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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행기
(꽃보다 할매)
최옥자
권태로운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으로 떠난다는 것은 신명 이는 일이다.
의기 투합한 일행(6명)이 베낭을 메고 윈야드 역에서 만나 전철을 이용해 공항에 나가는 첫걸음부터 자유여행임이 실감됐다.
이른 저녁 호치민 공항에 도착하여 예약된 크루즈 디너를 위해 오토바이 물결이 출렁이는 거리를 달리며 그 물결에서 베트남 경제적 발전의 원동력을 체감한다. 야자수 늘어진 거리를 긴 머리 휘날리며 아오자이를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 오토바이를 몰고 가는 모습은 현대 물결에 밀려 볼 수 없었다.
선상에 오르니 할매들의 배낭 행렬에 시선이 집중된다. 식사 대금은 예약시 지불되었고 팁을 주려는데 얼마를 주어야 하나. 머리를 맞댄 결과 5만동을 주기로 했다. 5만동이면 얼마라는 걸까? 돈을 꺼내 들고 한국, 미국, 호주 돈 다 동원하여 그 가치를 계산하느라 머리를 굴리는데 종업원들이 뒤에 죽 둘러서서 지켜본다.
베트남(Vietnam)은 인도차이나 반도 동해안에 위치한 인구 81,839,000명에 한국영토보다 한배 반이 더 크다. 공식명칭은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Socialist Republic of Vietnam)이다.
첫날 호치민 시티 호텔에서 숙박하고 남 베트남 정권에서 사용했던 대통령 관저인 통일궁을 돌아보고 호치민 최대규모의 벤탄시장, 호치민 전쟁 박물관에 이어 19세기 말에 프랑스에 의해 세워진 아름다운 노르트담 대성당(사이공 대성당)을 보았다. 성서 내용을 묘사한 스테인드글라스의 오묘한 색채가 성스럽고 특이하다. 점심은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들려서 먹었다던 월남국수 집에서 먹으려 했으나 거리와 시간상 인근 식당에서 월남국수($2,50)를 먹었다. 맛은 괜찮았다. 곁들여 나온 라임도 후식인 귤도 작았으며 마을에서 만났던 닭이나 오리도 작았고 사람도 작다.
호치민 시티 관광을 마친 우리는 저녁 비행기를 이용해 나트랑으로 날랐다.
‘스트레스 제로’, ‘천국체험’ 도시로 불린다는 나(집)트랑(하얗다)은 프랑스인들의 휴양지로 개발된 곳이다. 우리나라 백마부대의 주둔지이자 소설과 TV 드라마로 유명한 ‘머나먼 쏭바강’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작가는 실제 베트남전의 실상을 소설화 했다고 한다. 2003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미항으로 동양의 나폴리라는 극찬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롱손사(불교사찰) 관람에 이어 유황성분이 풍부해 각종 피부질환에 좋다는 머드팩 탐바 온천장에 들렸다. 머드 온천탕, 온천폭포, 온천풀장을으로 이어지는 이곳은 따뜻한 물이 흘러 넘쳐 여행객들의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주고도 남았으나 이곳에서 찍은 사진이 없는 것을 보면 ‘꽃 보다 할매’들이 육체미엔 자신이 없었나 보다. 아름다운 해변가 산책에 이어 케이블 카를 타고 빈펄 리조트로 갔다. 마침 신라시대 혜초스님 발자취를 따라 더듬는 한국해양대학 대형 선박이 들어와 반가운 마음에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커피 한잔?” 권유하니 이미 마셨다고 사양한다. 우리들이 이팔청춘 아가씨들은 아니니까.
탑바 포나가, 7세기에서 12세기 말 경에 만들어진 사원이다. 파괴의 신인 쉬바신께 헌정된 사원으로 탑바는 참탑, 포나가는 10개의 팔을 가진 여신이라는 뜻. 즉 여신을 숭배하는 사원으로 신비감을 자아낸다.
다양한 종교는 각기 다른 견해와 주장을 펼친다.
종교는 각자 믿음의 문제이고 고유영역에 속하는 것 아닌가. 다만 불교는 자비를 베풀어야 극락세계에 간다 하고 기독교는 이웃을 사랑해야 천당에 간다는 등, 방편. 방법은 다르지만 그 목표는 오직 하나, 현세의 삶을 바르고 의롭고 착하게 살라고 하는 지고지순한 가르침으로 모아진다. 그래서 모든 진리는 하나로 귀결된다고 하는가 보다.
나트랑에서 이틀을 보낸 후 생전 처음 보는 신셔틀 침대버스를 타고 밤 새 12시간을 달려 이튿날 7시경 호이안에 도착했다. 리더(그라시아)가 건네준 수면제 덕분인지, 잠을 잘 잤다. 시가지를 벗어나니 곳곳에서 전쟁으로 파괴된 건물이 아직도 복구가 안되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전쟁을 치른 지 어언 40여년 이상을 헤아리지 않는가. 오랜 전쟁을 겪어서일까? 나라의 경제가 빈곤함을 느낀다.
유네스코가 199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항구도시 호이안은 한국의 인사동 격으로 베트남인들의 풍습이나 생활정서를 느낄 수 있어 특히 인상에 남는다.
17세기의 옛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복고적인 외관이 특색 있다.
호이안 관광을 끝내고 신셔틀 버스를 이용해 다낭을 거쳐 ‘베트남의 경주’라고 일컫는 후에로 옮겼다. 베트남 최후의 응우옌 왕조의 수도로 가로 세로 길이 각각 2km, 성벽 높이 5미터의 황궁이 있는 곳으로써 중국의 자금성을 연상하게 하는 태화전과 오문, 현림각. 칭제건원 등이 볼거리로 제공된다. 황궁엔 황제 측근들만이 접근이 가능하고 함부로 입궁하면 사형을 당했다고 한다. 마지막 왕의 무덤이 어찌나 화려한지 그 아름다움에 전 세계가 놀랐다고 한다. 인근에 위치한, 참족이 참파 왕국을 세우고 힌두교의 시바 신을 수호신으로 모시기 위해 설치된 유적지인 미손(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목 무대에서 펼쳐지는 황궁 연회 공연도 관람했다. 앙코르왓트 유적지나 아유타야의 유적지 보다 작지만 먼저 창건 되었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후에에서 다낭으로 넘어가는 길은 두 가지 루트가 있다. 하나는 영국 BBC팀이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절경 100곳'에 포함된 하이번 고개를 넘어가는 루트와 산 밑으로 뚫린 터널을 이용하는 루트이다. 밤에 갈 때는 터널을 이용했지만 낮에 넘어 올 때는 고개로 달렸다. 앞을 봐도, 뒤를 돌아보아도 꾸불꾸불 아름다운 해변과 산야를 끼고 이어진다. 이 고개 근거리에서 한국 청룡부대가 작전을 펼치며 베트콩과 많은 교전을 겪었다고 한다.
'구름바다'라는 뜻의 하이번 고개 정상에서 조망하는 해안선은 운무에 싸여 무척 아름다웠다. 세속을 떠나 신선이 된 느낌이다. 멜번의 그레이트 오션로드와 비견 되는 곳이다.
다낭을 뒤로하고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로 날라 닌빈을 찾았다. 영화 <굳모닝 베트남>의 촬영지이다 딘왕조, 레왕조, 라이완조 등의 유적을 돌아 보고 나룻배 ‘삼판’을 타고 1시간 동안 수조가 가득한 수심 얕은 강을 따라 올라갔다가 내려오며 시골 풍경의 정취를 감상할 수 있었다.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된 베트남의 하롱베이는 약3,000여개의 섬이 즐비하고 이중 1,600여개 섬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 되어있다고 한다. 배를 타고 바다를 가르며 장관을 유람했다. 하롱베이는 영화 ‘인도 차이나 007’의 무대가 되었던 곳이라고 한다. 선상 점심 후 동굴체험을 따라 나서는데 베트남여인이 내 옷깃을 잡으며 ‘겅중겅중’ 손과 발로 모션을 써가며 도리질을 한다. 계단이 높아 힘들다는 뜻일게다. 다리가 아팠기에 눌러 앉으니 양식 진주 액세서리가 담긴 판을 들고 나와 살 것을 권한다.
비행기를 타고 국제 공항이 있는 호치민으로 다시 돌아왔다. 시드니로 떠나기 전 베트남 독립의 아버지이며 민족운동의 지도자 호치민 기념관에 들려 호치민 동상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호치민 유해는 일년에 한번씩 중국에 가서 방부처리를 받아야하는데 마침 방부처리를 받으러 갔다고 했다.
도심의 길가에는 이른 아침부터 앉은뱅이 의자와 탁자를 놓고 음식(월남국수)을 사 먹는 모습과 남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작은 탁자에 티 한잔을 놓고 해바라기 씨를 까먹는 모습이 이채롭다. 거리가 새벽부터 웅성거린다. 한낮엔 뜨거우니 이른 새벽부터 일상이 시작되는 것 같다. 관광지를 돌거나 고유한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땀 냄새 나는 삶의 현장을 직접 본다는 것도 좋았다, 호텔 앞에는 신 카페 등 여행사가 즐비해 관광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자유여행의 유익한 정보다. 베트남은 종교(불교, 카톨릭교, 카오다이교, 호아호아교, 힌두교)가 다양하게 공존하며 곳곳에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중국, 일본 문화의 흔적이 믹스되어 있음도 볼 수 있었다. 아울러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어 지난 발자취를 보여준다.
8박 9일간 날짜와 요일, 관계된 일상을 잊고 자유로움 속에 새로운 견문을 익힐 수 있었다. 사색과 자유여행에서 얻어지는 추억은 내 삶을 재 충전시키고 찌든 마음을 정화시켜줄 것이다.
‘꽃보다 할매’ 들 생활에 윤기를 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