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08.08.
‘33사 관음성지 순례’ 소식을 듣고 경주로 향한다.
너무 반갑고,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많다.
<불국사> 홈 페이지에는 ‘33사 관음성지 순례’에 대한 정보가 없어 직접 방문해 보기로 한다.
아, 물론 길 나설 핑계도 될 겸.
그리고 석굴암에도 한 번 올라 봐야지...
표(4,000원)를 끊고 입장.
<天王門> 바로 옆에 새 건물을 짓고 있다.
수장고, 전시실, 홀 등의 용도를 위한 건축인데, 四天王(增長, 持國, 廣目, 多聞)은 이 건물 공사가 불만인지 잔뜩 눈에 힘을 주고 있다.
안내소에서 물음을 한 다음 <종무소>로 찾아가는데, <佛國寺美術館-사실 미술관이 아니라 관광기념품 파는 상점에 불과>이란 길 안내판 밑에 <朱印帳>이란 글이 보인다.
<흠, ‘33사 관음성지 순례’를 위해 준비를 많이 했군>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외부인출입금지>란 팻말 안으로 쑥 들어간다.
무쇠솥 아래 장작불이 지글대며 타고 있는 식당건물이 빤히 보이는데 종무소는 안 보인다.
판석이 곱게 깔린 <院主室>에 가서, 院主室을 지키는 보살에게 물으니 식당 옆 건물이 종무소다.
팻말에 글자 한 자 써 넣으면 될 걸 가지고.
하여튼 소나무 장작에서 나오는 솔향기와 뜸 들이며 나오는 구수한 냄새를 한 번 더 맡아 손해 드는 기분은 아니다.
종무소에 들어가서 공손하게 온 목적을 말하니 사복을 한 어떤 직원이 손으로 머리 뒷통수를 짚으며 아-하며 고개를 뒤로 젖힌다.
아마 절의 크고 작은 일을 관할하는 실무자인 모양인데, 내가 33사 어쩌고 하니 나를 지나간 이 행사에 대해 따지러 온 사람으로 착각을 한 모양이다.
그 옆에 있던 여직원이 33사 어쩌고하는 행사에 대해 하는 말이 가관이다.
절측은, 33사 어쩌고 하는 것은 모르고 단지 33사 어쩌고에 선정이 되어서 그저 33사 어쩌고 행사에 장소만 빌려줬을 뿐이라며, 33사 어쩌고 하는 것은 <한국관광공사>에 문의를 해 보라는 것이다.
허참!
허참씨는 가족오락에만 출연하는 줄 알았는데.....
아무런 성과도 없이 <외부인출입금지> 판을 뒤로 하고 나온다.
<들어가지 말라는데 왜 들어가>.
말 못하는 나무판이 알기는 제법 많이 안다란 생각을 한다.
절 더 안쪽으로 발을 옮긴다.
<안전제일>이란 글자가 적힌 플라스틱 방어막이 담장 근처에 설치되어 있고 그 안에는 긴 쇠파이프가 자리하고 있다.
불국사는 아직도 건립되고 있는 중이다.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누가 신라 때 김대성 공이 완성을 했다고 해?
<사리탑>에 오자 어둑한 하늘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드디어 비를 쏟기 시작한다.
일시에 모든 사물이 정지된다.
움직이는 건 오로지 빗물 뿐. 절 마당에 빗물이 흐르며 조그만 골들이 생긴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저 골이다.
절 마당이나 진입로 보도 등의 대부분이 마사로 깔려 있는데 이 마사흙이
보도로서는 훌륭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지가 많이 나지 이렇게 비가 내리면 작은 골들이 군데군데 생기기에 보수를 제때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람객이 적은 절이야 별 상관이 없지만 큰 절일수록 걷기가 성가신 경우가 많다.
불국사도 경내걷기가 그렇게 좋은 조건은 아닌 것 같다.
원주실 앞에 있는 판석 같은 돌에 골, 즉 웨이브를 주어 보도를 꾸미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절 마당을 전부 판석으로 도배를 하라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이절로 호구를 하는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 좀 연구를 하라는 말이다.
비가 뜸한 틈을 타 옆 <毘盧殿>으로 옮긴다.
안에는 <금동비로자나불>이 정좌해 있다.
현판을 찍으려고 사진기를 꺼내니 안에 있던 노보살이 손사래를 친다.
내가 <금동비로자나불>을 안 찍고 현판을 찍으려고 한다니, 검지손가락으로 저리 가라며 아예 상놈 취급을 한다.
<NO PHOTO INSIDE>!
건물 밖에 붙어 있는 현판 찍는 것도 안 되나.
<촬영금지>, <외부인 출입금지>, <관람객 출입금지> 우째 이래 하지 말라는 게 이리도 많나.
<觀音殿>은 생략. 33사 어쩌구 더 하기 싫어서다.
<無說殿>으로 오는데 어라 모자 쓴 어떤 할배가 <無說殿> 축대로 아예 오르지도 말란다.
안에서 뭔지는 모를 중요한 예불을 드리는 모양인데 왈깍 신경질이 난다.
죽은 공명 산 중달 쫒는다지만, 이 세상엔 죽은 부처나 죽은 예수가 절대로 쫒지 못하는 살아있는 神將들이 천지다.
1회용 우비를 걸친 일본애들이 많이 보인다. 앞가슴에 <울산대학>이란 글이 찍힌 붉은 T-셔츠를 입고 있는데 사실 그들 보기에 괜히 내가 좀 부끄러워진다.
갑작스런 비가 왔을 때, 일본인들은 자기의 절에 온 손님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아보기나 했는지 모르겠다.
관람객을 손님으로 맞이하느냐 단순히 4,000짜리 표로 여기느냐는 큰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오늘은 재수가 별로다.
불국사에 입장하기 전 주차장 옆 안내소에 들어가, 관광안내지도 상에 그어져있는 석굴암 앞의 <도보탐방로>를 물었을 때, 안내양 왈 그 길은 험해서 못 간다는 것이다.
길이 험한 건 길 사정이고 그런 길이라도 가려는 것은 내 사정인데 싶어 꼬짓꼬짓하게 물으니, 사실 그 길 중 반은 없다는 게 아닌가.
지도에 반드시 <도보탐방로>라 표기되어 있는데 왜 길이 없냐니, 뭐라뭐라하는데 더 묻지를 못하겠다.
석굴암에 올라 <도보탐방로>로 가보려던 계획이 없어져 버렸다.
절을 나와 불국사역으로 향한다.
이 길은 초등학교 때 수학여행 시 걸었던 길이다.
지도를 보면 금방인 것 같은데 제법 먼 거리다. 게다가 여우비도 솔솔 내리고.
한참을 걷는다.
이상타?
문제는, 먼 거리도 여우비도 아닌 길을 잘 못 든 것이다.
다리 2개를 지나 하천을 따라 멀리 보이는 건물을 목표로 두고 가는데, 어라 제방길이 엄청나게 불국사쪽으로 유턴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폭 5m정도의 개천을 건넌다. 갑작스런 비로 물이 불어 있으나 중간에 징검다리 돌이 있어 다행이다.
개천을 넘어 도로변으로 나가니 바로 <불국동>이다.
<불국사공설시장>에 들어가니 <암뽕수육>하는 집이 있는데 망설여진다.
먹거리가 천지라 고민이 팍팍 된다.
<꿉스꿉스>도 좋을 것 같고 <순대국밥>도 그럴 듯해 보이고 , 나는 어때하며 <손만두>간판도 고개를 내민다..
몇 번을 망설인 끝에 들어간 집은 의외로 중국집.
밖의 간판 짜장 2,500을 보고도 주문은 의외로 4,000짜리 짬뽕.
영남대로 상의 제1로 꼽은 짬뽕을 능가하는 대어를 혹 낚을까 싶은 심정에서다.
그러나 그런 짬뽕을 찾기는 어렵다.
아, 신라의 달밤이다.
<불국사역>.
옛날 모습은 안 보인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청춘들이 역사 안에서 떠들고 있고, 젊은애들에게 자리를 빼앗긴 어떤 할배와 할매가 서먹하게 역사 밖을 헤맨다.
역사 안에 붙은 시간표와 가격표를 보니 열차는 더 자주 운행되고 가격도 많이 내린 듯하다.
부전역 가는 차는 40여분 뒤에나 있다.
창구에 표를 파는 역무원은 차시간을 몇 번이나 확인한 후에야 표를 건넨다.
역사 안에는 기념 스템프가 있고 그 옆에는 독서대에 책이 빼곡하게 차 있다.
또 하나 눈에 띠는 것.
역사 안에서 과자 부스러기를 파는데 과자는 표창구 안에 진열되어 있다.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데.
하여튼 길을 나서면 뭐라도 꼭 한 개씩은 볼거리가 생긴다니까.
오늘의 포토제닉상은 아무래도 저 과자 껍데기에게 줘야할 것 같다.
빈 과자 종이껍데기를 보고 ㅎㅎㅎㅎㅎ거리는 내 내밀한 음소가 33사 관음성지에까지도 전해질까?
목어, 운판, 법고, 종이 사물. 종 자리에는 새똥이.
다른 곳에 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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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감합니다.
행님 원래 우리나라가 그렇소 그걸 아직 몰랐는기요? 목욕하러 가면 무슨 온천이 게르마늄 음이온 뭐시, 피부병에 좋고 당뇨, 고혈압,,, 좋다 해놓고 뒤에 단 피부병 환자는 입욕을 금합니다..관람객 돈 내고 들어가면 관람객 입장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