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10222227085&code=940401
[문과의 눈물]영문과 2학년 ‘취업’ 고민에… “편입하거나 재수하는 게 어때”
(2) 갈 곳 없는 인문계열 졸업생
서울 소재 중위권 대학 영어영문학과에 다니는 장모씨(20)는 최근 이공계열 복수전공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취업난
이 가중되면서 학점에 스펙 채우기에도 빠듯하지만 졸업 후에도 학교를 떠나지 못하는 선배들을 보면 남 일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취업 얘기를 꺼내면 아예 편입이나 재수를 하라는 얘기도 종종 듣는다”면서 “이제 2학년인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려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채용
현장에서 대학 인문계열 출신이 홀대받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인문학 전공자는 매년 쏟아져 나오는데 괜찮은 책상머리
일자리는 늘 부족했다. 그래도 눈높이를 낮추면 취업할 만한 곳도 있었고, 해볼 만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인문학 전공자들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탄식은 “어떻게 해도 안된다”는 비명에 가깝다. 최근 들어 주요 대기업들은 인문계열 전공자들의 채용 문을 더욱
좁혀놓았다. 그나마 인문계열 출신들에게 발 뻗을 공간을 만들어주던 금융권이 유례없는 인력 구조조정에 몸살을 앓은 영향이 컸다.
여기에 채용 여력이 있는 업종에는 응시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경쟁률이 치솟아 취업문은 ‘바늘구멍’처럼 좁아졌다.
▲ 기업들, 이공계 선호, 인문계 채용 업종은 불황… ‘문·사·철’ 전공자, 취업 미로에 갇히다
대기업 공채 문·이과 비율 2 대 8… 문과생 “어떻게 해도 안돼” 비명
올 들어
대기업의 인문계와 이공계 출신 채용 비중은 2 대 8 수준까지 벌어졌다. 삼성그룹은 올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에서 6개 계열사가
인문계 출신을 선발하지 않는다.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포스코ICT 등도 지난해엔 인문계열 출신을 일부 모집했지만 올해에는
아예 뽑지 않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올 초부터 인문계열 전공자 채용을 상시채용으로 돌려 그룹 공채에서는 뽑지 않고 있다.
대
학 문을 나서면 갈 곳이 없는 인문계열 출신들의 절박한 현실은 각종 통계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교육부가 내놓은 지난해 4년제
대학의 전공별 졸업자 취업률 자료를 보면 취업률 상위 20개 전공 가운데 18개를 이공계열이 차지했다.
취업률 상위
20위 이내에 이름을 올린 인문계열은 2개 학과뿐이고, ‘문·사·철(文·史·哲)’ 전공은 50%를 밑도는 취업률로 50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반면 이공계열은 의학·치의학·한의학을 제외하고도 ‘공학’이라는 이름을 단 학과만 무려 14개에 이른다.
전
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내놓은 ‘기업 채용 의향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매출액 기준 300대 대기업(응답 206개) 가운데 올해
채용에서 ‘문과를 더 많이 뽑을 계획’이라고 답변한 대기업은 14.6%에 그쳤다. 이공계 출신을 더 뽑겠다는 응답(56.8%)의
4분의 1 수준이다. 제조·건설·철강·화학 등 주요 업종별로 따져봐도 인문계열 출신을 더 뽑을 계획이라는 응답은 유통업이
유일했다.
그동안 인문계열 출신들의 채용을 떠받쳤던 업종의 침체도 취업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인문계열
가운데 취업 시장에서 그나마 ‘잘나갔던’ 상경계열은 최근 업종의 부침에 따라 흔들리고 있다. 실적 악화 여파로 감원 광풍이 몰아친
금융권은 최근 1년 새 일자리가 5만개나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몰아친 2009년 이후 가장 큰 감원폭으로, 신규
인력을 뽑기보다는 명예퇴직 또는 희망퇴직이란 명분으로 직원들을 내보내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은행권 채용 상황은 그나마
괜찮아지고 있다지만, 올해 1월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보안 이슈가 강화되면서 이공계 출신을 우대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해 하반기 채용 공고에서 ‘우대 사항’에 ‘이공계 전공자’를 명시했고, 우리은행도 ‘정보기술 관련
전공자와 프로그래밍 언어 능통자’를 우대하기로 했다. 제조·건설·철강·화학 등 주요 업종 가운데 서비스 업종인 유통업계가 그나마
인문계열 출신의 취업 숨통을 틔워주고는 있지만 몰려드는 응시생으로 경쟁률이 치솟는 추세다.
‘문·
사·철’ 계열 출신이 전공을 살려 취업했던 신문·방송사, 출판사, 학술단체, 도서관 사서 등의 일자리도 턱없이 부족하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국내 도서출판산업의 시장 규모는 2011년 2조8505억원, 2012년 2조4134억원, 지난해
2조5397억원으로 정체 상태다. 4년제 대학 도서관 정규직 사서는 2009년 12.1명에서 2012년 11명으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에는 10.9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비정규직 사서는 2009년 4.3명에서 지난해 5.6명으로 늘었다. 전체 대학의 도서관
정규직 직원은 평균 7명이다. 작가 지망생인 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3학년 이미향씨(22)는 “책은 워낙 팔리지 않고 방송
드라마·시나리오 막내 작가는 처우가 열악하다”며 “글을 쓰기 위해 교직 등 다른 안정적인 직장을 따로 구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민간기업 취업이 갈수록 어려지면서 인문계열 출신들이 각종 고시에 매달리는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생)이 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청년층(15~29세)
취업준비생은 96만명으로 이 중 31만9000명(33%)이 공무원시험 준비생이다. 학원가에서는 공무원 채용에서 행정직 비중이 높은
만큼 수험생 상당수가 인문계열 졸업생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중소기업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지방공무원 7급
행정직 시험을 준비 중인 이모씨(29·신문방송학 전공)는 “공시족이 안정된 직장을 좇는 집단으로 매도될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며
“실제로 공시족을 받아줄 만큼의 일자리가 우리 사회에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생 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