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들 사고로 하늘나라 보낸 어미가 무슨 낙이 있나요. 한많은 인생 목숨 붙어 있으니 그저 하루를 연명하는 거죠. 세상을 살아갈 의미가 없어요.”
지난해 세월호 사고로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의 눈물섞인 한탄이다. 사고 후유증으로 많은 피해자 가족들이 우울증에 시달리며 정신적 안정을 되찾기 위한 심리 상담을 받아야만 했다. 사고 피해 가족들은 트라우마에 빠져 제대로 된 삶을 포기하는 부분이 많다. 심리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그런 가운데 정부가 재난·범죄 피해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치유 프로그램 지원 사업’을 준비하고 있어 주목된다. 예술치유는 말 그대로 미술, 음악, 무용, 연극 등의 다양한 예술활동을 심리치료에 접목하는 방식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김상욱 예술정책관은 “음악·미술·무용 등 예술매체와 심리·상담기법이 융합된 예술치유 프로그램은, 문화예술에 내재된 치유효과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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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치유 강사 김현선 씨가 “사고 피해자들의 상처 회복과 마음의 성장을 돕는 데 예술이 큰 힘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소속 사회예술 강사 김현선(52세) 씨를 만나 예술치료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문체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소속 사회예술강사로 선정돼 경기도 광주에 있는 성분도 보호작업장에 장애인 예술강사로 활동하며 미술 프로그램과 미술치료 프로그램 병행 수업을 하고 있다.
김현선 씨는 “재난·범죄사고 등으로 인해 가슴에 상처를 안고 있는 대상자들은 심리 치료를 해줘야 한다. 대상자들의 상처 회복과 마음의 성장을 돕는 데 예술이 큰 힘이 될 수 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예술치유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우울증을 앓고있는 이들이 꺼릴 수 있는 외부노출과 제3자의 개입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며 “피해 가족들의 정서적 안정을 되찾는 활동에 ‘예술치유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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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치유 대상자들이 화목한 가족을 표현한 그림 |
그러면서 김 씨는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3년 전 부친의 사망으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리던 모친(75세)이 미술과 음악치유로 하모니카를 배움으로서 무기력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우울증으로 무의미한 삶을 보내던 모친이 흥겨운 음악소리를 들으며 기분 전환도 하고 적극적으로 예술치유 활동에 동참함으로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게 됐다.”며 “예술치료 전문 강사로 활동하면서 어머니의 우울증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니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증세의 강도에 따라 사회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까지 꾸준히 예술치유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 씨는 “예술치유를 활용하면 재난·범죄사고 등으로 인해 심리적인 상처를 안고 있는 대상자들이 부담을 덜 느끼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어 효과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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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선 예술강사는 “미술치료는 미술 작업을 통해 개인의 정서적 갈등과 심리적인 증상을 완화시키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
예술치유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했다. 미술치료 교육을 진행 중인 김 씨는 “미술치료는 미술 작업을 통해 개인의 정서적 갈등과 심리적인 증상을 완화시킴으로서 한 개인이 원만하고 창조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심리치료법”이라고 소개하면서 “미술치료의 본질은 미술을 매개로 대상자를 치료하는 것이다. 그림그리기를 통해 자유롭게 대상자의 내면세계를 표출하게 하고, 그것을 통해 숨겨진 속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라고 들려줬다.
그러면서 그는 “우울증에 시달리는 대상자들의 미술에서 보이는 색상은 대부분 어두운 색이다. 이런 대상자들을 위해서는 다양한 색을 사용해 밝게 표현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라고 설명했다.
예술치료를 하면서 슬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궁금했다. 김 씨는 “예술치료는 내면의 작업이므로 그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다. 미술이나 기타 활동에 몰두하는 것만으로도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내면의 억압된 심리를 표출하게 돼 저절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되고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얻게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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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치료 교육을 통해 내면의 세계를 표출하는 대상자들 |
그는 “예술치료는 어린아이부터 청소년, 성인, 노인 등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 모두에게 적용된다. 특히 재난·범죄 사고를 당해 트라우마에 빠져 고통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가족들의 정서적 안정감을 되찾는 데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혼돈기의 청소년에게는 자아 정체성을 기르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한다. 노인들에게는 치매 예방의 효과와 함께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탁월하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예술치유 사업을 지원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그는 “예술치유는 마음을 치유해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에 내재된 치유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예술의 가치를 다양한 분야에 접목·확산시킬 수 있기에 문화적으로도 바람직한 현상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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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을 일깨워주기 위해 김현선 씨가 활용하는 다양한 예술치료 도구들 |
김 씨는 요즘 미술치료를 통해 정서적인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예술치유의 매력에 푹 빠져 산다. 시간 날 때마다 심리학, 철학 등의 책을 읽으며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양한 예술교육을 통해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지 못한 피해 가족들이 하루빨리 정서적 안정을 되찾아 평온한 마음으로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당한 재난·범죄 사고로 인해 지금도 고통 속에 있는 우리의 이웃에게 다시금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함께 일어설 수 있는 방법을 다 함께 고민하는 4월이 됐으면 한다.
나의 묘비명에 쓰고 싶은 글 - 이웃사랑 봉사활동에 앞장 선 호박조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이 세상을 다녀가다. 내 곁을 지켜 준 모든 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