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차와 발우 공양은 여러가지가 닮아 있습니다. 차를 마실 때 훌쩍거리는 소리를 내지말고 고요한 분위기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런 모습은 발우 공양 때도 그러하지요. 여러 대중이 한곳에서 한꺼번에 공양을 하더라도 고요한 상태를 흐트러뜨리는 일은 결코 없거든요.
차를 마신 뒤 차완 바닥에 약간 남아있는 차 찌꺼기까지 말끔히 마셔버리기 위해 물을 붓고 잘 휘저어서 마십니다. 발우 공양 때도 그러합니다. 발우 안에 담았던 밥, 국, 반찬을 다 먹은 뒤에도 발우 바닥에는 국물과 반찬 찌꺼기나 작은 밥알이 남아있게 마련입니다.
먼저 반찬 담았던 작은 발우에다 물을 약간 부어 찌꺼기를 씻어 국그릇에 붓고, 국발우 씻은 물을 밥발우에 부어서 찌꺼기를 먹습니다. 그런 뒤 발우를 씻지요. 발우를 씻은 물 속에 밥알이나 음식 찌꺼기가 보이면 물을 따라붓고나서 찌꺼기를 마저 마십니다.
음식을 장만해준 사람의 노고에 대한 감사, 제 몸 헌신하여 인간의 양식이 되어준 다른 목숨들에 대한 은혜를 잊지 않으려는 지극한 생명사상의 실천인 것이지요. 또한 음식 찌꺼기를 함부로 버리면 맑은 물을 더럽히고 죽일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재앙을 방지하자는 지혜이기도 한 것입니다.
차를 다 마시고 나서 빈 차완을 씻어 차수건으로 깨끗이 닦은 다음 차수건을 정해진 순서대로 접어 제자리에 두고 차살림을 접게 되지요.
발우 공양이 끝나면 앉은 자리에서 손수 설거지를 하고 발우수건으로 발우를 말끔하게 닦지요. 발우수건은 정해져 있는 규칙에 따라 잘 접어서 발우 위에 얹고 보자기로 싸서 묶습니다.
차수건과 발우수건으로 차완과 발우를 닦은 뒤 접는 순서까지 똑같습니다. 농차는 차완을 닦아서 차수건으로 싸서 오동나무 상자 안에 넣고 뚜껑을 덮어 끈으로 묶는 것으로 끝납니다.
이때 끈을 매듭짓는 방법과 발우를 싸서 묶은 발우수건의 매듭 방법도 똑같습니다.
차완이 든 상자를 묶는 끈을 매듭 짓는 방법은 ‘一’자 형과 ‘人’자 형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발우수건 매듭 짓는 방법도 그러합니다.
이 규칙은 수천년 동안 한 번도 변하지 않고 있는데, ‘한 일(一)’자는 마음을 제자리에 놓음, 반듯함, 가지런함, 본 바탕에다 마음을 둔다는 등의 의미를 지닌 상징적 표시라고 합니다.
왼쪽 오른쪽의 길이가 똑같도록 매듭짓는 이유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된다는 ‘중정(中正)’을 뜻하기 때문에 이 원리가 차완을 보관하는 상자의 끈을 묶는 형식으로도 응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조선 말 우리나라 차살림의 중흥조이신 초의스님의 차살림 근본이 중정철학이었듯이 그분 역시 발우 공양의 오랜 철학을 차살림에 응용하셨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사람 인(人)’자 형태로 매듭짓는 법은 우리나라의 고유한 장례의식 절차 중에서 죽은 사람의 몸을 씻긴 뒤에 옷을 입히고 염포로 묶는 염(殮)의 원리와 같습니다. 윗부분으로 낸 둥근 모양은 머리를 뜻하고, 매듭이 잘록한 것은 허리를, 염의 두 끈이 양쪽으로 벌려진 것은 두 다리를 의미하여 사람(人) 형상이지요. 머리가 위로 향하는 것은 영혼의 승천을 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