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옷소매 갤러리에서

이 세상에 피는
수 많은 꽃들에게 말하노니
나는 너희들이
어디에 피든지간에
발견하게 되면
가슴깊이 새기겠어.
그 모습과 향기와 너희들의 집을
꽃이 단순히 허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혹 있다면
또 다른 잎이고
또 다른 열매라고
일러줄께
더 이상 너희에게 상처주지
못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겠어.

남원 산동면의 만행산자락엔
작은 산골갤러리가 있습니다.
푸른옷소매갤러리.....
여기에는 프리다칼로......그 깊고깊은 삶의 아픔을 이겨낸
이정희 화가가 있습니다.

사회를 보고 있는 사람은 바로 접니다.
봄밤의 그윽함에 취하고
와인에 취하고
막걸리에 취해서
공식,비공식 모두 합해서 7시간동안 진행을 했습니다...

이정희 화가의 인사순서입니다.
현란한 수사보다는 말없이
작품으로, 그냥 모습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이 곳에 작은 미술관을 연 것은
수수한 이 곳에서
조용하고도 변함없이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서라고........

실천문학에서 등단한 김은경 시인...
대구출신 색시인데,
재주가 높은 친구입니다.
안그래도 기분파인데, 시골갤러리의 정취에
흠뻑 젖었습니다.

염주실과 이야기중입니다.
1999년 보드가야에서 만나서 꼬박 보름동안
참나무에 매무 붙듯이 함께 붙어다녔습니다.
그때 달라이라마 티칭을 통역해주면서
불교와 명상에 대해서 많이 가르쳐준, 스승같은 친구입니다.
티베트에 살다가 얼마전에 들어와서
이번 전시회의 궂은 일은 도맡아 해냈고,
이정희화가의 든든한 매니저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위빠사나 수행을 오래 했고, 불어, 영어, 티벳어, 중국어학에 능통하고
도판에서도 그 내공이 만만찮은 무불통지입니다.

인근 귀정사의 청묵 주지스님입니다.
법회시간에도 별로 말씀이 없다시던 분이
이날은 반가운 얼굴들이 많아서인지
청아한 목소리와 떨리는듯한 음색으로
잔잔한 감사의 이야기를 제법 하셨습니다.

국립국악원 무용반 예술감독
계현순 선생님의 살풀이입니다.
살풀이는 본래 좁은 공간에서 함게 호흡하면서
보아야 된다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섬세한 몸동작, 손동작 하나까지 세심하게 보고 느꼈습니다.

박석 교수는 독특한 교숩니다.
지금은 상명대에서 중국문학을 가르치는 정교수인데,
명상전문가로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토굴에서 단식으로 명상수련을 통해서
득도를 하였답니다.
이날은 명상곡 <잠시 숨고르고>와 장자의 소요유에 나오는
곤(鯤)과 붕(鵬)의 이야기 <물고기의 꿈>,
그리고 티벳의 간덴사원을 지나 히말라야 해발 6천미터 봉우리를 오르면서
작사작곡했다는 <고통을 넘어, 산위에 오르면> 등
깊은 명상과 깨달음의 경지를 기타반주로 노래했습니다.

라이어.....
하프의 8촌쯤되는 고대 바빌론의 악기랍니다.
그 선율은 성서의 기록에 솔로몬 왕이 치유하는 음악으로 쓰일 정도로
심연을 정화하는 아름다운 음색을 지녔습니다.
김홍창 선생은 독일에서 12년간 라이어를 공부했고,
음악 치료전문가입니다.
클래식기타와 재즈를 매우 차원 깊게 연주하는
한국에서는 매우 드문 연주가입니다.
요즘은 길상사에서 라이어를 통한
불교명상을 돕는 강의와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매화꽃보다 아름답다는 닉네임을 지닌
지리산가수 고명숙 씨입니다.
지리산자락인 구례에 살면서
토속적이고 음유시에 가까운 명곡들을 불렀습니다.
다른 약속으로 시간이 안맞아서 잠시 들르기로만 해놓고는
그만 공연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인 심청가 예능보유자인
유영애 선생님의 판소리 한마당입니다.
북소리 장단을 맞추고 있는 이가 남편인데,
평소에는 절대로 장단을 하지 않는데,
이 날은 어떤 발심인지 장단을 맞추었습니다.
계속되는 앙코르에 목이 쉬었지만,
민요를 흥겹게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모든 객석이 덩실덩실 춤바다가 되었습니다.

자칭 광주에서 제일 미남이라는
통기타 가수 최한종 씨의 70-80메들리입니다.
열화와 같은 팬들때문에
최한종씨는 결국 광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밤늦게 까지 통기타를 치면서 놀았습니다.

남원의 고등학교 영어교사인 이성형 선생님이
대금으로 <소쇄원>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남원사람은 아무나 예인(藝人)이랍니다.

전시실입니다.
이정희 화가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이곳의 자연, 공기, 바람, 물, 돌, 사람들 하나하나
그 작은 숨결도 놓치지 않고 화풍에 옮겼습니다.
자연을 닮은, 아니 자연 그자체의 모습으로
낮은 시선에서 내면의 깊은 곳으로
작가는 마음의 풍경을 담아냅니다.

작업실에도 어둠이 내렸습니다.
오늘 공연은 끝났습니다.
그러나 즐기고 나누고 느끼며 함께 어울렸던 그 마음들은
세상을 아름답게 꽃피우는
이야기 소재 한아름씩 안고 돌아가겠지요...

오월의 라일락, 유월의 크로바,
저무는 저녁바람과
달빛은 누가 밝히나요...
푸른옷소매의 그 작은 계곡에는
어떤 화가가 있어
세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말없음으로
위안을 주고 있습니다.
모두들 똑똑하고 잘난 세상에
말로 설명한다는 일은 참 궁색한데
불을 켜니
거기
자목련이 꽃비로 마음속에 내리고 있었습니다.

마음의 풍경,
마음의 깊은 아픔을 치유하고,
조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가장 바르고 정확한 방법은
자연처럼 사는 것입니다.
이천십년 오월 팔일에 만났던
푸른옷소매의 전시회와 공연은
마음의 여행을 꿈꾸는 이들과 또 만나게 될 것입니다.
홀어머니와 단 둘이 살면서
근육이 굳어가는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이정희 화가는 이 작품을 팔아서
티벳의 가난한 산골 학교와 학생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누구를 사랑하는 일,
그것이 이정희 화가의 삶과 창작의 의미입니다.
첫댓글 선배님, 안 가본것이 후회되네요...좋은시간들 이었을것 같아요...담에 기회가 되면 함 가봐야 겠어요....


거워요...



마음이 참 고우신 분이시네요...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 실천하기는 어렵지요...유독 이 봄에는 마음이 풍성한 이벤트가 많아서
준구 유치원 다닐때 다도도 배우고, 때때로 명상하는 CD에 따라서 해본 기억이 있는데...진짜 차분해지고 몸이 붕 뜨는 경험이 있었어요...
풍경이 정겹고 아름다워요...
선배님 글과 사진만 봐도 "푸른 옷소매" 라는 작지만 많은 것을 담아 둔 곳...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네요.
동문들이 도움은 되지 못했지만 사진과 소식을 보니 행사는 잘 치른 듯하군. 수고 많았다. ^^
아....남원에...저런곳이 있었군요..제..시 본가가 남원이라 몇 번 다녀오긴 했지만 어른들뵈고 인사드리고 하느라 늘 경황없이 다녀오기만 했었죠.... 남원사람은 다 예인이라는 말...제 남편을보며 살짝 의심^^해 봅니다..하긴..이 사람도 배우진 않았으나 그림도 노래도 아마추어치곤 꽤 출중하긴 합니다만......
종국이형 글은 그냥 종국이형이 썼기 때문에 읽지 않아도 다가오는 것이 있습니다.
그림과 노래와 가락과 시가 어우러진 곳~ 참, 보기 좋은 풍경이에요! 저도 동강에서 가야금/대금/노래가 어우러진 작은 콘서트를 봤는데 야외에서 듣는 소리가 실내에서완 무척 다르게 울려 퍼지는게 감동적이였어요!
장면장면이 생생하게 전해져오는 선배님의 살아있는 글들이 더 감동입니다..편안해요~~~
헐헐헐 은경선배 -_-;;;;;;;;;;;;;;;;;;;;;;;;;;;;;
와우~ 다시 한다면 꼭 함꼐 하고픈 ... 완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