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술 살리기...황종국판사

[꿈꾸는오학년]

민중의술 살리기 운동 황종국변호사(국제신문 7/29)

황종국 변호사는 우리 민족 전래의 민중의술이야말로 통합의학이라는

새로운 조류에 부응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서정빈 인턴기자

대안과 모색

민중의술 살리기 운동 황종국 변호사

"자연치유 능력 향상시키는 침·뜸 …

국내 의료계는 미신 취급"해방정국 주도 지식인들 자연의 순리에 기반 둔 전통의술 몰락의 길 내몰아수 천 년에 걸쳐 이룩된 고유 의술 발전 위해 법·제도적 지원 나서야 ·······

이반 일리치는 역저

'병원이 병을 만든다'에서

거대 산업으로 성장한 병원에 대해 메스를 들이댄다.

그는 환자보다 병원과 의사를 우선하는 공급자 중심의 의료체계가 오히려 질병을 양산한다고 주장한다.

항생제와 외과수술의 발전을 내세운 의사들이 의료기술에 대한 맹신이란 '현대판 미신'을 부추기며 인간 고유의 자연치유능력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의사의 가장 큰 역할은 투약이나 수술에 앞서 건강한 음식과 올바른 생활습관 등으로 사람들의 자연치유력을 높여주는 데 있다고 역설한다.

지금 세계 각국에선 인간의 자연치유능력을 증가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침구 부항 지압 안마 정체요법 척추교정 기공 향기치료 봉독요법 등 전통의술들을 대안으로 흡수하면서 통합의료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침과 뜸은 뛰어난 치료 능력으로 의료 선진국에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가.

여전히 전통의술은 불온시 되고, 미개한 것으로 치부되며 홀대받고 있다.

법관 시절부터 전통의술의 합법화 운동,

민중의술 살리기 운동에 앞장서 외로운 길을 가고 있는 황종국 변호사를 만났다.

- 최근 의료법에 대해 위헌법률제청을 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1994년에도 현역 판사로서 의료법의 위헌성을 제기한 바 있었죠.

▶ 이 시대의 화타라 불리는 장병두 할아버지의 불법의료 행위에 대한 변론을 맡으면서 대법원에 위헌법률제청 신청을 했습니다.

올해 100살이 넘은 장 할아버지는 그동안 병원에서 포기한 숱한 불치병 환자를 고쳤습니다.

이분의 도움으로 새 삶을 찾은 이들은 대학교수, 성직자, 공무원과 주부에 이르기까지 수천 명에 이릅니다.

장 할아버지는 단지 정규적인 의사교육을 받지 않았고 자격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단죄의 대상이 된 겁니다.

우리의 의료법은 의사와 한의사만이 진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의료법의 부당함에 맞서 창원지방법원에도 쑥뜸명의 사건에서 같은 신청을 해놓고 있고, 부산지방법원에선 '뜸사랑'사건에서 위헌제청 신청이 받아들여져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이 된 상태입니다.

- 현행 의료법이 헌법을 위반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말씀인데요.

▶ 헌법의 기본정신은 국민 개개인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국가통치구조와 권력도 국민의 인간적 존엄성을 높이기 위해 존재합니다.

인간의 존엄은 생명을 전제로 하고, 따라서 생명권은 모든 가치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개인의 건강권, 의료선택권이 의료법에 의해 제한 받고 있는 겁니다.

하위인 의료법이 헌법이 보장한 생명권, 행복추구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있지요.

-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가 그렇다는 것입니까.

▶ 병원이 더 이상 환자를 치료할 능력이 없을 때

환자는 죽음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법이 의사를 제외한 능력 있는 이로부터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막고 있다는 것입니다.

환자는 수많은 치료방법 중에 스스로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생명의 절대성 유일성에 비추어 천부적인 기본권입니다.

병원에서 포기한 많은 불치환자들이 장병두 할아버지를 찾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국가가 막다른 곳으로 내몰린 이들의 치료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국가는 합리적인 답변을 내놔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 기존의 의료시스템 말고도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이들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 그렇습니다.

오랜 세월을 통해 검증되어 온 우리 민족의 전통의술이 있습니다.

저는 민중의 주체적 각성, 제도권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담아 민중의술이라 부르고 있는데요, 한방이나 양방 못지않은 훌륭한 치료법이라고 확신합니다.

어지간한 병은 음식요법과 침과 뜸, 부항만으로도 낫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것들을 한의사밖에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는 겁니다.

침구교육을 받은 많은 이들이 있지만 아예 제도적으로 진료를 할 수 없게 막아 놨습니다.

 - 지금도 구당 김남수 선생 같은 침구사가 진료활동을 하지 않습니까.

▶ 우리나라 침구사제도는 1962년 군사정권에 의해 의료법이 제정되면서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쿠데타 주역들이 침구사 등 민중의술을 제도적으로 봉쇄한 겁니다.

구당 선생처럼 일제 때 자격을 받은 이들은 예외적으로 진료를 허용한 것이지요.

- 우리 민중의술이 몰락한 역사적 배경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 서양지상주의랄까요.

해방 정국을 주도한 식자께나 있는 지식인들이 서구화를 근대화로 착각한 겁니다.

우리 전래의 것은 미개하고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이승만 정권 때부터 침구 등 민족의술 미신으로 몰아붙여 제도가 번연히 있음에도 자격시험을 실시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5.16쿠데타 직후 의사들의 로비를 통해 국민의료법이 의료법으로 바뀌면서 민족의술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침사 뜸사 접골사 안마사 등 제도가 송두리째 없어진 것이지요.

- 한의과대학이 생기면서 현대적 한의학 교육체계를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제가 보기엔 한의대는 우리 전통의술과 거리가 멀어요.

교육과정이나 진단방법 등을 보면 오히려 서양의술을 모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구당 선생은 '반쪽 한의대'라고 했습니다.

한의대는 민족의 전통의학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어야 하는데 역사적 배경을 보면 그렇지 못합니다.

양의학계가 전통의술을 말살하는 과정에서 나온 타협안이 한의대입니다.

국가가 민족의학을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면,

국․공립대에 한의대를 만들었겠지요. 전국에 11개 한의대가 있는데,

모두 사립학교뿐입니다.

 - 제도권으로 편입된 한의학 교육이 오히려 민중의술의 발전을 막아 버렸단 말씀이군요.

▶ 한의대가 출범하면서 전통의술의 시술권을 한의사가 독점하게 됩니다.

독점적 시술권을 가진 한의사들은 숱한 한방요법 중에서도 탕제약 제조를 유독 선호합니다. 전통의술 중 으뜸이고, 가장 저변이 넓은 침구는 아예 서자 취급당한 것이지요.

침을 못 놓는 사람이 한의사가 된다는 사실 자체가 희극 아닙니까.

예로부터 1침2구3약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효용성의 순서이자 시술의 순서이기도 하지요. 보통 침만으로도 대부분의 병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침으로 안 되면 뜸, 뜸으로 안 되면 약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의원을 찾으면 대부분이 탕제부터 들이댑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봅니까.

- 결국 의료계 스스로 귀중한 전통의술을 방치하는 결과를 빚었군요.

 ▶ 양의사들은 서구 의료제국주의의 지배전략에 자기도 모르게 세뇌되어 우리 민족의학을 압살하는 데 앞장섰고,

한의사들은 시술 독점권이라는 달콤한 미끼에 젖어 부당한 제도에 저항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들이 합작해서 우리 민족의학을 내팽개쳤습니다.

- 전통의술과 서양의술, 즉 제도권 의술과의 차이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나요.

▶ 우리 전통의술은 치료대상 즉, 사람을 생명으로 봅니다.

몸과 마음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지요.

반면 서양의술은 몸을 물질로 봅니다.

또 몸과 마음이 별개라는 이원론적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인체는 물질이 아니고, 몸과 마음은 별개가 아니라는 게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 전통의술은 결코 미개한 의술이 아닙니다.

지난 수천 년간 누구나 쉽게 배우고 시술할 수 있게 개방되어 왔습니다.

자연의 순리에 기반을 둔 탁월한 자연의학으로 동양의술의 근간입니다.

 - 민중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1982년입니다.

평소 코가 안 좋아서 두 차례나 수술을 받았지만 차도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단식요법을 하는 분을 알게 되었죠. 그분을 통해 완치가 되었습니다. 단식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온몸을 못 쓰는 중풍 든 할머니가 단식 30일 만에 완치되는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정작 한의대에서는 1990년대 들어서야 단식을 치료법으로 받아들여 임상실험을 하더라고요.

- 우리 전통 의술은 배우기 쉽고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게 장점이잖아요.

 ▶ 예전엔 마을마다 침 놓는 분들이 한 분씩은 꼭 계셨어요.

어지간한 병 다 치료했습니다.

부작용도 거의 없었고요.

그런 천혜의 치료법이 서양의술에 밀려난 것입니다.

오랜 경험에 의해 입증된 최고의 의술인 침구 등 전통의술이 홀대받은 것이지요.

- 소위 의료 선진국이라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어떻습니까.

▶ 민주주의의 종주국이라는 영국에는 치료자격에 아무런 규제가 없어요.

단지 의사라는 칭호만 안 쓰면 됩니다.

서구에서는 오히려 대체요법이라고 해서 아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연구하고 있지요.

중국의 경우는 양의사 중의사 침구사 등 정규교육의 틀에 완전히 매이지 않고,

병을 잘 고친다고 인정되면 국가에서 누구에게나 면허를 줍니다.

가령 집안의 비전으로 치료를 잘하는 경우 주민이나 치료받은 환자들이 입증하면 면허를 줍니다.

얼마나 합리적입니까.

저는 병을 잘 고치면, 그 사람이 바로 의사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의 경우 전통의술 20여 가지가 간편한 교육제도를 통해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모조리 6년제 한의대를 나와야 합니다.

부항 하나만 해도 어느 정도 병은 다 고치는데,

그 부항 배우려고 6년제 한의대를 다녀야 합니까?

- 서양에서는 대체요법을 오히려 권장한다고 들었습니다.

 ▶ 영국, 독일, 러시아 등의 나라에서는 의사가 대체요법을 권장합니다.

또 환자가 원하면 병원에서 대체요법 치료사를 알선해 주기까지 합니다.

세계의 조류는 대체의학을 넘어 통합의학으로 가고 있습니다.

서구에서는 서양의학의 한계를 절감하고 우리의 침구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전통의술을 받아들여 새로운 의료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미 임상 처방의 60% 이상이 대체요법이라는 자연요법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이제는 '대체의학'이란 용어 대신에 '통합의학'이란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가 돼 오히려 전통의술을 업신여깁니다.

- 의료주권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미미합니다.

의료소비자로서 자각이 무엇보다 절실하겠죠.

▶ 식민지 의료제도를 통해 서양의술이 도입된 지 100여 년이 지났지만, 우리의 의료체계는 여전히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환자 위에 군림하는 의료인들의 사고방식 또한 그 당시와 별 차이가 없고요. 의료 소비자들까지 서양의학을 맹신하는 노예근성에 젖어 있어요. 생명에 대한 자각이 필요합니다.

내 몸, 나의 생명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자기 몸에 대해 주체적으로 자각을 할 때 의료제도의 개혁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의료소비자운동, 의료주권운동이지요.

- 제도적 장치를 바꾸는 것도 시급하지 않습니까.

장병두 할아버지나 구당 김남수 선생 등 뛰어난 치료 능력을 가지신 분들이 이미 100살, 90살을 넘어섰지 않습니까.

▶ 빠른 시일 안에 제도적인 변화가 오지 않으면 전통의술의 맥이 끊어질 것이 자명합니다.

서양은 동양의학 등을 흡수해 통합의학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는 무엇입니까.

침구를 하기 위해서 중국이나 일본, 호주 등으로 가서 침구사 자격을 따서 옵니다.

침구가 우리 고유의 의술 아닙니까.

그런데 그것을 남의 나라에 가서 자격증을 받아오고,

한의사들이 해외연수를 나가 배우는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습니까.

스스로 제 무덤을 판 결과라고 봅니다.

 - 통합의학이라는 세계적 조류에 비춰볼 때,

우리 전통의술은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 수천 년에 걸쳐 이룩된 탁월한 전통의술이 새로운 시대를 맞아

본연의 위상을 되찾아 만개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의학의 질을 높이는 길이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입니다.

이제

국내법으로 제도적인 장치를 해줘야 합니다.

구당 선생의 경우

지난 1980년대 화상을 흉터 없이 아물게 하는 화상침술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습니다.

얼마나 큰 자산입니까.

이것을 왜 계승하고 발전시키지 못합니까.

일본에는 3년제 침구대학이 수십 개가 있고,

고려의학이란 이름으로 통합의료체계를 추구하는 북한도 침구를 중시하고 있습니다.

- 전통의술의 실용성 또한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우리 전통의술은 참으로 실용적입니다.

서양의술은 진단이나 수술을 위해 엄청난 장비를 갖춰야 하고 인력도 많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그런 구조가 과잉진료를 부르는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민중의술을 보세요.

침통 하나, 뜸통 하나, 부항기 하나면 충분하질 않습니까.

거기에 무슨 시설이 필요하고 보조인력이 필요합니까.

산이든 바다든 비행기 안이든,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의술입니다.

현재 다양한 분야의 민족의술을 시술할 수 있는 이들이 수십만 명에 달합니다.

이들을 양성화하고 교육을 통해 확대 보급할 때

국민의 건강권,

의료선택권이 엄청나게 확장될 수 있지요.

그리고 여기서 절약된 의료비로 의료수가의 현실화도 가능하고요.

양방이나 한방이나 전통의술의 양성화를 방해할 일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대결해 보는 것도 우리 의료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 앞으로 의료시장 개방도 피할 수 없는 일 아닙니까.

▶ 고유의 전통의술을 묶어놓은 상태에서

외국 의료가 마구잡이로 들어온다고 생각해 보세요.

까딱 잘못하다간 외국의 의료식민지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전통의술을 제대로 살려내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침구사 과정을 7년에 걸쳐 배웁니다.

그런데 우리는 2년이면 충분합니다.

이게 바로 경쟁력 아닙니까.

우리의 유전자 속에 숨 쉬고 있는 민중의술의 잠재력 말입니다.

하루 빨리 제도가 개혁되어야 합니다.

특정 이해집단을 위해 국민의 건강권이 볼모잡히는 일은 더 이상 안 됩니다.

- 우리 시대의 화두가 생명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 국가가 추구하는 목표는 경제가 아니라 생명이어야 합니다.

경제만 잘되면 행복한 삶을 살수 있다는 허황된 꿈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모든 것이 돈으로 귀결되는 이 사회의 천박함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황폐화시킵니다.

공동체적 가치도 붕괴시킵니다.

이제 생명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자신과 타인, 그리고 뭇 생명붙이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음식을 제대로 먹고

마음을 제대로 쓰면서 바른 삶의 자세로 자연치유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천박한 가치관으로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행복하게 할 수 없습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장병윤 수석논설위원 byjang@kookje.co.kr  입력: 2008.07.28 20:25

[금빛바다]

좋은 게시물 스크랩 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