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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노미 집에서 김광한 다치노미(たちのみ) 란 일본말은 서서 마시는 술집을 말해요.술 한병 혼자 마시려면 술집에 가야되고 거기 가면 술 한병값에 붙는 안주 값이 만만치가 않아서 낱잔으로 약간의 안주가 있는 집을 찾게 되는데 여기가 바로 다치노미집이라고 해요.일본의 동경 같은 곳에서는 흔한데 한국에서는 거의 없다시피해요.그런데 우연히 종로 4가 종묘공원 곁의 시계골목 맞은편에 허름한 술집이 생겼는데 앉을 자리는 없고 서서 마시는데 소주 큰 컵 한잔에 천원을 받고 젓가락으로 몇번 찍을 수 있는 안주가 놓여있어서 근처 노인들이 줄을 서요.이것도 다치노미 집이라고 할런지,여기서 우연히 30여년전에 유명했던 늙은 가수를 만났어요.저보다 대엿살 위인데 당시만 해도 백구두에 하얀 양복, 그리고 선글라스를 쓰고 젊은 여자 몇명을 대동하고 다니던 그 유명 가수가 제 곁에서 소주컵에 안주를 찍어먹는 모습을 보니 인기란 것이, 이름값이란 것이 이렇게 허망한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청계천에서 흔히 보는 잠바에 도리우찌를 쓰고 있고 화장기 없는 늙은 얼굴의 그 유명 가수였던 사람,제가 아는체를 했더니 그렇게 반가워할 수가 없어요.자기를 알아주는 한 사람이 아직 남았다는 것이 그분에게는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던거에요. 그분이 세잔 그리고 제가 네잔을 샀죠.그리고 그 집에서 나와 공원 벤치에 앉아 한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죠.가수나 연예인들에게는 인기라고 하고 명예를 앞세우는 글쟁이나 정치인들 같은 경우는 이름 값이라고 하는데 그 이름이란 것이 참으로 허망한 것같아요.그 가수의 경우, 세월이 지나 나이가 많아지자 밤무대에서도 골든타임에 서지 못하고 초저녁이나 끝장무렵에 몇곡 새로 태어난 술꾼들에게 아양떨면서 선보이는 것이 고작이고 병이 들고 나이가 먹자 펜들이란 사람들의 뇌리에 잊혀지고,사랑하던 사람들도 떠나고, 이제 언제 생을 마칠지 모를 시간을 향해 몸부림치다 보니 보이지 않던 삶의 진실이 보이기 시작한 거에요.
문인들도 그래요.한때 글쓴 것이 베스트 셀러가 됐다고 자신이 천재나 된줄 알고 특이한 복장을 입고 수염도 기르고 거들먹거려보지만 시간은 그를 가만 놔두지 않지요.천재 소리 들었을 얼른 죽어버려야지 이름이 남는데 그러지 않으니까 점차 술집도 큰집에서 작은집, 그리고 다치노미집까지 내려와 혼자 독작하는 신세,그것이 바로 이름이 갖는, 한때 유명했던 삶의 흔적인것같아요.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거의 모두가 이런 것같아요.부자의 돈이 자식들에게 내려간들 얼마나 그 돈이 남을까요. 살아있을 때 겸허하게, 남들에게 가진 것있으면 없는 사람 가운데 아는 분들에게 좀 나눠주고 그러면 허망한 인기, 그 이름보다 그 사람의 뇌리에 죽을 때까지 남는게 아니겠어요.지금 이름 좀 있다고 너무 재지들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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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쿠쿠쿠ㅡ 작가님 ! 이름남기는것 그거 아무나 못해요 !잴만하지요
이름남기는것이 젤만하기는 해요...엄청난 노력의 댓가이니까요...
요즘은 인터넷 세상이라서 조금만 잘못된 행동을 해도 시비가 생기고
엄청난 댓가를 치루게 되는데....조심들은 안하네요....천하를 다 가진듯하는
자세들은 자신의 치부만 들어낼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