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단양군은 예로부터 '청풍명월'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충주 다목적댐 공사로 본래의 단양은 물속으로 사라졌지만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라는 이름을 덤으로 얻게 되었다.
단양의 명물인 '팔(8)경'은 남쪽 소백산맥에서 내려오는 한강의 두 지류를 따라 펼쳐지는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 사인암'과 단양의 서북쪽에 있는 '구담봉과 옥순봉', 북쪽의 '도담삼봉과 석문'을 일컫는다. 그리고 이 일대는 조선 명종때 단양군수를 지냈던 퇴계 이황이 극찬한 여덟 경승지로 알려져 있고, 조선왕조 개국공신 정도전을 비롯하여 토정 이지함 선생 등 수많은 인물들이 쉬어 갔던 곳으로 역사적으로 또한 문화적으로 유서깊은 명승고적들이 산재해 있는 곳이다. 이런 얘기들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하늘을 가리는 울창한 숲, 수정처럼 맑은 물, 기암괴석 등 이곳이 일상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의 피로를 말끔히 해소해 줄 휴양지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여기서는 단양팔경 가운데 단양의 서북쪽에 있는 '구담동'과 '옥순봉'을 둘러보고자 한다. 구담봉과 옥순봉은 충주댐 건설로 생긴 큰 담수호인 충주호 가운데 서 있다. 아니, 서 있게 됐다. 그래서 이 구담봉과 옥순봉 일대는 육로로 접근이 불가능하다. 그 경치를 가까이에서 구경하고 싶다면 충주호 나루터나 혹은 단양 나루터에서 유람선을 타야 한다. 충주호의 장회나루에서 유람선을 타고 청풍나루까지 왕복하는 코스, 신단양나루에서 충주까지 가는 유람선 등 여러 가지 코스가 있으나, 나비포유 일행은 장회나루에서 유람선을 타기로 하고 출발했다.
혹시 출발지가 문화재 단지라면 문화재 단지에서 수산리까지 나오는 길이 적당한 굴곡을 그리고 있어 리듬감있는 운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수산리에서 장회나루에 이르는 호반길은 충주호 드라이브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매력적인 곳이다.
장회나루는 앞서 말했듯이 단양팔경의 비경, 아름다운 충주호 비경을 유람선을 타고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이곳은 유람선을 타고 구담봉과 옥순봉, 그리고 금수산의 비경을 보고자 하는 관광객들로 항상 북적인다. 물론 휴게소도 있어 잠시 쉴 수도 있다. 상기 좌측 화면은 아이나비로 검색한 장회나루이며, 우측은 맵피로 검색한 화면이다.
이제부터 잠시 현지에서 현지인의 얘기를 듣고 알게 된 정보를 간단히 전한다. 장회나루에 도착하면 2개의 유람선 회사가 있다. '(주)충주호관광선(043-423-8615, 8616)'과 '충주호유람선(주)(043-422-1188)'의 2개 회사이다. (주)충주호관광선은 쾌속정을 운행하는데 말 그대로 쾌속정이라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그로 인해 확성기를 통해 나오는 가이드의 소개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기도 하고 보기에도 아까운 절경이 어느새 저만치 지나가 버리기도 한다고. 그 대신 항로가 길어 더 많은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반면 충주호유람선(주)은 말 그대로 배가 유람을 하듯 움직이며 유명한 지역에서는 잠시 배를 멈추고 소개하는 시간도 갖는다고 한다. 물론 그러다보니 정해진 시간 내에 볼 수 있는 것은 한정된다고.
나비포유 일행은 충주호유람선(주)의 유람선을 타기로 결정했다. 실은 그 전에 (주)충주호관광선의 표를 예매했다가 되물리는 해프닝이 있었다.^^;; 천천히 움직이는 유람선이라야 사진 촬영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며 가이드의 설명도 제대로 들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비포유 일행이 승선하는 유람선은 1시간 동안 수려한 장회리 일대 제비봉, 구담봉을 거쳐 옥순봉까지 회항하며, 승선비는 어른의 경우 8,000원, 어린이의 경우 4,000원이다.
표를 사서 들뜬 마음에 호수 위에 떠 있는 선착장으로 내려간다. 내리막길 아래 나루터에서는 말 그대로 '풍악'이 큰 확성기를 타고 흘러나오고 있고, 이미 흥에 겨운 어르신들은 어깨춤을 덩실거리며, 주름졌지만 시름잊은 활짝 갠 구리빛 얼굴로 유람선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필자 역시 기분이 흥겨워지는 듯하다.
장회나루에서부터 이미 나비포유 일행을 감동시킨다. 유람선을 타러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곳에서 바라보는 비경이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그림같은 경치가 생겼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누군들 이곳에 배를 띄우고 풍류를 즐기고 싶지 않겠는가?
나비포유 일행이 승선하는 유람선 맞은편에는 (주)충주호관광선의 쾌속정 역시 떠날 채비를 하면서 관광객들을 싣고 있다. 그 모습 역시 한 폭의 그림이 되고 있다.
선착장을 떠나 유람선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산이며 계곡이며 봉우리들이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를 반복하며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같은 대한민국에 있는 산이래도 어떻게 이렇게 다를까... 유람선 따라 움직이는 시원한 뱃바람이 절경과 함께 더욱 기분을 청명하게 만든다.
유람선을 타고 물길을 따라가며 바라보는 옥순봉과 구담봉의 절경은 중국의 계림에 필적할 정도로 아름답다고 한다.
단양팔경 가운데 제5경인 구담봉은 충주호에 솟아 있는 높이 330m의 작은 산으로 남한강 줄기를 따라 깍아지른듯한 장엄한 기암괴석이 뮬 속에 비친 모습이 거북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아담한 규모의 부챗살처럼 드리워진 바위능선이 설악을 닮은 듯하고 능선 좌우의 기암절벽이 금강에서 옮겨놓은 것 같은 구담봉은 이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짜릿한 쾌감과 눈요깃감을 선사할 만하다.
거북 모양의 바위는 두 군데가 지적되는데 재미있게도 좀 음흉스러운 숫거북이와 알을 낳는 암거북이의 형상을 띄고 있다는데... 둘 중 하나만 찾아도 장수한다는 출처 불명의 얘기도 있다. 필자는 운이 좋은 것인지 눈이 좋은 탓인지 두 개를 다 발견할 수 있었다.
구담봉과 얽힌 옛얘기도 몇가지 있다. 퇴계 이황은 구담봉의 장관을 보고 '중국의 소상팔경이 이보다 나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그리고 조선 인종 때 토정 이지함의 형인 백의 재상 이지번이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은거했는데 늘 푸른 소를 타고 강산을 유람하며 나무학을 만들어 타고 다니는 기인 행각을 하고 다녔는데 이를 두고 사람들은 신선이라 불렀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제6경인 옥순봉은 구담봉에서 1km쯤 배르 타고 지나오면 볼 수 있는데, 옥순봉 200여m 지점에 2001년 12월에 개통된 옥순대교에서도 멀리서나마 편하게 조망할 수 있다.
옥순봉은 봉우리들이 마치 비온 뒤의 죽순처럼 솟아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기암절벽의 푸른 바위들이 대나무순 모양으로 천여척이나 힘차게 우뚝 솟아 절개있는 선비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신비한 형상을 하고 있다.
옥순봉은 그 산형의 색과 묘, 그 산세의 기복과 굴곡이 실제로 자유분방하고 기상천외에 보이는 이들로 하여금 그 절경을 찬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소금강이라는 별칭이 조금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여지승람에 의하여 연산군때의 문신 김일손 선생도 이곳을 탐승하면서 절경의 협곡을 극찬하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옥순봉은 원래 청풍군에 속해 있었는데 조선 명종초 관기 두향이가 단양 군수로 부임하는 퇴계 이황 선생에게 단양군으로 속하게 해달라고 청하였으나 청풍군수가 이를 허락치 않아 퇴계 이황 선생이 석벽에 '단구동문(丹邱洞門)'이라는 글을 암각하여 이곳이 단양의 관문이 되었다고 전한다. '베갯머리송사'라더니 관기 입장에서 군수에게 청을 한 관기 두향이가 깜찍(?)하기도 하고, 다른 것이 아니라 옥순봉을 자신의 고을에 속하게 해 달라는 청을 했다는 것이 감탄스럽기도 하다. 옛선조의 풍류란 참으로 그 깊이를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주변에는 강선대와 이조대가 마주보고 있으며 특히 강선대는 높이 15m의 층대가 있고 대위에는 100여명이 앉아 놀 수 있다. 호서읍지에 의하면 당시의 관기 두향이 풍기군수로 전임한 퇴계 이황을 그리면서 강선대 아래에 초막을 짓고 살다가 죽으면서 이곳에 묻어 달라 하여 장사하였는데, 그후 기녀들이 이곳에 오르면 반드시 제주 한 잔을 그의 무덤에 올렸다 한다. 그리고 충주댐 수몰로 이장하여 강선대 위 양지바른 산에 이장하여 매년 관기 두향의 넋을 기리는 제를 올리고 있다고.
장회나루에서 시작된 유람선은 이제 다시 장회나루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래간만에 꽃단장을 했음에 분명한 들뜬 단체여행 어르신들은 돌아가는 길에 흥겨움에 덩실 춤추기 시작했다. 관광은 끝났고 여흥이 남았음이리라...
또 한쪽에는 연인이 조용히 함께 절경에 빠져 있는 모습은 또 한 폭의 그림처럼 만들어 냈다. 그러나 잠시 후 스피커를 통해 유람선 선장의 "뽕짝 풍악을 울리는데 반대하시는 손님 계십니까?" 하는 정중한 양해의 멘트가 흘러나왔고, 곧 이어 무아지경의 트로트가 조선팔도 "유람선" - 그 전통의 아우라로서 배를 휘감았다. 유람선도 트로트를 아는지 리드미컬하게 출렁이며 나룻터로 향했음은 물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