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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정비된 육사코트에는 봄의 속삭임처럼 기쁨의 파동이 넘실 거렸다. 3월 13일 오후, 카타회장배 개나리부 4강이 열리는 현장을 찾았다. 그곳에서는 이미 경기를 마친 베테랑부와 왕중왕부 시상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혹독한 추위에서도 얼음을 밀어내고 복수초가 피어나듯, 입상한 선수들은 겨울 내내 쉬지 않고 단련해 온 결과의 선물을 받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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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중왕 우승자 신용철은 “어깨 인대가 파열되어 대회가 없는 겨울동안 근력운동으로 재활치료를 하면서 보냈다”며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 파트너 덕분에 한 우승이어서 아주 오래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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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엘보로 고생하면서 뜸 150개를 한꺼번에 팔 위에 올려 놓고 신경 일부를 마비시키는 독특한 방법으로 치료 했던 신용철은 이번에 어깨 치료 방법도 매우 각별했다. 세상에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마운틴 클럽의 신용철 우승자는 “어깨를 수술하지 않고 매선치료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하루에 500개씩 책상에 대고 팔굽혀펴기와 근력 운동을 병행했다”며 “사실 결승까지 스윙이 제대로 되지 않아 파트너를 믿고 주로 발리에만 의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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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이 끝날때까지 한무리의 남성들이 기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는 곳으로 갔다.베테랑부에서 우승한 신경종의 우승을 축하하던 심심회 회원들이었다. 정재용 박사는 “심심회는 하트투하트. 마음과 마음이 모이는 클럽이다”며 “노원구 일대의 40~50대 전국대회 우승자가 대부분이고 또 각 소속 클럽에서 리더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목요일 오후마다 모이고 있다 있다”고 전했다. 같은 클럽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입상한 선수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응원하며 기쁨을 함께 나누는 현장은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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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이 끝나자 곧바로 국화부 왕중왕 4강 경기가 시작되었다. 과연 누가 우승을 차지 할 것인지, 4강 경기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그동안 국화부 왕중왕부는 출전 선수 명단만 보면 금방 누가 우승 후보인지를 가려 낼 정도였으나 이번만은 아니었다.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고미주 김선영팀을 8강에서 꺾고 올라온 비트로팀의 이미영 이정숙조는 깔끔하게 우승을 차지했다. 이정숙의 백핸드 슬라이스로 이어진 이미영의 센터 백발리는 강력했고 거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생애 처음 왕중왕부에서 우승한 이정숙은 “꿈만 같다. 8강에서 최고수들을 이기고 난 후 4강부터는 덤이라고 생각하면서 편안하게 게임에 임했다”며 “든든한 파트너 미영씨 덕분이지만 그래도 우승하고 나니 꿈만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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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부 결승에 올라온 신경옥 박경옥은 개나리 대회 때부터 계속 파트너를 해 온 팀이다. 화곡클럽의 신경옥은 “이름이 같아서 인지 둘이 파트너하면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며 준우승 소감을 전했다. 모든 부서의 시상식이 끝났건만, 코트 한쪽에서는 신인부 경기가 한창이었다. 대학 동아리 출신들이 대거 출전한 신인부는 박진감 넘치는 젊은이들의 기압 소리가 울려 퍼졌다.초록빛 건강과 기쁨을 사는 현장이었다.- 글 사진 송선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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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후기
그날. 비트로 팀장인 내 어깨가 넓어졌다. 마치 자식이 귀한 집안에서 떡뚜꺼비 아들을 낳은 것 처럼. 카타 성기춘 회장이 여는 왕중왕 대회에서 비트로팀의 이정숙 이미영이 국화부 우승을 차지했다. 작년에 성적이 좋지 않았던 조성진을 연말에 심하게 쪼았는데 그 영향때문인지 겨울에 운동을 했다더니 김일웅과 3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기쁨이야말로 내 몸에 새순을 돋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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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된 일인지 랭킹 1위인 비트로팀의 이순규가 일찍 졌다. 이것이야말로 설명이 안되는, 기상천외한 일이라고 다들 이야기했다. 살다보면 어떤 이유로든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도 있다.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라 복식경기라서 그렇다. 4강 경기를 하던 3월13일, 비트로팀 11명 중 7명이 코트에 모였다. 가난한 팀장을 대신해 이정숙이 수 십만원어치의 저녁 식대를 지불했다. 우리는 마음껏 축하해 주었고, 나는 우승자들을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사진을 뽑아서 액자에 넣었다. 사진은 매 달 수 천장 찍지만 인화는 매우 드문 일이다. 나는 이 사진을 24일 경인교대 재능기부하는 날 다시한번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전해주려고 한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진진한 기쁨이었다. 가끔 이런 기쁨속에 빠지고 싶다는 것이 지나친 욕심일까? 자랑스러운 비트로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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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결과
국화부
우승- 이미영 이정숙(비트로팀)
준우승- 신경옥 박경옥(화곡, 김포어머니)
3위 -임귀분 윤주연 김기숙 위홍림(오름, 풀잎)
개나리부
우승- 고은정 김성미(한빛,목련)
준우승- 한성숙 최정옥
3위 -임영애 한승숙(시흥매화) 김영주 박선순(산본어머니, 임사단)
왕중왕부
우승- 신용철 정창대(마운틴, 안양원)
준우승- 김민환 김우석(양떼목장)
3위 -김일웅 조성진(비트로팀) 유종수 이상용(태을,스윙)
베테랑부
우승- 신경종, 이채응(심심회, 일맥회)
준우승- 이용식 이종우(다원회)
3위 -김용래 김정균(원주위너,수원화홍),조도연 김우연(한전투모, 전북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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