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라세포에 경의를 표한다
- 자궁경부암으로 죽은 헨리에타 랙스(Henrietta Lacks)를 기리며



- 맨위가 헨리에타 랙스. 오른쪽은 기념비. 아래는 그가 남긴 암세포.
헨리에타 랙스는 1920년 8월 1일,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태어난 아프리카 미국인 여성이다.
담배농장에서 일했으며, 자식 다섯을 낳아 길렀다.
그러던 그가 자궁경부암에 걸려 사망했다.
1951년 2월 8일, 존스홉킨스대부속병원 연구책임자 조지 가이( George Otto Gey)는 헨리에타 랙스(Henrietta Lacks, 1920.8.1 0835+)란 31세 여성 환자의 난소에서 자궁경부암을 일으킨 암세포 조직을 떼어내 배양했다.
이 여성 환자는 같은 해 10월 4일에 사망했다.
하지만 당시 암세포를 떼어낸 존스홉킨스대부속병원은 이 조직을 배양해 의학연구자들에게 분양, 지금까지 5천만 톤 이상 배양되었다.
이 암세포의 이름은 헨리에타 랙스의 이름에서 딴 '헬라(Hela)' 세포다.
이 암세포는 언젠가 랙스 신체 중 난소의 일부를 이루었던 세포다. 인간의 세포는 세포자살(Apoptosis) 명령을 받고 죽는데, 하루에 약 100억 개 세포가 죽고, 100억 개 세포가 새로 태어난다. 따라서 이 헬라세포가 비록 랙스의 난소를 이루던 세포이긴 하나 수명이 다 해 죽어야 할 세포가 죽지 않기로 결심하여 암세포로 변신한 독립세포이므로 그가 영생하는 중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미국 대법원에서는 이미 헬라세포 소유권은 존스홉킨스병원에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오늘날 이 헬라세포로부터 특허 1만 개 이상이 등록되고, 연구논문 7만 편 이상이 나왔다. 헬라세포 덕분에 1952년 소아마비백신이 개발되고, 1984년 자궁경부암관계가 규명되고, 1986년 에이즈 원인인 HIV바이러스가 발견되고, 1989년 텔로머라제 활성(세포수명 결정하는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을 방지하는)이 규명되었다.
헬라세포가 인류에 엄청난 기여를 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암세포 주인의 허락없이 이루어진 비윤리적인 연구행위라느니, 자녀들의 소유권 소송이니 하는 것보다 랙스의 죽음에서 우리 인류가 동질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랙스가 인류에 기여한만큼 고질병, 난치병 등에 걸려 고생한 수많은 사람들이 그 질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줌으로써 다른 사람을 살린 예는 수없이 많다. 부신백질이영양증(ALD)이라는 난치병에 걸린 로렌조라는 아이의 부모가 치료용 오일을 발견해냄으로써 이후 같은 병에 걸린 사람들은 이 병을 쉽게 고칠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두뇌질환이 배약적인 발전을 이룬 배경에는 수많은 정신질환자들의 머리를 쪼개고 파헤치고 절개하는 무수한 수술과 실험 끝에 나온 성과다. 그러는 동안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창살있는 병원에 갇혀 비참한 삶을 살았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 생전의 로렌조 오돈(당시 6세), 그는 갔지만 로렌조 오일이 발견되어 다른 환자들의 목숨을 살려내고 있다.
일제에 의해 저질러진 만주의 731부대가 갖은 만행을 저질러가며 생체실험을 했지만, 이 정보를 입수한 미국은 귀한 의료정보를 얻어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게 되었다. 합법적으로 하기 어려운 생체실험을 일본군이 대신 해주었기 때문이다.

- 이시이 시로 731부대장. 그는 실험자료를 미군에 넘긴 뒤 무죄 판결을 받고 평생 그들의 보호를 받으며 잘 살았다.
그는 중국인, 조선인 등 1만 명을 생체시험으로 죽였지만 의학자료가 미국에 넘어가 어떤 의학진보를 이루었는지 알 수 없다.
우리 인류는 각기 다른 데서, 다른 일을 하며, 다른 갈등 속에 살고 있지만 결국 그 정보는 한 군데로 모인다. 결국 70억 인류가 겪는 모든 경험과 지혜는 우리 후손들이 공유할 것이다.
단세포는 자기 자신의 생존에만 관심이 있지만 우리 다세포는 전체의 생존이 더 중요하다.
그들은 모두 인류라는 종을 발전시킨 혁명가다. 지나간 100년 동안 우리 인류는 매우 혹독한 임무를 수행한 적이 많다. 일본의 가미가제특공대로부터 이라크와 알카에다의 자살폭탄 공격, 사이비 교단의 수백 명 집단자살, 유태인 8백만 가스 살해, 대규모 지진, 핵폭탄 폭발, 원전 사고, 대형 쓰나미, 우주로 나가다 죽은 우주인들...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럴수록 나를 낮추어 내 몫을 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쓸모없는 인간은 없다. 다만 스스로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