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5일, 제40회 화곡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화곡 임원들이 여행을 떠났다.
'열심히 일한 당신 훌훌 털고 떠나라'는 광고 카피처럼 9인승 카니발에 몸을 실었다. 첫 목적지는 부산에 있는 비트로 본사. 안희동 차장님이 합류하여 운전해 주셨다. 다섯 시간의 긴 주행에도 잠시 피로를 느낄 틈 없이 차 안은 웃음 만발이었다.
사실 1박2일 여행에서 돌아와 내 마음의 스크린에 저장되어 있는 부분들을 꺼내 보면서 참으로 맛있는 여행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하듯 함께 떠났던 화곡 임원들은 나의 보호자였고 친구였다. 여행을 함께 해 보면 일 년 동안 화요일마다 만나 테니스를 한 것 보다 더 많이 친숙해 진다. 여행지에서는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여유와 아량이 생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최창국 상무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는 본사에 도착해 맨 처음 달려 간 곳은 화곡나무 '만리향'이 있는 정문의 왼쪽. '화곡나무'는 옮겨 심은지 얼마 안 되어 적응 중인지 고뇌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전문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올해 반드시 향기로운 꽃을 피우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기대를 해 본다.
또 바로 그 곁에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다. 정자 위에 주렁주렁 열린 포도송이. 수년을 본사에 다녀 봤지만 이렇게 탐스럽게 열린 포도송이는 처음 보았다. 한 움큼 손으로 따는 시늉을 해 본다. 건너편 사과나무가 심어진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니 작은 사과나무가 휘청거릴 만큼 많은 사과를 달고 서 있었다. 사과의 일부는 벌써 붉은색을 품어가는 중이었다. 풍요로웠다.
본사 건물에 들어서니 '화곡어머니클럽의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푯말이 먼저 반긴다. 작은 이 푯말 하나가 주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음료와 과일까지 세련되게 준비해 놓은 회의실에서 우리는 김미주 실장이 이끄는 디자이너 팀과 최상무님께서 하시는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디자인에 관한 건의도 했다. 2015 SS에 멋진 제품들을 많이 만들어 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도 했다. 올 가을과 겨울 신제품 카탈로그를 보면서 과연 어떤 제품들이 출시가 될 것인지 궁금해 하기도 했다.
이이번 화곡 임원들은 대부분 본사를 처음 방문한 탓에 깜짝 깜짝 놀라고 있었다. 비트로가 비트로 운동화만 만드는 줄 알았는데 외국의 유명한 브랜드와 우리나라의 유명한 브랜드 신발을 OEM으로 만들어 보내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고 했다. 신발 만드는 과정도 직접 볼 수 있었다. 유난히 바닥이 닳지 않기로 유명한 비트로 신발 바닥을 붙이는 부분은 섬세한 여인들의 손길을 거쳐야했다. 하나의 제품이 만들어져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공정을 거쳐야 하는지, 멀찍이 쌓여 있는 붉은색 비트로 운동화 박스에 운동화 한 켤레가 담기기까지의 과정을 세어보니 아득했다. 단순한 운동화 한 켤레가 아니라 한국인의 혼이 실리고 정성이 실린 신발임을 재확인 했다.
석양 무렵 우리는 바람을 따라갔다. 달맞이 언덕 아래 '미포끝집'은 바다가 앞마당 이었다. 검푸른 바다 위에 하나둘 켜지는 네온 불빛이 투영되자 바다 위에 보석이 떠오르고 있었다. 김영창 사장님께서 양주를 가지고 오셨다. 그곳엔 파도도 있었고 바람도 있었고 회도 있었고 소주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어느 순간 다른 것을 쫒고 있었다.
광안리 해변의 숙소 호메르스에 여장을 풀고 그대로 해변으로 나왔다. CNN에서 한국의 볼거리 50가지 중 네 번째에 속한다는 광안대교의 야경은 황홀했다. 그대로 모래 바닥에 앉아 바람을 마셨다. 가슴까지 씻어주는 이 광안리 바람은 뭔가 다르다. 정확한 성분은 모르겠지만 다양한 술을 섞어 마셔도 도대체 취기가 안 오르게 하는 그 무엇.
호메르스 호텔의 가장 전망 좋은 방에서도 소리 없이 공격해 오는 잠에 쓰러졌다. 눈을 뜬 이른 아침, 창가에 펼쳐지는 광경에 참을 수가 없었다. 그대로 신발을 벗어 던지고 해변을 뛰었다. 파도가 덤빌 때마다 까르르 웃는 화곡 임원들의 웃음소리가 풍선처럼 날아갔다. 파도 소리와 젊은 웃음과 모래사장, 왠지 낭만적이지 않은가..?
아침 해장국 집에서 보니 신혼인 이 부장은 집에도 안 들어가고 저녁 내내 우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화곡 임원들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지, 비트로의 모든 분들로 부터 받은 환대와 정겨운 눈빛과 정성스러움을 잊지 못할 추억과 감동으로 자리매김해 놓았다.
이별은 짧을수록 좋은 법. 최상무님과 안 차장님 그리고 이부장님의 배웅을 받으며 우리는 해저터널을 뚫어 만들었다는 거가대교로 향했다. 거가대교 위에서 바라본 우리 한국은 뉴질랜드나 유럽이나 그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 청정한 바다를 가진 선진국이었다. 아름다운 거가대교를 건너 거제공설운동장에서 이상현 회장님을 만났다.
아래 기사 내용
거제도에서 만난 이상현 전국58무술생테니스연합회 회장
“테니스를 좋아하는 동호인이라면 언제라도 거제에 오시는 것을 환영합니다!” 전국 58무술생테니스연합회 이상현 회장은 매 번 만날 때 마다 거제도 자랑을 하였다. 몽돌해수욕장, 바람의 언덕, 그보다는 항상 즐거운 분위기로 테니스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곳이라고 했다. 지난 4월에 열린 제40회 화곡대회 입장식에 참석한 이 회장은 “화곡대회를 성공적으로 준비한 화곡 임원들을 거제로 초대하고 싶다”는 뜻을 비쳤다.
화곡클럽 임원들은 부산에 있는 비트로 본사 탐방을 마치고 거가대교를 타고 거제시립코트로 향했다. 해저터널을 지나 거가대교 중간에 이르자 쪽빛 바다와 아치형으로 어우러진 다리의 모습은 탄성을 지를 만큼 아름답고 이국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테니스가 좋은 것은 라켓 하나 들고 여행을 하면서 지인이 있는 어느 곳을 방문해도 금방 신바람 나는 테니스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
거제시립테니스장에 도착해 보니 나이 지긋한 몇 몇 회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58 무술생들로 거제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이라고 했다. 전미라를 키운 서현우 코치와 2년 동안 거제시테니스 연합회 회장을 역임했던 오기환 회장. 그리고 거제시의 멍클럽 회장을 맡고 있는 양수준등 참가한 분들의 테니스 구력을 합치면 200년 가까이 되었다. 테생테사. 테니스로 살고 테니스로 인해 웃다가 죽을 만큼 홀릭들이라고 했다. 서로 간단히 소개를 하고 경기가 이루어지는 동안 잠깐 이상현 회장과 인터뷰를 했다. 작년부터 조직된 전국58무술생테니스연합회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이상현 회장은 “9년 전부터 모이기 시작한 진주와 거제 그리고 산청에 있는 58 무술생들 모임이 모태가 되어 전국58무술생테니스연합회가 탄생되었다”며 “테니스를 좋아하는 전국의 친구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한 다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라고 했다. 또 “올해부터는 전국의 임원및 이사회까지 조직이 되어서 7월 초에 제주도에서 모임을 할 만큼 활성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금이 울산 그 다음으로 많다는 인구 27만의 거제시. 그러나 테니스 인프라는 현금만큼은 아닌 듯 하다. 거제 시민들의 테니스 활동은 주로 거제시립코트 6면과 삼성중공업의 6면 등을 사용하고 있으나 대회를 치를 때면 통영 12면을 빌려야만 가능하단다.
게임은 혼합복식과 성대결로 이루어 졌다. 화곡의 임원들이 모두 다 실력을 갖춘 국화부라고 하지만 남성들의 파워를 견디기는 쉽지 않았다. 화곡 임원들은 “상당히 놀랐어요. 연세가 지긋한데도 끝까지 볼을 쫒아가서 넘기고 또 서비스나 포핸드가 난해해서 긴장하지 않으면 받을 수가 없었어요. 테니스를 좋아한다는 것은 나이나 신체적인 여건을 뛰어 넘게 하는 신비한 통로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만남이 있다. 그러나 라켓을 들고 마음껏 땀을 흘리며 보낼 수 있는 이런 테니스 만남만큼 보람된 것이 있을까 싶다. 싱싱한 거제의 바람을 포장해서 가져가고 싶었다.
기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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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도 누가 디자인을 하느냐에 따라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말처럼 우리 일행은 서울로 오는 중간에 하늘물빛 정원에 들렀다. 추부 IC에서 10여분만 들어가면 되는 그 정원은 고요한 자연인이 되게 했다. 아름다운 정원을 거닐며 우리는 다양한 꽃들과 숲과 돌과 호수에 비친 그림자를 따라 다녔다. 물론 서울까지 오는데 미인이 운전해서 그런지 단 한구간도 막히지 않았다. 여행이라는 추억의 실루엣은 그리움이 된다고 하지 않던가. 화곡을 위해 애쓰던 임원들에게 잠시나마 일상의 수고로움을 잊을 수 있는 '의미있는 여행'이 되었길 바란다. 화곡 임원들을 본사에 초대해 주신 최상무님께 감사드리며 여행기를 접는다.
글 사진 송선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