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7) 엄마는 지수의 생일에 친구들을 초대하는 문제로 한동안 고민을 했다.
지수의 사회성 발달이 늦어 친구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는 생일을 기회로 지수가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한번 생일파티를 하려면 고민 거리도 많았다.
누구를 초대할까, 이벤트는 어떻게 할까, 엄마들도 다 따라오는데 음식은 무엇을 할까 등등.
그러나 가장 큰 걱정은 초대한 친구들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지수가 유치원에서 인기가 없어 아이들이 안 온다고 하면 지수가 상처받을 것은 당연한 일.
지수 엄마가 직장여성이라 동네에 아는 이웃이 없어 그 걱정은 더욱 컸다.
일곱 살 민구 엄마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이라 부자 동네에 산다.
그 덕에 민구가 다니는 유치원엔 부잣집 아이들이 많다.
그래서 민구 엄마는 피곤하다.
사회성이 크게 떨어지는 민구 때문에 엄마 역시 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아이 때문에 민구의 유치원 친구 엄마들을 열심히 만나러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아이들끼리 하는 그룹과외 활동에 민구를 끼워줄 것이고 아이들과 유치원 이외의 장소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민구 친구의 생일에 초대받아 간 엄마는 깜짝 놀랐다.
이벤트 회사에서 와서 마술쇼도 보여주는 거창한 파티였는데, 비용이 무려 100만원이 넘게 들었다는 것이다.
즐겁게 지내다 왔지만 민구 생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큰 고민이 된다고 했다.
나는 아이들 생일 때 항상 동네 아이들을 불러서 놀게 했다.
먹을 것은 아이들이 평소 좋아하는 음식으로 준비하고, 한두 가지만 특별 음식을 만든다.
엄마들은 평소 친했던 사람만 초대하고, 되도록 아이들끼리 즐겁게 노는 장을 마련하려고 노력했다.
한번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이들을 전학시켜야 했다.
그래서 생일파티를 기회로 친구들을 엮어주려고 대여섯 명의 아이들을 불렀다.
음식을 먹은 뒤엔 아이들과 1시간 정도 보드게임을 했다.
연필 한자루, 지우개 등 간단한 경품을 걸고 즐겁게 놀아주었다.
그러고는 자기들끼리 놀게 했는데 그날 저녁 3명이 우리 집에서 자고 싶다고 해 엄마들에게 허락을 맡아 자고 가게 했다.
아이들은 다음날까지 실컷 같이 놀더니 아주 친해졌다.
생일파티를 아이들과 사귈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고 아이들이 즐겁게 지내는 하루를 만드는 데 돈이 많은 드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또래들만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소에도 잘 먹고 있어 음식 메뉴에 크게 관심을 갖지도 않는다.
아이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친구들과 실컷 노는 것이다.
부모의 허세와 생일파티를 그저 편하게만 하고 보려는 부모의 건강하지 않은 태도들이 문제다.
(원광아동상담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