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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금당산 가로등 추가설치 논란 |
올 상반기 40개…시민단체 "예산낭비ㆍ생태계 파괴" "높이 낮추고 간격 더 넓혀야" 지적도 |
입력시간 : 2009. 01.29. 00:00 |
광주 서구 풍암동 신암마을 앞 금당산 산책로에 설치된 가로등.
이곳에 추가로 가로등을 설치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동환 기자 dhchoi@jnilbo.com
광주 서ㆍ남구에 걸쳐있는 금당산의 등산로에 남구청이 또다시 가로등을 설치할 예정이어서 예산낭비와 생태계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금당산에는 현재 43개의 가로등이 있다. 남구가 2002년 2250만원의 예산을 들여 31개를, 서구가 지난해 9월 1800만원을 들여 12개를 설치했다.
일부 주민들은 소수 야간 등산객을 위한 가로등 설치는 생태계 훼손은 물론, 수 천만원의 설치비와 전기요금을 지출해 예산 낭비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남구가 또다시 8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올 상반기 750m구간 20개소에 40개의 가로등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주민 편익 對 환경 보호= 남구는 야간 등산객의 편익을 위해 가로등을 설치했으며 기존에 설치한 가로등이 아닌 LED 조명을 설치해 생태계 교란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초기에는 밤새 가로등을 켰으나 예산 낭비라는 일부 주민들의 지적에 따라 오후 5시30분부터 오후 9시, 다음날 오전 4시부터 오전7시까지 불을 밝히고 있다
반면에 광주 시민센터 우승관 서부지부장은 야간 산은 가로등이 필요할 정도로 암흑이 아니라고 말했다. 도심에서 쏟아지는 불빛이 하늘을 통해 산으로 반사되기 때문이다. 또한 야간 등산객들의 경우 랜턴 등 조명 장비를 챙겨 야간 산행에 대비, 가로등 설치를 통해 얻는 시민 편익이 크지 않다는 게 시민센터의 입장이다.
더구나 가로등이 바위가 많거나 위험한 경사로 부근 위주로 설치된 게 아니라 벤치 등이 있는 평지 쪽에 설치돼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우 지부장은 "금당산 가로등 불빛으로 인해 동ㆍ식물들이 야간에 휴식을 취하지 못하면서 부엉이가 사라지는 등 자연이 훼손되고 있다"며 "LED조명은 저용량의 전기로도 밝은 빛을 낼 수 있다는 고효율이 장점인 전구일 뿐 조도가 낮은 전구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대안 모색해야=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해 가로등을 설치할 때 조금만 신경쓴다면 자연 훼손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생명의 숲 김경일 국장은 "현재 금당산에 설치된 가로등 높이는 5~6m 정도로 불빛이 비추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며 "가로등 설치 높이를 2m 내외로 하고 가로등에 커버를 씌우면 불빛이 등산로만 비춰 자연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설치를 지양하고 설치 범위가 중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 지부장은 "길이 험난한 부근만을 선별해 설치해야 한다"며 "또 가로등 간 빛이 비추는 범위가 중복되고 있는데 예산 절감 차원에서라도 설치 간격을 넓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정모(43)씨는 "경기침체로 지자체 예산이 삭감돼 힘들다고 아우성치면서 비용 대비 효과가 낮은 곳에 수 천만원의 예산 들일 필요가 있느냐"며 "환경은 한번 훼손되면 돌이키기가 힘든 만큼 정책을 시행하는데 좀 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남구 관계자는 "에너지 절감이나 생태계 보호 차원에서 보면 타당한 지적일 수 있으나 등산객들의 안전도 무시할 수 없다"며 "한쪽의 입장만을 고려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주현 기자 kimjh@jnilbo.com
도심 한복판 위치…지역민 '최고 산책로'
금당산=광주 서구 풍암동과 남구 주월동ㆍ진월동ㆍ송하동에 걸쳐 있는 금당산은 도심 한복판에 위치, 뛰어난 접근성 덕분에 광주 서ㆍ남구 지역민들에게 최고의 산책로이자 등산로로 꼽히고 있다.
특히 경사가 심하지 않고 장거리 코스부터 단거리 코스까지 다양한 산책로 덕분에 편하게 등산할 수 있어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해발 304m인 금당산 등산로는 서ㆍ남구 8개 16.96km다. 대표적 코스로는 1시간30여분이 걸리는 서구 풍암동 원광대 한방병원~옥녀봉~산 정상으로 오르는 정상코스와 남구 진월동 태현사~정상까지 1.2km 코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