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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가족지원법” 달라져야 한다
황은숙 박사(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장)
최근 한부모가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싱글맘과 싱글대디 관련
방송과 기사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는 지난 6 ~7년간 한부모가정에 대한 관심과 인식개선을 위해
언론기관에 한부모가정 관련 정보를 100여 건 이상 제공하였다.
한부모가정이란 용어 일반화
이들 언론매체들은 한부모가정의 현황과 실태, 한부모가정의 고충,
그리고 정부지원 내용 및 개선방안에 대한 내용 등을 앞 다투어 다루었다.
이는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를 비롯한 한부모가정 관련 단체들의
한 부모가정 복지정책에 대한 기대와 지원 방향을 대변하는 일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모부자복지법”이 지난 해 “한부모가족복지법”으로 개정되어
“한부모가정”이란 용어를 일반화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법 제정 및 개정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한 한부모가정의
복지정책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한부모가정 복지이념과 정책
한부모가정이 건강한 한부모가정으로 바로서고, 사회적인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부모가정에 대한 사회의 복지이념과 이를 반영한 복지정책이 바르게 수립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한부모가정 복지이념이란 한부모가정이 헌법에 명시된 대로 생존권을 확보하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한부모가정 차별철폐 운동본부에서 실시한 한부모가정 차별철폐 캠페인 설문조사에 의하면
일반시민들도 한부모가정에 대한 정부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한다.
한부모가정 복지정책의 변화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에 따라 한부모가정 복지정책도
대폭적으로 변화되어야할 시점에 놓여있다 하겠다.
그러나 일반시민들의 한부모가정에 대한 복지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한부모가족지원법”에는 반영되지 못한 듯하다.
정부의 한부모가정 지원정책
정부의 한부모가정 지원정책은 “한부모가족지원법”에 의해 추진된다.
이에 따라 저소득 한부모가정이 되면 아동양육비 월 5만원,
아동학자금(입학금과 수업료) 면제, 모부자보호시설 입소,
영구임대아파트 입주, 복지자금대출 등의 지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정부의 한부모가정 지원정책은 한부모가정의 현실을 외면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한부모가정에 대한 정부지원의 문제점은 먼저 아동양육비가
5세 이하 아동에게 월 5만원 지급된다는 것이다.
월 5만원으로 어떻게 아이를 키우겠느냐는 지적이다.
둘째, 아동 학자금으로 입학금과 수업료를 면제해주고 있지만
그것보다 사교육비의 부담이 더 버겁다는 입장이다.
셋째, 저소득 모자가정이 되면 모부자보호시설에 입소할 수 있지만
모부자보호시설이 전국에 40여 곳에 불과해 입소가 수월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넷째, 영구임대아파트도 지역에 따라 입주를 오래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또 보증금의 부담으로 입주를 꺼리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다섯째, 복지자금 대출을 받으려하면 연대보증인을 요구해 창업을 시도할 수조차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부모가정 지원정책의 문제점은 “한부모가족지원법”을 개정할 때 층분히 논의되지 않은 듯하다.
개정된 한부모가족지원법
지난해 개정된 “한부모가족지원법”은 한부모가정의 한 유형인 조손가정을 지원대상에 포함시키고,
취학중 아동의 보호연령을 20세 미만에서 22세 미만으로 확대하였으며
고용촉진을 위해 취업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을 포함하였다.
그러나 한부모가정의 복지증진을 위해 꼭 추진되어야 할 의료비 지원,
부모교육 제공, 한부모가정지도사 양성, 한부모가정지원센터 설립 등 주요 핵심 내용은 간과되었다.
의료비 지원해주세요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의 서울시 한부모가정 실태조사 연구에 의하면
조사대상자 중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한 경우가 42.2%에 이르렀고,
이들 중63.2%가 신체적(84.6%), 정신적(15.4%)인 질병으로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희(가명)님은 저소득 모부자가정의 여성 한부모로 몸과 마음이 모두 아픈 한부모이다.
그녀는 위궤양과 불면증, 우울증 등 신체적, 정신적인 질병으로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의료비지원이 되지 않아 가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혼 후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바쁘게 살다보니 제 때 먹지를 못해 위에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위가 아픈지 괘 오래됐어요. 병원을 꾸준히 다녀야 하는데 병원비가 부담돼서 심할 때만 가게 돼요.
최근에는 밤에도 잠이 잘 안 오고, 우울증이 심해져 왜 이러고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김 씨는 위궤양과 불면증, 우울증으로 직장생활은 아예 생각도 못한다고 말한다.
서울시 한부모가정 실태조사에서도 김 씨와 같이 건강 문제로 가사나 취업을 하기
어렵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61.3%에 이르는 것을 볼 수 있다.
부모교육 제공
자녀를 키우는 한부모가정의 부모들 중에는 자녀 양육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미라(가명)님은 이혼 후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는데 자녀에게 이혼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몰라 남편이 사망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아이가 언젠가 자신은 왜 아버지가 없느냐고 묻더군요. 갑작스런 질문에 그만
‘아버지는 돌아가셨단다’라고 말해버렸어요. 그것이 아이한테 더 나을 것 같아서요.”
홍성남(가명)님은 자녀 둘을 키우고 있는 싱글대디이다.
그는 자녀가 커갈수록 자녀와 어떻게 지내야 할지 몰라 고민이다.
“아이가 커가면서 대화가 줄어가는 듯해요. 커서 그렇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한부모가정 아동이 겪는
어려움 등에 대해 알 수 있다면 사전 예방차원에서라도 교육을 받고 싶어요.”
이들과 같이 한부모가정의 부모들 중에는 부모교육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황은숙, 20061), 20062)).
이들 중 부자가정에 비해 모자가정의 부모교육에 대한 욕구가 더 강하다(황은숙, 20073)).
이는 부자가정에 비해 모자가정 부모가 자녀양육에 대한 관심이 더 높기도 하지만
심리적인 혼란과 긴 노동시간 등으로 부모-자녀 관계에 갈등이 깊어져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부자가정의 경우는 자녀양육의 정보를 필요로 하면서도
여성 한부모들과 함께 교육받는 것을 불편하게 느끼기 때문에 참석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
한부모가정의 부모-자녀관계 개선과 한부모가정의 적응을 위해서는 부모교육의 필요성과
프로그램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겠다.
한부모가정 전문가 양성
한부모가정의 부모들은 한부모가정 부모교육의 실시자로
한부모가정지도사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한부모가정지도사를 가장 좋은 부모교육 강사(35.4%, 복수응답)로
생각하는 것은 바로 한부모가정의 고충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부모가정을 상담, 교육하는 현장 활동가들 중에는
한부모가정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자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에서 교육하는
“한부모가정지도사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현미 님은 쉼터에 종사하는 현장활동가로 한부모가정의 부모와 자녀들을
전문적으로 돕고자 한부모가정지도사 교육을 받았다.
강희자 님은 늘푸른빌라모자자립시설에 근무하는 한부모가정지도사이다.
그는 한부모가정을 돕고자 한부모가정지도사 교육을 받았다.
강희자 한부모가정지도사는 “한부모가정을 상담할 수 있는 것은
한부모가정지도사 교육을 통해 한부모가정을 어떻게 상담하고 지원해야 하는지 알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장활동가들의 말처럼 한부모가정을 돕기 위해서는 한부모가정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부모가정지원센터 설립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에는 전국에 거주하는 한부모가정의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
이들은 한부모가정연구소에서 설치한 한부모가정지원센터가 전국에 설립되기를 바란다.
정희림(가명)님은 부산에 사는 한부모이다. 그는 한부모가정연구소 상담실에 가끔 전화를 걸어 상담을 받는다.
“거리가 멀다보니 서울에 가는 것이 쉽지 않아요. 힘들고 답답할 때는 자조모임에도 나가고 싶은데
부산이라 가기가 쉽지 않더군요. 한부모가정연구소와 같은 곳이 전국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는 정희림 씨가 찾아가 도움을 받고 싶은 한부모가정지원센터가
약 6~7개소에 이른다. 이 중에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 개인 차원에서 설립된 한부모가정지원센터들이 많다.
한부모가정지원센터는 기관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부모가정을 전문적으로 돕는 기관이다.
이곳에서는 한부모가정을 위한 상담, 부모교육, 자녀교육, 자조모임, 정부지원 안내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어려움에 처한 한부모가정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외부인과의 관계를 꺼리는
한부모가정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꼭 필요한 지원 기관이라 하겠다.
지원센터 설립의 어려움
한부모가정지원센터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한부모가정지원센터의 설립에 관심을 보이는
개인과 단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지원센터의 오픈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유는 한부모가정지원센터의 운영을 정부지원 없이 전적으로 자체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고 있는 곳은 인천광역시 한부모가족지원센터로 전국에 한 곳에 지나지 않는다.
한부모가정 예산 500억원
여성가족부 한부모가정 담당자에 의하면 정부의 한부모가정 예산은 총 5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중 한부모가정 아동양육비와 교육비 등으로 460억원 이상이 책정되어 이고,
나머지 41억원이 직․간접적인 모부자가정 지원비라 한다.
이러한 한부모가정 지원비로 한부모가정지원센터를 지원해 준다면 건강하고
행복한 한부모가정을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삼척에서는 강원도지역의 한부모가정을 지원하고 있는
김명숙 센터장(강원도한부모가정지원센터)이 있다.
그는 “강원지역에 한부모가정이 아주 많다. 어려움에 처한 그분들을 돕기 위해
센터를 오픈했지만 예산부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에서 한부모가정을 도울 수 있도록 운영비를 지원해 준다면
이 지역의 한부모가정을 더 많이 도울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한다.
전국한부모가정지원센타 현황
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 필요
한부모가정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현행 “한부모가족지원법”을 근거로 실시된다.
현재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한부모가정은 아동양육비,
아동학자금, 보호시설입소, 영구임대아파트 입주, 복지자금대출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한부모가족지원법”에는 앞서 거론된 의료비 지원, 부모교육 제공,
한부모가정지도사 양성, 한부모가정지원센터 설립 등의 중차대한 조항들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앞으로 달라져야 할 한부모가족지원법과 향후 정부 지원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저소득 한부모가정에 의료비를 지원한다.
2) 한부모가정 부모를 대상으로 부 모교육을 실시하여 심리적 안정과
부모-자녀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3) 한부모가정지도사와 같은 전문가 를 양성하여 한부모가정을 체계적 으로 도울 수 있도록 한다.
4) 전국에 한부모가정지원센터를 설 립하여 한부모가정의 복지에 기 여하도록 한다.
5) 한부모가정 아동양육비를 현행 6세 미만 자녀에서 18세 미만으 로 확대하고
그 지원액도 20만 원정도로 상향조정되어야 한다.
6) 한부모가정 아동학자금을 방과후 에 학습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7) 모부자보호시설을 증설 및 현대 화하여야 한다.
8) 저소득 한부모가정에 생계비를 지 원해야 한다.
9) 복지자금 대출시 연대보증인을 신 용보증으로 변경해야 하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
새 정부의 출현으로 “여성가족부”가 “여성부”로, 보건복지지가
“보건복지가족부”로 변경된다. 또한 4월이면 제18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될 예정이다.
새 정부와 새 국회에서는 한부모가정의 실태4)를 반영한 “한부모가족지원법”이 개정되어
한부모가정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복지사회를 구현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