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남신문 칼럼 131 (2014. 8. 27. 수)
폭력과 죽음의 병영문화 혁신은 사단장까지 형사처벌을!
김 윤 호 논설위원, 행정학박사
지난 6월 21일, 동부전선 22사단 최전방 GOP(general outpost, 철책선에서 24시간 교대 근무하며 지키는 一般前哨)에서 폭행과 가혹행위, 집단 따돌림과 모욕 등을 참지 못하고 K-2 소총을 난사하여 5명(하사 1명, 상병·일병 각 2명)이 사망하고 7명(하사·병장·일병 각 2명, 이병 1명)이 부상당한 임 병장 사건으로 군대 병영생활과 병영문화의 혁신이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난 4월 6일 집단 폭행과 가혹행위로 사망했으나 음식물 먹다가 기도(氣道)가 막혀서 죽었다고 은폐·축소한 28사단 윤 일병 사건까지 터져서 국민들의 충격과 분노가 충천한 이런 와중에 남경필 경기도지사 장남 남 상병이 후임 병사 성추행과 폭력 혐의로 수사 받고 있다는 소식까지 날아 들었다. 남 도지사가 국민에게 사과했으나,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은 ‘남 상병의 개인적인 지위와 계급 등을 감안할 때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사건을 은폐 조작할 가능성이 많다’고 주장했다.
군대에서 의문사(疑問死)한 고(故) 김훈 중위의 아버지 김척 예비역 중장의 말에 의하면, 한국전쟁 후 군대 내에서 사망한 인원은 무려 6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1966년부터 1972년 까지 6년 동안 사망한 인원이 9821명으로 월남전에서 전사한 군인 4960명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며, 전시(戰時)도 아닌 평상시에 군대 내에서 사망하는 장병이 너무나 많다고 통탄하고 있다. 군 발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은폐·축소·조작으로 일관하고 있어서 원통하고 억울한 죽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며, 군과 국방부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도 군대에서 자살·폭행 등 안전사고와 군기(軍紀)사건으로 해마다 100명 이상의 장병이 죽어가고 있다.
군대에서는 ‘계급이 깡패’라는 말이 있다. 계급 하나 높다는 이유 하나로 구타(毆打)와 기합은 기본 필수이고, 성 추행과 가혹행위, 집단 띠돌림과 모욕 등이 일상화 되다시피 했다. 얻어맞던 신병이 고참이 되자 푝행의 주동자가 되는 구타의 관행화, 군기 확립의 탈을 쓴 폭력의 악순환이 작동하고 있다. 안 때리면 말을 안 듣는다는 인식 아래 ‘계급 간 폭력의 고리’로 내무반을 통제하는 비이성적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군대는 국토방위라는 특수 목적 아래 계급을 중시하며 상명하복하는 특수 조직으로 병영생활과 훈련 등에 특수문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방부 병영생활 지침에도 군단장·사단장·연대장·대대장·중대장·소대장·분대장 등 지휘관 외에 병사들 간에는 명령·지시의 권한이 없고, 폭력이나 가혹행위는 엄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아무 실효성이 없이 사건 사고는 계속 터지고 있다. 대한민국 군대가 멀쩡한 젊은이를 때려 죽이는 폭력 군대라는 이미지를 환골탈태해서 지우지 못하면,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고 군대의 사기가 떨어져서 국가 안보와 기틀에도 금이 갈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이다.
윤 일병은 지난 2013년 12월 입대해 2월 18일 28사단 포병연대 본부 포대 의무병으로 배치를 받았다. 부대 배치 후 2주간 대기기간이 끝난 3월 3일부터 사망한 4월 6일까지 5명에게 하루 90회 이상의 집단구타와 성추행을 당했다. 윤 일병 사건은 군대 내 모든 폭력과 가혹행위가 총동원된 잔혹사이다. 치약 한 통을 먹이기, 가래침 뱉어서 핥아먹게 하기, 성기에 안티푸라민 바르기, 드러누운 얼굴에 침 뱉기, 얼굴에 1리터 가량의 물 붓기, 폭행한 게 들통 날까봐 면회 못하게 막기, 부모님 한테 전화 감시, 수첩 등 찢기, 포도당 수액 맞혀가며 폭행하기(그 이유는 기력을 찾아야 또 때릴 수 있으니까), 기마(騎馬) 자세로 벌 세워서 잠 안 재우기, 고문에 가까운 폭행과 지속적인 괴롭히기, 가해자 중에 아버지가 조폭이라며 윤 일병 아버지를 일을 못하게 만들겠다고 협박하기, 어머니를 섬에 팔겠다며 정신적인 협박하기, 속옷을 찢고 성적 수치심 느끼게 하기, 다시 속옷 입혀 구타해서 찢기 반복하기, 체크카드 받아내가 등 참 기가 차고 가지 수도 많기도 하다.
군대는 계급사회이다. 부대 내에서 폭행·성추행·왕따 등 사건이 터지면 관할 사단장부터 분대장까지 가해자·방조자·지휘통솔의무 부작위범(不作爲犯) 등 공범으로 형사 처벌해서 모두 영창(營倉)에 집어 넣어야 한다. 사단장 책임제, 지휘관 책임제라고 부를 수 있다. 그래야 오직 진급에만 신경 써서 상급자에게만 잘 보일려고 죽기 살기로 기를 쓰고 하급자는 무시히고 죽이는 폭력과 죽음의 문화를 혁명적으로 혁신할 수 있다. 지금처럼 말로만 떠들썩하고 엄중 처벌하겠다고 해 봐야 도로아미타불이다. 전 지휘관과 국방부, 청와대 국방비서관과 안보실장까지 자기 자식이 군대 가서 폭행 당하고 괴롭힘을 당한다고 생각하고, 날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현장(예하부대)을 방문하고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소원(訴願)을 수리하고 고충울 상담해서 정신과 군대문화를 완전히 뜯어 고쳐야 한다. 일단은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의 활동을 지켜 보고자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민구 국방장관을 믿는다. 자유와 진리, 정의를 가슴에 새기며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했고, 육군참모총장 취임식에도 초청 받아서 계룡대를 방문하기도 했고, 동창회 등에서도 만나서 그의 인품과 역량을 잘 알기 때문이다. 화 나고 눈물 나는 말 없는 많은 국민들의 아픔과 바람을 잘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잘 처리해 줄 것을 믿고 또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