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나를 잡고 이따금
장미밭을 간다
장미는 불을 켠 얼굴을 일으키고
멈추어 선 내 눈 속을
아이들은 소리를 날리며
꽃의 미끄럼대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간다
소리는 내 살의 바람을 빨아내며
불바다를 가로질러 내 귀를 때리고
그리고 이미 귀의 절반이 떨어진
풍경을 깨고
달아나 하늘이 되어버린다
하늘에서 물음표가 되어
다시 내 머리 위로 떨어진다
시간마다 달라지는 머리 위의 물음표
장미는 몸의 불을 풀어
아이들 눈을 뚫고 들어가
아이들 키만한 선생님이 된다
나는 장미밭의 불꽃 속으로 들어가고
아이들은 불꽃 속에서
타는 하늘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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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김지향 시 99 <선>에서 발췌
첫댓글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