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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란 삶의 무게를 다룬 다큐 - (2012.7.21. KBS1 (토) 밤 12:55)
오래된 인력거
인도 최대의 도시 콜카타. 그러나 그 이면에는 400만명이 넘는 절대 극빈자가 매일 지독한 가 난에 맞서 살아간다. 그곳에는 맨손과 맨발로 치 열하게 삶을 사는 인력거꾼 샬림이 산다.
샬림은 아내의 병원비, 가족의 생활비를 벌면서 틈틈이 돈을 모으며 하루 빨리 가족과 함께 살 집을 장 만하려 한다.
그래서 그는 모든 것은 신의 뜻이 라는 의미의 ‘인샬라’를 마음에 새기고 매일같이 지열 70도의 뜨거운 아스팔트와 세찬 빗줄기를 뚫고 꿈을 향해 달려간다.
1999년 인도에서 주인공을 처음 만난 이성규 감독은 그의 모습에서 감동을 받고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의 삶을 옆에서 지켜보며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그의 노력은 젊은 인력거꾼 마노즈와의 인연으로 이어진다.
2011년 작품으로 그해 그리스 테살로니키 다큐멘터리 영화제, 캐나다 핫독스 다큐멘 터리 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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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쒜러 빠떠 개 호로 시키!" 창작집단 917의 장편 극영화 <시바, 인생을 던져>에 나오는 대사다. 카메라맨인 '최'가 내뱉는 욕설이다. 지금 내 입에서 나오는 욕설이기도 하다.
<오래된 인력거>는 다큐멘터리 영화이긴 해도, 독립영화는 아니다. 독립영화는 자본과 권력으로 부터 자유롭게 제작된다. <오래된 인력거>가 권력으로 부터 자유롭긴 하나, 자본으로 부턴 결코 자유롭지 못한 영화다. 엄밀히 말하면 권력으로 부터도 그리 자유롭지만도 않다. "독립영화 조아라해서 함봤는데....다큐랍시고..뭘찍었는지......쩝.." 이틀전 모 포털 사이트 영화 리뷰란에 올라온 누리꾼의 한 마디다. <오래된 인력거>를 보고 쓴 단문이다. 그동안 나는 몇몇 인터뷰와 개인적 글쓰기를 통해 '<오래된 인력거>는 독립영화가 아니다'라고 밝혀왔다.
포털의 영화 리뷰 게시판에 저 글을 올린 이가 갖는 독립영화란 개념은 분명 왜곡된 것이다. 그런 왜곡과 오해로 부터 벗어나고픈 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데 KBS의 '독립영화관'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오래된 인력거>가 방영된다. 이렇게 '독립영화'란 단어는 혼란스럽다.
하여, 지금 내 입에선 "쒜러 빠떠 개 호로 시키!"가 반복하여 뱉아지고 있다. '독립영화'란 개념 조차 왜곡하여 제대로 정립조차 못한 채, 감독을 능욕하는 자들을 향한 내 욕설이다. '독립영화'란 명목으로 영상 콘텐츠를 날로 먹는 방송사를 향한 내 욕지기다. 그리고 그걸 획득물로 여기는 일부 영화인들을 향한 '조까'다.
어찌됐든 <오래된 인력거>는 감독의 의지와 관계없이 '독립영화'의 틀 안에 갇혀, 오는 토요일 밤 12시 55분 KBS1 '독립영화관'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된다. "쒜러 빠떠 개 호로 시키!"다.
나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그리고 영상 콘텐츠 생산자면서 동시에 그 콘텐츠를 파는 장사치다. '독립영화'란 프레임으로 내 작품을 헐값에 넘기지 말라. 글고 독립영화는 그렇게 헐값에 넘어가선 안될 독립적인 영상 콘텐츠다.
장사치인 나도 쪽팔리는 방송 편성이다. '독립영화인'으로서도 쪽팔리는 프로그램 아닌가? 지상파가 던져주는 과자 부스러기에 결코 현혹되지 말라... 그대들이 던져주면 낼름 받아 먹는 강아진가?
지난 밤(2012년 7월 19일)에 쓴 글이다. 글이 격하다. 그리고 거칠다. 감정을 걸르지 않은 채 그냥 나오는 대로 질러 쓴 글이다.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오래된 인력거>에 관한 강연을 마치고 여의도 작업실로 돌아왔을 때, 많이 지쳐있었다. 습관처럼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웹상의 이런 저런 소식을 읽다가 트위터를 열었다.
"[독립영화관] KBS1TV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밤12시55분! 인도콜카타에서 맨손과 맨발로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인력거꾼 샬림을 만나봅니다. 소설가 이외수의 내레이션이 흐르는 이성규감독의 다큐멘터리 <오래된인력거> 본방사수!!"
허걱.. <오래된 인력거>가 KBS에서 방영된다고? 이번 토요일에? 감독인 나도 모르고 있었던 거다. 근데 다른 이들은 그걸 알고 트윗을 날리고 있다. 그리고 나서 쓴 게 저 글이다.
지인 한 사람은 덧글로 이렇게 썼다. "감독님 불쾌하셔도 이미 버스는 출발했습니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시고 시청률 높이 나오기만 기도하세요. 저 역시 여기저기 많이 홍보하겠습니다. 화이팅" 그래. 버스는 이미 출발한 상황이다. 그 버스를 잡을 수도 없다.
"토요일 밤 12시 55분.. 심야 시간 편성... 이왕 방영하는 거면 시청률이라도 잘 나와라... 3% 나오면 감격이고, 5% 나오면 기절이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8%가 나오면 여의도에서 광란의 누드 행진을 하련다. 캬햐..."
<오래된 인력거>가 방영될 KBS1 <독립영화관>의 평균 시청률은 1% 안짝이다. 그걸 알고 있는 나로선 3%면 감격이라 했고, 8%면 여의도에서 누드쇼를 하겠다고 허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잠을 설쳤다. 지금 편집 중인 <천 개의 고원>이란 다큐멘터리 편집 작업이 있기도 했지만, 영 마음이 불편했다. 새벽녘 잠이 깼다. '파인만'이란 물리학자에 관한 그래픽 노블을 읽으며 새벽을 보냈다. 창문이 환해지면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출처] 오래된 인력거 그리고 KBS 독립영화관|작성자 안테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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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시대는 혼란스럽다. 개념적 정의는 자본에 의해 이리 저리 그 편의성으로 재단된다. 지난 밤 내가 발끈한 <오래된 인력거>의 KBS1 '독립영화관'편성은 그러한 개념적 정의에 대한 혼란의 결과다.
독립영화란 무엇인가? 그것이 무엇이기에 내 자신이 이토록 나서서 '<오래된 인력거>는 독립영화가 아니다.'라고 떠드는 것일까? 여의도 방송가의 자본과 권력구조 그리고 독립영화 진영의 순혈주의를 인지하지 못하는 이들로선 지난 밤 내 분노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개념을 넘어서 마음으로 느껴지는 그 무언가가 있는데...그게 뭐, 독립영화든 다큐든 홈비디오든, 예술이고, 인생아닐런가요- 솔직히 만드는 사람 말고 보는 입장에서는 뭐라도 내 심장을 움찔 하게 해 줄 그 한 방이 제일 간절한거죠." 내가 분노를 터트린 글에 지인이 덧글로 올린 내용이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그것이 어떤 장르로 구분되던 그것이 어떤 구조이던 그것이 어떤 개념적 정의를 지녔던 상관하지 않는다. 대형 할인 마트에서 진열대의 비밀을 소비자가 알 필요는 없다. 그런데 지금 나는 진열대의 권력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국에서 '독립영화'의 개념적 정의는 지극히 혼란스럽다. 이질의 경계를 부수고, 동질의 경계를 공고화한 그래서 그 정체성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이질과 동질은 이종격투기의 차원이 아닌 잡종격투기 수준으로 격하되는 게 아닌가 싶은 요즘이다.
독립영화는 일부에겐 순혈주의에 의한 출신성분으로 구분되고, 미디어 자본에겐 '아마추어리즘'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많은 소비자에겐 극장에서 개봉하는 다큐멘터리와 독립영화가 등가의 개념이 된다. 단편 영화를 독립영화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윤 추구를 최우선 목표로 하는 일반 상업 영화와는 달리 창작자의 의도가 중시되는 영화. 기존 영화와 주제, 형식, 제작 방법 따위에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독립’이란 자본과 배급망에 크게 의존하지 않음을 의미하며, 대체로 단편 영화로 만들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나마 이해하기 쉽게 정리된 '독립영화'에 대한 설명이다. 저 개념적 정의 대로 본다면 <오래된 인력거>는 독립영화가 맞다. 하지만 감독인 나는 내 스스로 '<오래된 인력거>는 독립영화가 아니다'라 한다. 그것은 두 가지 배경에서 비롯된다.
미디어 자본은 '독립영화'를 아마추어리즘으로 격하시키는 경향이 있다. 특히 독립영화로서의 다큐멘터리를 바라보는 방송권력의 시각은 더더욱 그렇다. 그것이 '<오래된 인력거>는 독립영화가 아니다'라 하는 첫 번째 이유다.
한국에서의 독립영화는 '체제저항'의 선에서, 영화적 활동을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다큐멘터리를 중심으로 한 독립영화 진영은 이질의 경계 밖에서 동질의 경계를 강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부는 순혈주의자다. 그 일부가 한국의 독립영화 대표자 처럼 되어 있다. 이송희일 감독은 2006년 글에서 이렇게 쓰기도 했다.
[독립영화를 규정하는 데 필요 불가결하게 동원하곤 했던 출신 성분. 요는 이렇다. 넌 어느 단체가 있느냐? 넌 어디서 영화를 배웠느냐? 너는 어느 소속이냐? 따위의 질문들. 적어도 ''''독립영화를 한다는 것''''의 규정 속에는 ''''독립영화 창작 단체에 속해 있어 독립영화를 지향한다''''와 같은 순수 혈통주의가 함의되어 있었다.]
6년 전의 글이지만, 지금의 상황과 대입을 해도 그리 다르지 않은 지적이 된다. '<오래된 인력거>는 독립영화가 아니다'라고 강변하는 두 번째 이유가 바로 그 순혈주의에 있다. 나는 여의도란 방송가에서 '갑'인 지상파 방송사의 하청을 받아 방송프로그램을 제작 연출하는 '을'로서의 외주PD이다. 지상파 정규직이던 독립영화진영이던 그들의 순혈주의에 의해 그 어디에도 들어갈 수 없는 잡종자다.
영화 작업과 정치 사회적 활동을 등가로 치는 이들에게 독립영화의 개념적 정의는 '이데올르기적 정의(Justis)'에 묻힌다. 물론 다큐 감독은 실제에 있어서 창작자(artist) 그 자체로서 보다는 활동가(activist)적인 성향이 강할 수 밖에 없기도 하다. 하여, 내 경우엔 강연장에서 다큐감독은 창작자가 되기 이전에 스스로 활동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다큐 감독은 고통의 지휘자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고통의 체험자여야 한다."란 슬로건을 종종 남발한다.
내 스스로 독립영화인이라 하지 않는 건, 이질의 경계를 쌓아(실은 그들 자신이 쌓은 게 아니다. 그렇게 경계가 쌓여진 건 외부에 의해서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 자신에 의해 쌓여지기도 한다.) 순혈주의에 빠진 이들과 구분 짓기 위한, 내 자신의 엉성한 강변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하여, KBS1 <독립영화관> 편성에 열불을 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만약 <오래된 인력거>가 EBS에 의해 '독립영화'로 구분되어 편성됐다면, 나는 이토록 방방 뜨진 않았을 게다. KBS였기에 열불을 터트리는 게다.
KBS의 독립영화 편성은, 두 가지 의도를 지니고 있다. 첫 째, 남들 다 자는 심야 시간에라도 '독립영화'를 편성하여 다양한 장르의 영상 콘텐츠를 유통한다는 명분을 얻기 위해서다. 두 번 째는 저가로 콘텐츠를 구매하여 편성 시간을 메꾸려는 데 있다. 유럽이나 북미의 공영방송과 달리, 한국의 공영방송 KBS와 MBC는 '독립영화'를 '아마추어리즘'으로 상업적 콘텐츠 생산에 진입하기 위한 전 단계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기에 그들은 독립영화를 TV로 유통하는 데 있어 적합한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전혀 없다. 이렇게 된 데엔 너무도 복잡 다단한 배경이 있다. 민감한 사안이기에 그걸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KBS의 '독립영화관'은 독립영화 진영이 '독립영화'라 분류하는 영상콘텐츠를 편성하지 않는다. 1% 안팍의 시청률 속에서 얼마라도 그 시청률을 더 올릴 의도로, 실패한 상업 영화 가운데 나름 창작의 개성이 돋보이는 예술영화틱(?)한 영화를 구매하여 편성한다. 왜냐하면 그게 저렴한 콘텐츠 구매가 되고, 속칭 뽀대도 나기 때문이다. 그 의도에 <오래된 인력거>가 들어갔다. 감독인 나로선 그게 불쾌한 지점이 된다.
내가 무슨 소리를 해도 변할 건 하나도 없다. 그러니 '개 푸념'이 된다. 방송은 시청률로 먹고 산다. 그 성적표에 따라 채찍을 휘두르기도 하고 당근이 주어지기도 한다. 당근을 먹을까? 채찍을 맞을까? 이토록 나는 잡종자가 된다. 그래서 '씨바!'라 외치며 오른 손 중지를 치켜세운다.
[출처] 오래된 인력거 그리고 KBS 독립영화관|작성자 안테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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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밤에 질러낸 감정도 추스리지 못해 이른 아침에 다시 글을 쓴 게다. 여전히 거칠고 격하다. 그 글에 또 다른 지인은 내게 위로의 말을 던졌다.
"잘 알게 되었습니다. 전 그냥 보면서 감동받고 마음에 남아서 영화를, 감독을...막 검색해서 찾아보고 하는 시청자의 입장^^ 이번 기회에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될거라 생각 됩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을만치 격해진 감정이 이제서야 가라앉는다. 그래도 그 기분은 여전히 편치 않다.
2012년 7월 20일(금) 오전 9시 35분 즈음,
여의도 917 작업실에서............................
PS : 방송은 이미 완성된 작품이라 하더라도, 방송사는 자사의 포맷에 의해 이른바 '종합편집'(종편)이란 걸 한다. 내일(토) 자정을 넘긴 밤 12시 55분, KBS1 '독립영화관'에서 <오래된 인력거>가 방영된다.
"내일 밤 KBS1TV 12시55분! < 오래된 인력거 > 방송전... 편집실에서 종편작업중입니다. 다시봐도, 몇번을 봐도 좋은 영화네요. 인력거꾼 샬림을 만나보아요. 내일밤 꼭 본방사수!!"
[출처] 오래된 인력거 그리고 KBS 독립영화관|작성자 안테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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