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은 곤혹스럽다. 확신을 가지고 당선작으로 망설임 없이 선택했는데, 표절 의혹이 제기되다니…. 우선 사과부터 전한다. 심사위원이 세상에 발표되는 모든 작품들을 꿰고 있지 못한 다음에야 어쩔 수 없이 실수도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실수는 실수이니, 다른 핑계를 어찌 늘어놓겠는가. 민망하고 참담하다.
김승필의 작품 ‘삼거리 점방’과 이덕규의 ‘논두렁’을 꼼꼼히 비교한 결과,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표절이라는 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표절이란 자구를 그대로 가져다 베끼는 것만이 표절이 아니다. 두 작품 사이에 완벽하게 일치하는 대목은 동사 “밀어넣고”와 “넣고”, “마시면”과 명사 “무뜩뚝이 아버지”, “후르르 뚝딱”이라는 의성어뿐이지만, 몇 자가 원작과 표절 의혹 작품에서 일치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자구를 베끼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창작 아이디어를 베끼는 것이다. 두 작품은 시적 발상이 완전히 똑같다. ‘시적 발상이 완전한 무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비슷할 수 있지 않은가’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문제가 되는 시적 발상은 비슷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소외되고 못난 것들을 한데 비벼 한끼 물텀벙 먹듯이 먹는다’라는 발상도 똑같을 뿐 아니라, 그 안에 사람들을 밀어넣어 마신다는 설정까지 똑같다. 특히 “무뚝뚝이 아버지”를 밀어넣는다는 발상, 극복하지 못한 아버지의 고집을 “먹어버림”으로써 오이디푸스적 상처를 극복한다는 심리적·시적 전략이 똑같다. 사람을 음식처럼 먹는다는 것은 매우 독특한 상상력이다. 그것이 우연히 겹쳐질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더욱이 두 작품은 의태어와 의성어를 특유의 토속적 호흡에 섞어 시의 리듬을 구성지게 만드는 외적 특징마저 똑같다. 역시 우연의 일치로 보기 힘들다.
의도적인 표절이 아니라고 해도, 표절은 표절이다. 나로서는 두 작품의 유사성이 전적인 우연의 결과라고 보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매우 유감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