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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새벽 6시. 눈을 떴다. 앞산에 올라가서 일출을 볼까... 어딜 갈까... 시간상 딱히 갈만한데가 떠오르지 않는다. TV를 틀고 날씨를 확인하니 정상적인 일출보기가 쉽진 않을것 같다. 아내를 깨워 수성구에서 일출맞이 행사를 하는 가까운 천을산에 가기로 하고 지하철로 이동, 사람들이 참 많다. 20분도 채 안걸리는 동네 뒷 언덕쯤 되는 산이다. 커피도 한잔하고, 볼펜, 일회용핫팩, 핸드폰고리, 어묵.. 나눠주는건 다 챙겼다. ㅎㅎ 구름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보고... 새해소망을 빌어야하는데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멍하니 있다가 왔다. 집에서 잠시 쉬다가, 이마트에서 파는 피자가 맛있다면서 아내가 이마트 장보러 가자고 조른다. 오후에 혼자 1박산행을 계획해놓은터라 어차피 장도 봐야되고, 이마트를 다녀온다. 이것저것 좀 사고~~ 돌아와서 이것저것 배낭을 꾸렸다.
80리터 배낭, 텐트, 침낭, 침낭카버, 코펠, 버너, 가스랜턴, 건전지랜턴, 헤드랜턴 2개, 보온덧신, 보온바지, 우모복, 가스두통, 빅토리녹스칼, 미니의자, 솔로테이블, 매트리스, 자충매트, 자충배게, 아이젠, 스패츠, 바라클라바, 모자, 장갑두켤레, 물에 불린 쌀, 참치1캔, 소고기, 양념돼지고기, 라면1개, 믹스커피3개, 소주4홉PET, 물 3리터... D팩에 차곡차곡 담아서 배낭에 수납해서 매어본다... 저울에 올려보니 26kg. 헐~~ 허리가 부러지겠다.
배낭꾸려서 매어본 모습. 이제 출발 직전이다. 벌써 3시 가까운 시간. 자연휴양림 주차장까지까지 1시간, 올라가는데 1시간 30분이면 되니까... 밝을때는 텐트치겠지, 깜깜하면 또 어때... 산꼭대기에서 일몰을 보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자연휴양림 주차장에서 무거운 배낭과 거추장스런 카메라를 목에 걸고 오른다. 휴양림 입구 안내표지판까지 오는데도 힘들어 죽겠다. 근데 거리, 시간표시도 없는 표지판... 싫다~~
지루한 아스팔트 도로가 끝나고 본격적인 등산로의 시작... 여기까지 오는데도 30분이 더 걸렸다. 헥헥... 눈은 쌓여있지만 녹지않아서 미끄럽지 않다. 아이젠은 신지 않고 그냥 오른다. 폭신한게 좋다.
4시 57분경... 대견사지의 석탑이 보이는 곳까지 올랐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조금만 더....
5시 7분... 능선에 올라 멋진 일몰을 본다. 생각보다 멋지진 않다...
대견사지 3층석탑이 보인다. 얼마나 반가운지~ 해발 천미터... 9세기 통일신라시대에 지어졌단다. 무너져 흩어져 있는걸 1988년 복원했다는 이야기.
대견사지 삼층석탑과 일몰~~ 이럴땐 카메라를 잘 들고 왔다는 생각이 든다. 카메라의 무게도 만만치 않지만, 가지고 있는 렌즈도 다 큰 구경의 무거운 렌즈 일색이라서 고민을 많이 했었다. 고민끝에 무거운 렌즈는 놔두고, 가지고 있는 렌즈중 제일 가벼운 20mm렌즈를 달아서 온게 아쉽기도 하다.
한참 일몰을 바라본다. 새 해의 첫 일몰.
여기서 잠깐 고민을 한다. 바위밑에 텐트를 칠까.... 원래 계획대로 조금더 가서 정자에 텐트를 칠까. 아무래도 언 땅에 팩박기가 어려울것 같아서 정자에 텐트를 치고 기둥에 줄로 묶는게 좋을 것 같아 여기서 조금 더 가기로 한다. 10분.
다시 한번 일몰을 감상하고...
백패킹을 하면 꼭 찍는 사진.... 배낭사진. 배낭부터 안에든 장비들까지 반 이상이 첫 나들이다. 첫 솔로 동계 야영. 드디어 오늘 목적지 도착. 혹시 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으나 역시 아무도 없었다. 중턱쯤 올라오면서부터 하산하는 내일 아침 10시까지는 단 한사람도 보지 못했다. 누가 깜깜한 밤에 무섭지 않냐고 묻던데... 사람이 무섭다. 나 자신도 무섭고.. 자연은 경외롭고 두려운 존재이지 무섭지 않다. 대학때부터 25년간 별을 좋아한답시고 수많은 밤을 별과 같이 지내왔는데, 밤은 무섭지 않다.
도착했으니 정자에서 보이는 주변 풍광을 한번 담아본다.
바람이 무척 거세다.... 날려갈지도 모르겠다... 다시 대견사지로 내려갈까 고민을 해본다. 그래도.... 우째 되겠지...
이제까지 걷고 걸어 올라온 길. 주차장에서 거의 두시간.... 패킹무게로 볼때 거의 한계다.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허리와 어깨가 뻐근하다. 다행인것은 안좋은 무릎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거센 바람과 싸움을 하며 힘들게 텐트를 쳤다. 거실에서 한번 쳐보고 밖에선 처음인데 치는게 쉽지 않다. 폴대가 실내에 있는게 되어놔서 모서리 홈에 폴대를 꼽는게 생각보다 힘이든다. 바깥에서 치는거면 훨씬 쉬울텐데 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텐트회사에서 어련히 알아서 만들었겠나. 바람과 싸우며 30분 넘게 걸려 얼추 설치를 끝내고~~ 짐을 풀고 상부터 차려서 커피부터 한잔~ 이제 본격적으로 먹는 시간이다. 물을 끓이니 카메라 렌즈에 금방 뿌옇게 이슬이 서린다.
먼저 부채살~~ 소주 한잔 따라놓고 소고기 구워가며 야곰야곰 한잔 마신다. 기분 좋다~~ 근데 소주 4홉들이 한병으로 긴긴 밤을 어떻게 보내지??? 한병 더 살껄.... 오전에 마트에서 저거 한병 사는데도 아내는 무슨 술을 그렇게 큰 걸 사냐고 핀잔을 주길래 한병만 사고 말았는데, 혼자 오는 길에 한병 더 살껄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본격적으로 카메라들고 놀기 시작. 다른게 할 일이 없으므로... 책 한권 들고 오려다가 산에서 사치인것 같아 마지막에 빼버렸는데 담부턴 들고 다녀야겠다. 발부터 한장 찍고~~ 다운부티. 저거없으면 발가락이 꽁꽁 언다.
작은 건전지 랜턴도 하나 켜놓고~
텐트 천정에도 아주 작은 헤드랜턴을 하나 매달아 놓고~~
어라 벌써 소고기가 동이 났네.... 이제 밥을 먹어야 할 차례인가... 출출하진 않지만 내일 가볍게 내려가려면 먹고 힘내야지.
보금자리.
정자 난간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사진도 한 장 찍어보고. 삼각대 무게가 만만찮기에 삼각대를 놔두고 왔는데, 아무래도 500g짜리 삼각대를 하나 사야 할 모양이다.
텐트 안쪽은 원래 색이 얼룩덜룩한거고, 부직포 같은 결로가 거의 생기지 않는 재질이라 뽀송뽀송한데 폴대는 어쩔수 잆다. 폴대와 실링테이프에 얼음이 끼인다.
이제 열심히 밥을 하는 중~ 밥과 같이 먹을 돼지불고기도 꺼내놓고~ 가스랜턴도 불을 밝히고~~ 실내가 훨씬 따뜻해졌다.
백설표 머그컵. 600ml짜린데 고민을 많이 했었다. 이중컵으로 사면 물을 못끓일꺼고, 용량은 어느정도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큰 걸 샀다. 괜찮은 선택인거 같다. 술을 받아도 더 많이 받을수 있고~ 배낭 바깥에 다니 수납문제도 없고.
이제 밥이 다 되었다. 밥구멍이 송송송. 밥이 아주 잘 지어졌다. 미리 쌀을 불려 가지고 간 탓이다. 물도 좀 적게 잡고~
사진에는 잘 안보이지만 윤기가 흐른다.
이제 돼지고기를 굽고~~ 반만 굽고 나머진 내일 아침에.
김이 모락모락~~~ 밥이 상당히 많다. 반만 먹고 나머진 내일 아침에 물넣고 끓여먹어야지. 아침에 밥이 딱딱하게 얼어있어서 그냥 먹을수도 없었다.
이제 밥도 먹었고, 혼자 셀카놀이도 해본다. ㅎㅎ 얼굴색깔이 빨갛게~~~ 안좋아서 색을 좀 빼고~~
꽁꽁까지는 아니어도 실내에 있던 물이 얼었다. 텐트벽에 붙여세워 두었던 물병은 꽤 얼었다. 가방안에 두든지, 버너옆에 두든지 해야겠다.
설거지하기 편하게 고기 한점 남김없이 해치우고. 백마코펠. 밥도 잘 되고 설거지도 휴지 한장이면 끝난다. 약간 무겁다는 점만 뺴면 훌륭하다. 무거워서 작은 냄비 하나는 빼놓고 왔다. 시에라컵과 머그컵이 있어서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국끓일 일이 있으면 작은 냄비도 필요하겠지. 근데 혼자서야 그럴일이 없을꺼고...
시에라컵. 아주 유용한 넘이다. 이것도 500ml짜리로 넉넉한 크기다. 밥 잘먹고 커피 한잔~~
이제 라면 먹을 시간. 라면에 김이 모락모락... 맛있게 잘 익었다.
술도 한잔하고. 거의 다 마셨는데... 말똥말똥하다. 라면국물은 생수통에 넣어서 가지고 왔다.
이제는 자야 할 시간. 먹고 마시고, 사진놀이 하다보니 어느듯 11시가 훌쩍 넘었다. 작은 등하나 켜놓고 정말 꿈나라로~~ 침낭은 준우에서 나오는 제품중에선 비싼 넘으로 구했다. 충전량 1500g, 93% 짜리라고 하는 폰투스. 1500g짜리 공구침낭도 있지만 패킹사이즈와 무게에서 꽤 차이가 난다. 티만 입고 잤는데 좀 덥게 잤다.
다음날 새벽. 어김없이 6시도 안되서 깨어났다. 평소 습관은 어쩔수 없다. 술이 더 있었으면 더 잤을 수도 있었겠지만... 주섬주섬 옷을 껴입고 텐트 밖을 나서 본다. 하늘에 별이 초롱초롱하다. 어제 저녁은 구름이 좀 많았는데 새벽하늘은 딴 판이다. 초생달과 금성. ISO800에 8초, f2.8. 후레쉬없이 해드랜턴으로 길을 비추어주었다. 카메라는 정자 난간에 올려놓고~
ISO800에 10초, f2.8. 달만 없었으면 20초정도 노출을 주면 좋을 밤하늘이다.
싸이트도 찍어보고. 텐트를 품고 잇는 정자.
북두칠성과 아크투르스... 봄철 별자리가 머리꼭대기에 있다.
사자자리. 20mm렌즈지만 프레세페 성단도 희미하게 보인다.
좀 삐딱한 느낌....
이제 날이 많이 밝아졌다.
일출을 찍으러 일출 포인트 찾아 나설까 하다가 포기... 삼각대도 없고, 렌즈도 20mm뿐이고... 텐트에 들어와서 슬슬 아침 먹을 준비를 한다. 아침 8시경. 텐트 한장 찍고~ 주변 풍광을 담아본다.
상쾌한 공기와 아침 햇살이 따뜻하다.
이렇게 마무리를 하고 철수를 해서 산을 내려온다. 혼자만의 겨울 산행과 야영. 엄청 많이 먹었지만 몸무게는 오히려 줄었다. 25kg이 넘는 배낭 무게에 몸은 많이 힘들었나 보다. 물은 3kg을 들고 갔지만 1kg밖에 안썼다. 돈주고 산걸 버릴수도 없고... 다음부터 배낭무게를 2kg은 줄일수 있겠다. 내려오는 길 배낭을 매어보니 별로 가벼워진 느낌이 안난다... 물, 술, 쌀, 라면, 고기등등 3kg은 줄었는데도 말이다. 하산하는 길. 비슬산 자연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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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몇 달전부터 준비하면서, 1박 산행하려고 연휴만 기다린터라 관측에는 못갔는데, 비슬산에서 별은 봤습니다.
와~ 멋지구리~
그냥 눈동냥만으로도 행복을 느낍니다.
마우스 휠을 돌리며 스크롤 하는동안 제가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이야! 멋집니다.
멜랑꼬리하고 센티멘탈하면서 솔리터리한 분위기가..(고 앙드레 김)
상큼힌 밤공기가 코끝에서 쨍하게 느껴지는 맛도 좋습니다.
멋지네요~~~. 체력이 부럽습니다~.
이야~ 멋지네요.
겨울 눈덮힌 산을 솔로 산행하고 1박까지.
춥다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사람들은 아마 그 맛을 상상도 못하겠지요?
언제 기회되면 따라가고 싶네요.
저는 이번 여행이 반세기만에 첫 경험이고 빡센 일정에 걱정도 좀 되지만
적도 아래 무사히 다녀와서 후기를 올리겠습니다.
우리 회원님들이야 늘상 하는거자나요. 차에 내려서 바로라서 그렇지...
추운 겨울밤에 잠안자고 별보는게, 짐지고 올라가는거보다 육체적으로 더 힘들지요.
와~ 후기도 너무 재미난데다가 사진이 정말 멋진데요! 북두칠성 색이 저렇게 곱고 색다른지 처음 알았습니다.
멋집니다!
나홀로 산행과 야영까지. 글구 26kg배낭~~ 철인의 면모가 느껴집니다. 자연은 무서움이나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경외의 대상이란 말씀과 정작 무서운건 사람이란 말씀이 한번더 가슴에 와닿는군요.
더디어 비박산행을 시작하셨군요 혼자라 느낌이 새로웠을것 같습니다.
다음에도 산행기 올려주세요 너무 재미있습니다.
죽~ 읽어 내려오다보니 해보고 싶은 욕구가 마구마구 생기는군요
정말 멋진 경험을 했네요. 가만히 앉아서. 부러버라. 2월 26일날 처음으로 비슬산 정상에 올라가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