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글자 생활에 관한 성명서]
우리의 주변에는 아직까지도 한자가 대단한 조화물인 양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는 한자가 우리 겨레의 뿌리인 양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우리의 일상 글자생활에 한자를 섞어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터무니없는 생각이며,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겨레 역사 발전을 가로막는 잠꼬대다. 이에, 우리의 견해를 온 겨레 앞에 밝히고자 한다.
1. 글자는 ‘언어’를 적기 위한 ‘연모’다. 연모는 사람들이 사용하기에 편리해야 한다. 지금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글자는 수십 종이 되는데, 그 가운데 한자는 가장 원시글자이고 사용하기에 불편한 글자다. 이것은 중국사람 들까지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우리 겨레의 언어를 가장 자유롭게, 가장 완벽하게 적을 수 있는 글자는 한글이다. 우리가 사용하기에 가장 편리한 글자는 우리 글, 한글이다. 그러므로 한글만으로 적어도 아무런 모자람이 없다. 그것은, 한글만 쓰기가 우리 생활 속에 널리 뿌리내려 있는 사실이 넉넉히 증명된다.
이처럼 좋은 한글을 두고 우리의 글자 생활에 한자를 끌어다 쓴다는 것으, 우리 겨레의 발전 의지에 대한 거역이다.
2. 이제 한글만 쓰기는 우리의 생활 속에 굳건히 뿌리를 내렸다. 이러한 경향은 갖가지 선전물과 교통 수단의 알림글, 대학신문과 잡지와 소설 책을 지나, 학술 서적까지 보편화되었다. 이것은 500년이라는 긴 세월이 투자된, 민족사의 필연이다.
이 민족사의 필연을 막으려고 한다면, 그것은 우리 민족에 대하여 반역을 도모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일부 사람들은 겨레 문화의 계승을 내세우며 한자 쓰기에 매달리는데, 그것은 지성과는 거리가 먼, 맹신적인 작태다. 한자는 우리의 것이 아니며, 한문은 우리 겨레의 말과는 그 구조가 전혀 다르다. 한자 몇자 쓴다고 전통 문화가 계승되는 것은 더구나 아니다. 참다운 겨레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서는 하루바삐 한자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3. 한글은 우리들이 추구하는 민주, 평등 사회의 건설에 크나큰 이바지를 해 왔다. 개인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는 데에 이만큼 위대한 구실을 한 글자가 이 세상에 한글말고 또 있었는가? 우리가 아직도 한자와 한문만 사용하고 있다면 우리 국민이 이만한 삶을 누릴 수 있었겠는가? 이런 사실들을 외면한 채 한자 섞어 쓰기를 버리지 않고 있으니,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절대군주, 봉권 사회로 돌아가겠단 말인가!
일부 사람들은, 대학 졸업자들도 한자를 몰라 신문을 읽지 못한다고 떠들어댄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관장된 소리라고 본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조차도 못 알아보게 간행되는 신문이 문제다. 요즘 대학 졸업자들은 중학교 때부터 (적어도 6년 동안) ‘한문’ 과목을 정식으로 배웠는데, 이 사람들이 잘 읽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우죽하겠는가? 이러한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신문이 있다면, 이는 국민의 ‘알권리’를 탄압한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4. 바야흐로 정보화, 속도화 시대다. 그런데, 한자는 쓸데없이 복잡하고 원시글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체제에 능률있게 활용할 수가 없다. 한글은 과학체계에 맞는 글자여서 이러한 시대를 앞장서 이끌 수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한글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우리의 글자 생활을 기계화, 속도화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 시대를 앞장서기는커녕 살아남기도 힘들 것이다. 그런데, 한자는 글자 생활의 기계화, 속도화, 능률화를 가로막는 애물꾸러기다. 일부에서는 극히 자그마한 가능성을 쳐들어 한자로도 기계화, 속도화를 이룰 수 있다고 변호하지만, 그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에 지나지 않는다.
엄연한 과학 사실과 근거 앞에서도 끊임없이 한자 섞어 쓰기를 주장하는 것은 과학의 발전에 대한 심술이며, 겨레의 번영에 대한 훼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위와 같은 견해를 밝히면서, 우리 겨레의 글자생활은 한글만으로 하는 것이 마땅하며, 이를 도약대로 하여 겨레의 통일과 중흥을 이룩하는 것이 지금의 우리에게 맡겨진 민족사의 책무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1992년 2월 15일
한글문화단체 모두모임 회장: 안호상, 부회장 한갑수, 전택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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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문화단체 모두모임
(우) 110-600 광화문 사서함 36호
한글모 제 904272-1호 1989.4.27
수신: 노태우 태통령님
제목: 우리말 다듬기 남북 모임 구성 알선 의뢰 재 청원의 일
1. 나라일에 얼마나 바쁘십니까? 여러 모로 두루 고맙게 생각합니다.
2. 지난 1988년 7월 26일에 드린(문서번호- 한글모 제8800070033호) “우리말 다듬기 남북 모임 구성 알선 의뢰” 청원에 대해서 각별한 관심을 가지시고, 해당 기관으로 하여금 진지하게 연구 검토하도록 해 주시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3. 구태여 “문익환 목사 입북 사건”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 나라 안팎의 정세가 몹시 다급해지고 있는만큼, 우선 남북 모임을 바라는 성급한 국민들의 숨고를 터주기 위해서라도 “우리말 다듬기 남북 모임”은 한시바삐 열려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남북 모임은, 가장 순하게 시작해서, 가장 부드럽게 의논할 수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중국의 연변동포나, 소련의 타시겐트 동포나, 미국, 일본, 카나다, 유럽 등 세계 각국에 나가있는 우리 교포가 다 모이기 때문에 일부 과격한 사람들의 독주를 막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모든 남북 모임의 첫 길을 순하게 터주는 좋은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더욱 더 뜻이 있습니다.
또한 ‘말’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것의 바탕이 되는 것인만큼 마땅히 모든 것에 앞서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4. 1989년 4월 27일, 한글 문화단체 모두모임 두돌맞이 학술토론회 끝에, 모인 사람 모두가 한결같이 간절하게 바라기에, 지난번에 청원 드렸음에도 불고하고, 다시 한번 재 청원을 드리는 바입니다.
5. 건강과 행복을 누리면서 내내 건투하시기 바랍니다.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회장 안호상
(연락처 735-2234 문제안 사무총장)
1992년 한자단체가 한글전용 정책을 막고 초등학교 한자교육, 한자혼용을 꾀할 때 한글문화단체가 그 반대 건의서를 정부에 내려고 한글단체와 사회단체에 보낸 협조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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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또 다시 한자 문제를 들고 나와 역사의 발전을 가로막으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에, 우리의 힘을 모아, 그들의 주장이 올바르지 않음을 밝히고, 우리의 국어 교육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써 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정부에 내고자 합니다. 그 건의서는 따로 붙인 것과 같습니다.
이 일에는 여러 단체의 동참이 필요합니다. 선생님께서 이 일에 뜻을 같이 하시면, 여기에 함께 보내 드리는 시명서(2장이 필요함)에 서명을 사시어 늦어도 4월 7일까지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서명을 하실 때에는, 현재 몸담고 계신 단체(직장, 학회)와, 맡으신 직위( 회장, 부장, 학장, 사장 등)를 꼭 적어 주시기 바랍니다.
1992년 3월 20일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회장 안 호상
한글학회 이사장 허 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