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씨' 그 이름도 거룩한 연세의느대 의느학과를 유급없이 졸업하시고 바로 신촌에서 거룩한 내과전문의 자격증을 취득
하시고 3년 군의관 소집 해제후 3년 소화기내과 펠로우쉽을 밟으시고 어찌 연줄이 닿는지 결정사를 통해서인지 꽤 자산
가 집안 딸래미 연과 혼테크를 잘하셔서 '어린나이'에 수중 3억 가량의 여유자금이 생기게 된다.
아무리 세브란스 소화기 펠로우의느님이라시라지만 소화기내과 전공으로 스탭 입성은 너무나 힘든 경쟁...1년 내내 정교
수 논문 대필해 주느라 질려버린 이모씨는 혼테크로 마련한 3억의 여유자금에 용기가 생겼는지 개업을 결심하게 된
다.
소아과, 피부미용, 관절, 물리치료, 통증... 이런것들에는 완전 무뇌한 이었지만 소화기 위주 종합 검진센터 특화로 개원
하면 세브란스 타이틀로 기본적으론 먹고 들어갈 수 있으리란 자신감도 충만 했을 터였다. 물론 거룩한 세브란스 3년차
펠로우쉽 타이틀로 쪽팔려서 '조대 출신 따위' 로컬맨 따위 밑에서 상종한다는건 이승에선 꿈도 꿀 수 없는 일이고 펠로
우 경력도 없는 잡스런 의국선배 밑이나 잡스런 FM출신 밑에서 페닥이나 할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자신과 마누라의 '클래스'를 의식해서 충청이남으로 내려가는건 꿈에도 꿀수 없는 일이고 다같은 수도권도 아니라 인천,
의정부, 군포, 성남 수정구, 광명, 김포 등등 이런 개 잡스런 동네에서 개업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던 것이었다. 메겟에서
열심히 발품팔던중 고양시 화정구 행신지구에 대규모 택지개발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1만 세대 정도를 끼고 있는 사
거리에 으리으리한 메디컬타운이 들어설 예정이었는데 직감적으로 이곳이 내가 들어갈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신혼집도
광화문 앞이라 1000번 버스 타면 금방이다.
자신의 '클래스'를 의식해서 인지 중고 내시경 따위 들여놀 생각은 애초에도 없었다. 인테리어든 장비든 뭐든지 최신형으
로 번쩍번쩍 병원 곳곳에 세브란스의 권위와 품위를 느낄 수 있도록 파란 방패마크를 덕지덕지 붙여 놓았다.
개업 3개월 차... 이상하게도 환자가 없다. 주변 택지개발 지구 입주율은 80%를 육박한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환자가 없
다. 감기환자나 하루 20명 볼까 말까 한다. 내시경 많아야 하루에 3건 할까 말까 한다.
결국 한달 300남짓(?)한 순익을 참을 수 없었던(?) 이모 원장은 1년만에 다 접고 봉직시장으로 밀려 들어갔다.
1년 순수익=3500만원
1년 순손실=-2억원
이 케이스가 주는 교훈은
첫째, 이모 원장은 사업장 레지던스 인구분포와 연령분포 등 기본적인 수요예측부터 하질 않았다. 위 서정마을 택지지구
는 대부분 중소형 평형대로 이루여져 젊은 신혼부부나 초중등 학생을 둔 가정이 절대 다수였다. 노인성 만성질환자는 눈
씻고 찾아볼 수도 없고 대규모 사업장도 없는 순수 택지지구여서 직장건강검진 수요도 끌어들일리 만무했다.
둘째, 이모 원장은 자신의 학벌과 경력을 너무 과대 평가 했다. 새로 들어선 서정마을 택지지구에서 한블럭만 떨어지면 2
만세대에 육박하는 20년 넘은 허름한 다세대 주택 단지가 있다. 이곳은 중장년, 노인 인구가 절대다수 인데 인근 '20년 면
식'의 개업 25년차의 '슈퍼GP'가 심평원으로 부터 줄기차게 삭감 당하는 와중에도 하루 150명가까운 내원환자를 빵공장
빵 처리하듯 처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셋째, 혼테크로 얻은 개업자금은 금세 눈먼 돈 된다. 자신이 피땀흘려 번 돈이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지 못하고 모든것
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전망하는 우를 범해 과욕을 부리게 된다.
위 케이스는 내과전문의에 한정된 예기가 아니라 30대 치과의사, 한의사들에겐 훨씬 익숙하고 다반사 하는 케이스이다.
그나마 치과의사, 특히 한의사는 개업실패로 인한 손실을 매꿀 봉직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아 진퇴양난에 빠지는 경우
가 많은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말은 너희들이 그렇게도 목매는 학벌, 전공, 경력에 따른 개업시장에서의 어드밴티지는 사실상 거의 없다
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있다고 해도 미미한 수준이다.
개업은 장사다. 장사를 하려면 장사를 배워야지. 폼만 잡아선 될일도 안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