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는 무량한 공덕을 짓는 일이다.
현묵스님(송광사)
절에서도 보면 천도재를 지내고 또 가정에서도 제사를 지내지 않습니까? 요즘 보면 귀찮으니까 제사를 안 지내려고 그래요. 절에 와서도 천도재를 자주하는 것을 보고는 영가가 오는지 안 오는지 모르겠고 형식적으로 하는 건데 싶어서 마음을 잘 안냅니다.
저는 절에 71년도에 송광사에서 입산해가지고 스님이 되어 선방에서만 다니면서 참선을 했습니다. 그중에서 지리산 칠불사가 좋아서 거기서 10년을 눌러 살았습니다. 그 때 안거가 끝나면 스님들은 걸망을 챙겨서 만행을 떠나는데 저는 그곳에 ‘10년을 눌러앉아 정진해 보면 좋을 것이다.’고 생각해서 나가지 않고 나가지 않고 살았습니다. 스님들이 떠난 뒤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아서 선방에 눌러앉아 지내는데 하루는 법당보살이 올라와서 스님! 스님! 나와 보세요. 급한 일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원래 선방이나 선원은 재가불자들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법당보살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상당히 다급한 일이 생겼는가 싶어서 왜 그러십니까? 하고 나가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마침 아래로 100미터 쯤 내려가면 큰 절이 있는데 칠불사에 주지스님도 나가셔서 안계시고 다른 스님도 아무도 안계시는데 지금 이제 계 받은 스님 혼자밖에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 누가 상담하려 왔는데 스님이 내려와서 좀 봐주시라고 합니다. 내려오면서 얘기를 하는데 보니까 그 법당보살님 친척되는 사람이 경남 진주에서 초등학교교장선생을 하고 계시는데 그 가족이 다 왔다는 거예요. 그래서 법당에 내려가서 법당 한쪽자리에서 그분들을 만나서 서로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교장선생 내외분이 오셨는데 궁금한 이유를 묻는 것이 뭔가 하면,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그 집에 경상대학교에 다니는 딸이 있는데 꿈에 할아버지를 봤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러 려니 했는데 아침밥을 먹다가 갑자기 할아버지 목소리를 흉내 내면서 교장선생에게 야단 을 치면서 오늘은 학교로 가지 말고 산소에 가서 참배하고 절을 세군 데로 가자는 거예요. 그래서 삼천포 ‘우릉사’하고, 하동 ‘쌍계사’하고 마지막으로 칠불사로 올라왔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스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하는 거예요. 그럼 그 딸아이는 어데 있습니까? 하니까 마당 밖에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 들어와 보라고 하세요. 했더니 딸이 들어오는데 보니까 이쪽에서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법당 문을 턱 들어오는 순간을 보는데 눈에서 불이 번쩍 나는 거예요. 마치 옛날 시골 대청의 컴컴한 마루 밑에서 보던 고양이의 눈에 불을 보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이쿠! 이거 보통문제가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들어와서 옆에 와 앉으라고 했더니 그 딸이 마침 대학동아리의 불교학생회에 다녀가지고 절의 법도를 잘 아는 거예요. 아주 공손히 깎듯이 삼배를 올리면서 ‘아이구! 스님 공부하시는데 시간을 빼앗아서 죄송합니다.’고 그래요. 그래 앉아보라고 하고 ‘할아버지를 봤다면서?’하니, ‘예’그럼 지금도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는가? 하니 만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 할아버지한테 돌아가신 분이 왜 오셨는지 한번 여쭈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아이가 가만히 정좌하고 앉더니 몸에 힘을 다 빼고는 고개를 돌리는 것입니다. 고개를 세 바퀴 돌리고 난 뒤에 “으흠”하는데 조금 전의 여대생 목소리가 아닌 것이었습니다. 노인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자기 아버지 이름을 부르면서 “네 이놈! 산소에 벌초도 안하고 제사도 안지내고 나쁜 놈!”그러더라고요. 그래 제가 교장선생님한테 성묘도 안하고 제사도 안 지냈습니까? 하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스님! 참 말씀드리기 죄송한데 저희집사람이 교회에 다닙니다. 그래서 한 삼년은 모셨는데 저 형제가 두 사람이라서 어머님 제사는 삼천포에서 약국을 하는 동생이 지내고, 아버님은 자기가 지냈답니다. 그랬는데 집사람이 교회에 다니다보니 제사를 지내는 것이 귀찮아져서 ‘여보, 삼천포 동생한테 제사비를 좀 부쳐주고 제사를 안모시면 어떨까요, 제사비를 부쳐주고 제사지내는 김에 밥 한술 더 떠놓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자꾸 해서 삼천포 동생에게 전화해서 형수사정이 그러니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하니까, 동생은 절에 다니는 사람이라 ‘형님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시죠.’그래서 제사 때면 돈을 10만원씩 부쳐주었답니다. 그러고 제사는 일체 다 놓아버렸답니다. 그러다보니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내가 그이야기를 듣고는 교장선생 사모님한테, 사모님 이렇게 벌어진 일이 사모님 때문에 그리된 것 같습니다. 지금 아버님이 원체 화가 났으니 일단 잘못했다고 용서를 비십시오. 다 큰 딸아이가 이렇게 정신이 없으면 앞으로 시집가는 문제도 큰일이고 공부도 큰일입니다. 그러자 사모님 되는 여자 분이 얼굴이 노래지더라고요. 노래지면서 일어나서는 ‘아이구, 아버님 잘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성묘도 잘 하고 제사도 잘 지내겠습니다. 용서하십시오.’하면서 절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눈을 부릅뜨고 있던 딸아이가 눈을 감으면서 뒤로 쓰윽 나가떨어지는 겁니다. 한도 천천히 나가떨어지니까 이 사모님이 절하다가 말고는 아이가 바닥에 떨어지면 뇌진탕이라도 걸릴까싶어서 얼른 가서 머리를 받히더라고요. 그만큼 천천히 넘어갑디다. 머리를 바치고 난 뒤에 아이가 머리를 털면서 일어나는데 일어나서는 아주 화를 내는 거예요. ‘왜 건드리느냐고?’그래 제가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신이 들린 사람은 맨발로 작두위에서 춤을 추어도 다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 신이 들어왔다가 나갈 때에 아무런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걸 확신했거든요. 그래서 ‘절대 건드리지 마세요. 건드리면 할아버지가 들어와서 나갈 때 장애를 일으키니까 다른 기운이 건드리면 안 됩니다. 건드리지 마세요. 절대 뇌진 탕에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랬습니다.
그랬더니 몇 번 이야기를 주고받고 했는데, 제가 또 궁금한 것이 사후의 세계도 궁금하고 앞으로 절대로 딸아이에게 오지 말라고 부탁도 해야 되겠고 그래 이야기를 더하려고 그러니까 그때 시간이 되어 칠불사에 가보신 분은 알겠지만 지리산 칠불사에는 대웅전 옆에 조그만 문수전이 있습니다. 원래 지리산에 상주하는 문수보살이 계신다고 해서, 그 문수보살님한테 늘 천일기도를 모시고 있는 그런 법당이 있습니다.
그 법당에서 목탁소리가 톡톡 나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 딸아이가 하는 말이 ‘스님 저 목탁소리 때문에 할아버지가 들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하는 겁니다. 그때에 제가 이 천수경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계 받은 스님이 천수경을 치면서 기도를 시작하는데 그 천수경과 목탁소리 때문에 할아버지가 법당에 못 들어온다는 겁니다. ‘목탁소리가 나지 않는 데로 갔으면 좋겠습니다.’해서 소리가 들리지 않는 다른 데로 옮겨서 다시 이야기를 했습니다. 몇가지 물어보고 마지막으로 할아버지한테 ‘할아버지 앞으로 이 손녀한테 자꾸 와서 이러면 손녀의 앞날에 지장이 많으니 될 수 있으면 오지 않았으면 좋겠고 좋은 영계로 가서 극락왕생하시고 제사 때만 와서 제사 잡숫고 가십시오.’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제사만 지내고 성묘만 잘 한다면 내가 왜 손녀를 괴롭히겠느냐’고 이렇게 야단을 치더라고요. 그랬더니 딸의 어머니가 사정을 하면서 ‘아이구, 아버님 잘못했습니다. 틀림없이 제사 잘지내고 성묘 잘하겠습니다.’하고 용서를 빌고 그렇게 하고 다 떠났습니다. 그리고‘다시 문제가 있으면 와서 상의를 하십시오.’ 하고 보냈는데 그 뒤로는 그 가족들이 오지를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법당보살님이 화개장터까지 배웅을 해줬는데 내려가면서 딸아이가 기분이 좋아서 콧노래를 부르면서 가는 것을 보았답니다.
우리가 제사를 지낸다는 이것도 복 짓는 마음이에요.
내가 좀 수고롭기는 하지만 그 복 짓는 마음에서 또 복이 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천도재를 잘 지내고 제사를 잘 모시면 그 당사자인 영가가 30% 가져가고 나머지 70% 복은 제사를 지내는 사람이 받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원력을 세우고 노력을 하고 복 짓는 마음으로 제사를 잘 모셔주고 효도를 해야 됩니다. 집에 가면 살아계신 부모님께 효도를 하시고 돌아가신 영가 분에게도 참 복 짓는 마음으로 그렇게 베푸는 마음을 가져야 됩니다. 그것이 우리가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 시대가 어렵고 여러 가지 위기의 시대라고 하는데 이럴 수록 우리 불자들은 정진을 하고 수행을 하면서도 항상 베푸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됩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첫댓글 무량대복 : 평소에는 없다가 필요하면 무엇이든 생기는 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