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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V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 | |
[기고] 손형기 PD·전 iTV 대외협력실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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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media@mediatoday.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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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0월11일 인천시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개국한 iTV 경인방송은 지난 12월31일 방송위원회의 재허가 추천 거부로 7년 80일간의 방송을 접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한 언론사, 방송사가 사라지는 이 참담한 현실은 방송 전파의 진정한 주인인 1200만 인천시민과 경기도민들에게 매우 충격적인 사안이면서, 동시에 iTV 직원 310여명과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한 1000여명이 엄동설한에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다는 암담한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방화와 지방분권을 정책의 주요 목표로 하고 있는 참여정부 아래에서 주요한 지역방송이 문을 닫게 되는 사태는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왜 이러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가? 여러가지 복합적인 근인과 원인을 살펴보면서 냉정히 이번 사태를 반추해 보면서 궁극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우선 인천방송으로 출범한 iTV의 개국 당시부터 몇가지 문제를 안고 출범한 사실을 지적할 수 밖에 없다. 하나는 허가를 받을 당시에 허가 주무 부서였던 공보처의 허가 조건이 SBS 서울방송과 방송권역이 중첩되는 사실을 무시하고 자체편성 비율을 40%로 하면서 나머지 60%를 SBS로부터 중계받는 조건을 제시하였고, 당시 iTV 경영진은 이를 토대로 시설과 인력 규모 계획을 수립하였으며, 종국에는 개국을 미루어야 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100% 자체편성으로 무리하게 개국을 강행했다는 사실이다. 태생부터 문제를 안고 출발한 iTV 100% 자체편성은 iTV에 있어서 두고두고 적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인천이라는 협소한 시청권역으로 제작비 등을 포함한 소요경비는 지상파 3사의 그것과 같은데 반하여 광고단가에서는 지상파 3사의 1/10 정도밖에 안되는 구조로, 매체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규모의 경제가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상태로 방송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보처와 iTV 경영진이 실패를 향한 합주곡을 연주했던 셈이다. 이는 후에 적은 제작비와 낮은 시청률, 그리고 낮은 광고수익으로 연결되는 악순환 구조의 시발점이 됐다. 또 다른 하나의 오류는 인천지역 시청자들의 시청행태에 대한 무지함이다. 1997년 10월 개국시에 인천방송의 가시청 인구는 인천지역 시청자의 5%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인천지역의 거의 모든 가구가 케이블TV를 통해 지상파방송을 시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고 지역 케이블TV 사업자들과의 원만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채 출범했다는 것은 이어 터진 IMF 사태와 맞물려 iTV의 앞날을 예고라도 해주는 일대 사건이었던 것이다. 물론 후에 박찬호 경기 중계를 통하여 회복되기는 했으나, 이는 두고두고 인천지역에서 iTV가 원망의 대상이 되는 부분이었다는 지적이다. 개국 당시 위와 같은 불합리한 여건 속에서 출발한 iTV의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iTV의 채널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했다는 점은 계속 iTV 구성원들간에, 그리고 지역 시청자들 간에도 논쟁거리로 남게 됐다. 이것은 경인지역의 프로그램이냐 아니면 수도권 전체의 프로그램이냐의 논쟁으로 방송권역의 확대요구와 케이블TV로의 재전송 문제와 맞물려 마지막 폐업 때까지도 해결하지 못했던 숙제로 남아 있었다. 이러한 여러가지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 출범한 iTV는 그래도 나름대로의 성과를 일시 거두기도 했다. 박찬호 경기 중계를 비롯하여 중국드라마 <황제의 딸> <성인가요 30> <생방송 박찬숙의 터놓고 말합시다>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한발 한발 앞으로 느리게나마 전진을 하면서 2002년에는 작지만 경상이익을 실현하기도 했다. "노조의 '공익민방'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앞서 설명 했듯이 불합리한 방송권역과 이에 따른 왜곡된 방송시장 구조로 근본적인 모순을 해결하기는 어려웠다. 더욱이 방송위원회는 2001년 채널정책결정을 통해 iTV의 케이블TV를 통한 권역외 재송신을 금지하기에 이르렀고, 이는 iTV의 적자구조 탈피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로서 2004년 12월 21일 iTV에 대한 재허가 추천거부 결정과 함께 방송위원회는 iTV 사태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숱한 내외의 모순 속에서 노동조합의 경영에 대한 전방위적인 간섭, 그리고 지배주주인 동양제철화학에 대해 임대료, 폐석회 등의 악의적인 사실무근의 폭로전과 함께 노동조합에 대한 경영진의 정책부재와 무능력이 iTV 경영진의 잦은 교체로 이어지고, 급기야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소위 ‘공익적 민영방송’이라는 터무니 없는 논란 거리를 만들게 하였다. 그러나 사장공모추천제의 경우, 노조가 사장 선임에 간여하겠다는 것이고 소유구조 개편은 거액의 출연금을 대주주로부터 받아 이를 제3의 공익재단에 출연하여 이들로 하여금 iTV를 경영하게 하겠다는 발상으로, 주식회사인 iTV의 정체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처사이며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대한민국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 조건이었다. 방송위원회의 재허가 심사가 한창 진행 중인 작년 11월 9일부터 무려 40여일 이상을 파업하면서 방송을 파행으로 몰아 갔고, 결국 방송위원회로 하여금 iTV의 재허가 추천을 거부하게 만드는데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하였던 것이다. 방송위 재허가 추천거부에 대한 반론 지난 12월 21일 방송위원회는 iTV에 대한 재허가 추천 거부에 대한 보도자료를 통해 추천거부의 세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소모적 논쟁 중단하고 방송사 정상화 나설 때 ‘지방분권’이 참여정부의 출범과 함께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첫걸음이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껏 우리 국토의 불과 0.5%를 차지하는 서울이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자원을 독과점해 왔다. 이 때문에 남한 인구의 절반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블랙홀 현상’이 나타난 것은 필연적이었다. 지금까지의 방송정책 또한 마찬가지로 여의도 중심의 거대방송 3사가 우리나라 방송시장의 90% 가량을 독과점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여의도 문화의 전국화에 다름없다. iTV를 살려야 한다. 등잔 밑이 어둡듯이 서울에 종속되어 인천과 경기도 지역주민들의 이해를 외면하는 거대 방송3사와는 다른 경인지역의 민영방송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21세기 동북아 경제중심지로서의 인천과 경기도의 역할은 지역발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국가발전에도 매우 중요한 축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시장실패로 귀결된 iTV 사태를 거울 삼아 수도권 제2민방에 대한 논의도 한시 바삐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손형기 PD·전 iTV 대외협력실장 |
첫댓글 기사 열심히 스크랩 해놔야겠네요
손 박(발)이 잘 맞는 군...손은 박이 떠나는데 동의했던 사람아니었나요?
있을 때는 완전개가 되어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며 충성심을 보여줬었죠.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