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24일
골수섬유화증으로 7년째 투병중인 동생이
폐렴으로 2차 감염된데다가 설상가상으로 신종플루까지 와서
다시 입원한지 한달 반....
담당의사로부터 가족들과 친척들 모두 면회를 하라는 언질은 받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4-5일 외부 출장을 가는 담당의사는
동생의 호흡이 하루 내지 이틀 밖에 안될거라 말했습니다.
동생은 극도의 공포속에 사지는 심하게 떨고 있었고
숨쉬는 소리가 마치 사자울음소리 같이 그르렁 그리고 있었습니다.
링겔을 꽂은 선을 뽑으려하고 산소 마스크를 벗으려하는등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상황...
환각, 환몽, 환청...그리고 본능이었지
본인의 정상적인 의식에서 나오는 말과 행동이 아님을 좀 지난 뒤에야 알아차렸습니다.
그간 간호를 담당한 어머니는 이미 마음을 내려 놓은 상태였습니다.
"원하시는게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라는 의사의 말에
상황이 아무리 나빠도 치료는 끝까지 하자고만 말했습니다.
그간 바쁘다는 핑게로 무관심했던 나자신이 바보스러웠습니다.
9회말 구원투수처럼 ...마지막 간호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내가 동생앞에 섰습니다.
48시간...
제일처음 동생이 그토록 집착한 선들
산소호흡기선, 심장박동체크선, 항생제를 비롯한 4개의 링겔주사선
그기다가 복잡한 수혈선까지 ...정신없이 달려있는 복잡한 선들이
꼬이거나 뒤엉켜 있다는게 동생의 불만인듯 했습니다.
그것들을 말끔히 정돈하여 동생으로부터 오케이 싸이을 받았습니다.
그 선들이 정리되자 동생은 다소 안정을 취하고
일어났다 누웠다를 반복하던 행위가 좀 누그려졌고
창문을 보며 뭔가 나타난듯 저기 뭐가 온다며 놀라거나 소리치는 반복적인 공포감...
창문 블라인드를 완전히 내려 창에 뭔가가 비치는게 없도록 하였더니
조금은 안정을 찾은 모습이었습니다.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끝없이 헛소리를 하고
5분이상 안정을 취하지 못하고 일어날려고 몸부림칠 때마다
형이 다 잘해 놨으니 쉬어라...형이 이렇게 서서 잘 보고 있으니 걱정말라며
눕히고 또 눕혔습니다.
피가 잘 들어가고 있는지...
항생제는 다 들어가서 잠궈야되지는 않는지...
심장박동체크의 숫자는 어떻게 변하는지....
호흡기 선은 꼬여있지는 않은지...
호흡액은 다떨어져 가지는 않는지....
체온이 올라갈 기미와 선풍기는 잘 돌아가게 준비되었는지...
그 모든 것들을 형이 다 잘 체크하고 있으니
걱정말고 쉬어라고만 말했습니다.
나오는 알약도 먹어야 하고, 그 약을 먹기위해 밥을 또 먹어야 된다며
침도 잘 못 삼키는 환자에게 주었던 부담을 덜기위해
주치의를 만나 알약과 식사를 중단시키고
영양제 주사를 비롯 모든것은 주사로만 투여되게 조치하여
환자를 침상에서 일어나게 하는 일이 없도록 조치시키며
형이 있으니 이제 걱정말고 한숨 자라고 했더니
몇시간 거친 호흡속에서도 안정을 취했습니다.
시간마다 체크하던 학생간호사의 맥박, 체온, 혈압 체크도 아침에 오는 액스레이 촬영도 중지시키고
피와 항생제를 쏟아부으며 하루 반을 보냈더니
기운을 좀 차린듯하고 140 이상이었던 심장박동도 130대로 떨어졌습니다.
수혈 동안 체온이 오르면 수혈이 중지되기에
그간 부채 하나로 열을 식히던 방식을 개선하기위해
급하게 선풍기를 공수해서 강력한 바람으로 몸을 식혔고
혈액이 침전되어 막히는 일이 없도록 혈액을 계속 흔들어 주고
...
간간히 깨어나서 무의식적으로 보던 텔레비젼 프로그램도
낚시방송으로 고정하였습니다.
동생이 낚시를 무지 좋아했으며 푸른바다 혹은 강, 평온한 호수가 항상
화면속에 나오고, 배경음악도 좋고해서 심리적으로 안정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해서,
어머니가 보고 싶어하는 저녘 드라마도 이젠 틀어선 안된다며
어머니께 그 취지를 알렸습니다.
기운을 좀 차리고
의사가 예언한 그 시간을 넘어섰지만
더 악화 되지를 않고 정지되었습니다. 오히려
체내 산소량이나 심장박동수 혈압, 체온이 훨씬 안정되었고
마지막 승부수라는 심정으로 행했던 호흡기 확장치료제 투여를
한 모금이라도 더 마시게 20분 정도 하면 된다는 것을 30분이상 한 덕분이었을까?
피와 함께 가래를 원없이 뱉아 내었더니
그르릉되던 숨소리도 아주 작아졌습니다.
48시간 한 숨도 자지 않고 붙어있다가
당장 뭔 일은 일어나지 않을것 같은 상황에서 저도 어딘가에서 잠자고 와보니
동생이 침상에서 일어나 앉아 물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기운을 좀 차린것일까?
물 마시는 동안 호흡기를 떼면 금방 기계에선 위험하다는 알람이 울렸고
그래서 입에 대던 호흡기를 코로만으로도 되는 호흡기로 교체하였고
그 후론 호흡기를 때지 않고도
물을 마시거나 가래를 뱉거나 호흡기 치료를 할 수 있으니
시간이 갈 수록 결과가 좋아졌습니다.
창문 브라인더를 다시 올려
우울한 마음엔 밝은 조명이 좋기에 밝은 햇살이 비치게 하고
병실에서 보이는 앞산 풍경도 다시 보게 할려고 하니
창 밖에 묻은 수십년 된 먼지가 눈에 그슬렸습니다.
뿌연 창밖....그 너머의 뿌연 풍경....
손 닿는데 까지 바깥쪽 창문을 닦았더니 70% 정도는 아주 맑은 창문이 되었습니다.
그 너머로 보이는 앞산도 훨씬 맑아졌습니다.
동생 기운도 많이 차려졌습니다.
저는 다시 TV를 만졌습니다.
그간 TV 방향이 보호자가 보기 편한 각도였던것을
확 돌려 환자가 보기 편한 각도로 맞추고
여전히 낚시채널로 고정시켰습니다.
옷도 갈아 입히고 씨트, 베게는 물론이고
동생 손발도 새롭게 소독하고 몇일전에는 병원측에서 금요일마다 해주는
머리감기 써비스도 받았고, 등한시 여겨 방치되었던 몸 구석구석의
작은 상처와 염증치료도 이젠 매일 받게 되었습니다.
무차별적인 가족, 친척들의 면회를 제한하고
동생이 평소 좋아하는, 보기만 해도 마음 편해지는 사람들의 명단을 뽑아
면회를 오게 만들고, 수년째 보는 간호사들께도 부탁해
기분 좋은 말들 좀 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면역력이 거의 없는 동생이
최근 몇주간 양치는 물론 가글 한번 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입안은 세균들의 서식처였을것 같다는 느낌에
동생이 가장 높은 점수를 주는 간호사에게 부탁해 가글 꼭 하라는 말좀 해달라고 부탁해
의욕조차 잃었던 가글과 양치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고,
출장 갔던 담당교수의 회진때 좀 놀란듯하며 평하기를
더 이상 악화된것 같지는 않고 일단은 좀 지켜보자는 평을 받고,
물론 넘어야할 산은 아직도 많지만 가족은 물론이고 동생 본인조차 많은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5분대기 중이던 아버지도 다시 고향으로 내려갔습니다.
어머니는 기쁨과 함께 또 하나의 걱정에 빠져듭니다.
병원비....
제가 그 걱정에 조금이나마 도우고자 이 글을 쓰는것이지요.
동생과 어머니를 위해
헌혈증이나마 모아 전해주고 싶습니다.
첫댓글 아~~~ 무어라 할말이없네 그려. 재주 없지만 주변에라도 한번 알아보겠네
고맙네..
ㅠㅠ 아무 헌혈증 되는감요? 혈액형이 같거나.. 머...
혈액형과 무관합니다.
현수가 많이 좋아졌다니 다행이다...헌혈증 몇개 있는데 보내줄께...
상황을 모르고 골프장 건으로 전화해서 마음을 어수선하게 한 것 같아 죄송한 맘이네요^^*
힘내시기입니다....
아우사랑에 가슴이 짠 합니다.
힘 내시기를..
도움이 되지 못해 너무 죄송한 마음입니다. 다시 한번 더 노력해 보겠습니다. 힘 내세요
동생이 형을 많이 닮았네요...요즘 철이 철인지라 바쁘게 지내겠구나 했더니....맘 고생이 많겠네요..
난 헌혈을 할 수 없는 처지라 주변에 함 알아보겠습니다...
힘내세요^^*
지난번 몇장 안되는 헌혈증에 선배가 고마워하셔서 괜히 쭈삣했었는데 또 주변에 알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