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목욕탕 풍경 4 : 쌈닭과 때밀이 수건 >
- 文霞 鄭永仁 -
찬 새벽에 목욕탕에 갔다. 일찍 가는 이유는 물이 깨끗하고 조조할인이 있기 때문이다.
안마탕에서 느긋이 즐기고 있는데, 느닷없이 쌈닭· 투계형 같이 생긴 노인네가 나에게 화가 나듯이 물었다.
“내 때밀이 수건 못 보았어요?”
마치 내가 쓴 것을 본 투로……. 이게 무슨 어이가 없는 황당 부르슨가? 나에게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것이 그 노인네가 보기에는 내가 제일 문문하게 보였나 보다. 은근히 부아가 안마탕 물결 같이 솟아오른다. 그렇다고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큰 소리로 싸울 수도 없고 해서 나는 기분 나쁜 듯이 대답도 안하고 고개만 잘래잘래 흔들었다.
나이는 많아야 팔십 줄, 나와 도낀개낀으로 머리카락은 반백을 훨씬 넘어 같이 허연 주제에…….
그 노인네는 나와 두서 번 건식사우나에서 티격태격한 적이 있다. 너무나 건식사우나가 뜨거워 문을 좀 열었다가 들어가려면 어김없이 문 빨리 닫으라고 소리치던 장본인이다.
겉인상으로 봐서는 참으로 쌈닭형이다. 그것도 투계를 좋아하는 삐쩍 마른 동남아형이다. 나는 관상에 맹문이지만 얼굴에는 항상 불만이 가득하고, 어디 싸움하고 싶은 모습이 역력하다. 모든 게 마뜩찮은 모습이다. 미간(眉間)에는 내천(川)자를 깊게 골짜기처럼 그리면서, 나도 별로인 노인네다.
아마 누가 그 노인네의 때밀이 수건을 가져간 모양이다.
그 노인네는 사방팔방 목욕탕을 마치 쌈닭이 상대닭을 찾으러 쏘다니듯이 찾아봤지만 허사였다. 심지어는 쓰레기통을다 뒤져봤지만. 여기저기 물어보기도 하고……. 결국 쓰레기통에서 남이 쓰다 버린 손바닥만 한 때밀이 수건을 가져다 북북 문지른다.
나는 속으로 ‘잘코사니야!’했다.
어랍쇼! 내 자리로 돌아와 보니 이게 무슨 황당 브루스냐? 내가 가져온 때밀이 수건건 두 장도 온데간데없어졌다. 등밀이용 간 것과 손바닥용 작은 것이……. 그 노인네에게 ‘잘코사니아!’한 것이 동티가 났나보다.
다 포기하고 카운터로 새 것을 사러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는데 내 때밀이 수건 2개와 다른 수건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그 노인네는 그걸 보더니,
“어떤 놈이 쓰고서 여기다 버렸어?”
눈을 희번덕거리며 사방을 쌈닭 눈으로 훑어본다. 그 자리에 방금 전에 고등학생쯤 되는 젊은이가 앉아서 닦던 곳이다.
온탕에 있던 웬 남자가
“방금 그 자리에서 두 젊은이가 씻다가 나갔는데…….”
그 노인네는 냅다 나가, 옷을 입고 있는 그 젊은이를 붙잡고 다짜고짜 따진다. 마치 쌈닭이 만만한 상대를 만난 것처럼…….
“어떻게 되었어요?”
“그 아이들은 때를 밀지 않고 샤워만 했다는군!”
이 노인네는 싸라기밥만 먹었는지 반말 비슷하게 짓거린다. 오지랖 넓게 물어본 놈이 잘못이지.
그 노인네와 나는 성격이 정반대인 것 같다. 노인네는 화가 나면 안으로 삭이지 않고 쌈닭처럼 한바탕 밖으로 풀어내는 형이다.
그러나 나는 암탉처럼 소심하고 쪼잔하기 때문에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고 안으로 골골골하는 성질이라 안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아마 그 노인네는 겉스트레스를 받지만 그 즉시 풀기 때문에 속스트레스는 훨씬 적게 받을 것이다.
올해는 뱀의 해다. 구렁이 담 넘어 가듯 하지 말고, 할 말은 하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우유부단한 내 성격상 얼마나 갈런지…….
대충 닦고 나오는데, 그 노인네는 욕탕 바닥에 퍼질러 누워 코를 디릉디릉 골며 자고 있다. 자는 모습은 쌈닭이 아니다.
‘부럽다, 부러워!’
그 바람에 목욕도 제대로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