아먹던 그 날...
그 평범한 보통의 일상이 남아있어 고맙고 다행입니다.
제가 아이들을 먼저 발견해서 인사하기도 하고,
저를 먼저 발견한 아이들이 인사하기도 합니다.
자주 오지 않아도 몇 번 봤다는 사실만으로
먼저 인사해주는 아이가 있으니 이게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얼마나 기특해요.
"선생님, 왜 왔어요?"
"응~ 운동회 응원하러. 친한 친구랑 사진 찍어줄까?"
원하는 친구끼리 사진찍어주기도 하고,
인사받아주거나 해준 사실이 고마워 머리와 어깨를 쓰다듬습니다.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순서의 아이에겐 "OO야, 화이팅" 응원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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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한 켠, 스탠드, 나무그늘 아래, 체육관...
예전보다 밖에서 점심을 사먹는 가정이 늘었어도
삼삼오오 둘러앉아 아는 엄마들끼리 점심먹고 수다떠는 재미가 운동회 맛이지요.
운동회 날은 젓가락만 들고 다녀도 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에요.
휘찬휘겸이네 어머니네서 유부초밥, 잡채, 닭튀김 얻어먹다
재니다빈이네 가서 치킨, 김밥 먹으니 배가 부릅니다.
재니다빈이 어머니와 같이 둘러앉아 점심드시는 언니뻘 동네 어머니들 말씀.
"나가서 사먹어도 되지만, 사실 이게 재민데..."
"그럼~ 사실 오늘 같은 날은 엄마들이 더 재밌어."
우리 아이, 옆집 아이, 아는 아이 뛰는 모습에 웃고 놀라고 박수치고
아는 엄마들끼리 둘러앉아 밥먹고 수다떠는 그 맛!
...
두 집에서 얻어먹고 배부른데다 점심시간이 다 지나렸더니
나중에 만난 어머니들께서 오히려 안타까워하셨어요.
"우리집 김밥 많이 남았었는데... 아유~ 오시지." (숙영이네 어머니)
"어디 계셨어요? 식사는요? 사이다라도 한 잔 드실래요?" (준현찬웅이네 어머니)
그렇게 챙겨주시는 말씀이 어디에요.
그 인심, 인정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배불리 먹었거니와 마음부르게 하는 말씀에 마음이 따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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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의 묘미 중 하나인 학부모님 참여코너 입니다.
원통초등학교도 부모님들이 달리기, 줄다리기를 참여했습니다.
"선생님도 뛰지 그래요." 하는 분도 계셨지만 학부모가 아니니 사양했습니다.
추억의 주인이자 장본인은 아이와 부모님 이어야죠.
대신 부모님과 아이들 사진, 영상 잘 찍어드리는데 집중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더 생생하고 작은 재미도 눈에 잘 들어오던걸요.
가까이서 찍으며 있었던 재미난 에피소드 나누니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박터트리기하다) 같은편한테 맞았어요." (첫번째 영상 참고)
"아유, 제자리에서 하는 줄다리기만 했는데 왜 다리가 풀리지~" (세번째 영상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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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초등학교 운동회는 아이와 부모님 뿐 아니라 학교 선생님들의 노고가 많았습니다.
운동회 순서와 내용 곳곳에 신경쓰신 부분이 느껴졌습니다.
점수를 칠판이나 점수판으로 매기지 않고 각 팀별 깃발 개수로 매기시니
점수가 겉으로 드러나지않아 '경쟁'으로 인한 감정싸움이 덜 했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운동회 상품을 이긴 팀, 진 팀에 차이를 두지않을 뿐 아니라
문구세트 같은 물건으로 그냥 주지 않기로 결정하셨다는 점도 남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행사 내용을 보니 계주는 오전, 오후로 나누어
저학년이 오전에 한 번,
고학년이 오후에 한 번 할 수 있게 해
대표로 소수만 뛰는 게 아니라 보다 고루 뛸 수 있도록 안배하셨습니다.
운동장 공간을 나누어 한 번에 몇 가지 순서를 진행한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김혜숙 선생님은 점심시간에 운동장을 돌며 부모님들 한 분 한 분께 인사드리시는 모습을 봤고,
허창혁 선생님은 스스로 얼마나 신나게 누리시던지 보는 저도 흥이 났습니다.
원통초등학교 운동회 내용에서 나중에라도 여쭈어 듣고 배우고픈 부분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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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메시지로 가정별로 고마운 일을 말씀드리고
메일 주소 알려주시면 사진, 영상 보내드리겠노라 했습니다.
메일로 가정별 사진과 영상을 보내드렸습니다.
도시락을 이웃 어른, 친구들과 나눠먹고
엄마가 준 용돈으로 솜사탕, 아이스크림 사먹고
손등에 달리기 등수 도장 찍고,
아는 어른들이 줄다리기, 달리기하는 그 순간에 가슴 졸이게 응원하는 심정,
청팀백팀 나눠 열띠게 응원하는 열기.
이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 그리고 추억.
단 몇 장의 사진과 영상일지라도
오늘 그리고 지금의 순간을 추억하길 바라며 보냅니다.
저도 아이들과 부모님 바라보며 어린시절 그 아련한 추억에 젖었어요.
귀한 아이와 부모님의 일상에 함께 할 수 있어 고맙습니다.
- 이주상 드림
'고맙게 받을게요.' (휘찬휘겸이 어머니)
'감사합니다~' (재니다빈이 어머니)
'오늘 고생많으셨어요. 신영이가 좋아하네요. 잘 볼게요.' (신영이 어머니)
'정말 소중한 추억 남겨주어 감사드립니다~^^ 보고 많이 웃었습니다.' (민영이 어머니)
추억의 장본인이자 주인인 아이들과 부모님 그리고 이웃이 그 기억 속에 복되기를 바랍니다.
지금 제 기억에 그렇듯, 평범한 아이와 가정의 일상인 운동회가 아련한 추억이기를 바랍니다.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