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2018년 결혼기념일에 쓰는 편지
(3분의1인생)
5월5일 7시
아침 기상을 하여 전화기를 들고 마당에 나가 곧 꽃 피울 나팔꽃과 족두리 꽃과
3층으로 옮겨놓은 포도나무에 물도 흠뻑 상추와 치커리 솔도 무럭무럭 이다.
마당에 비취 파라솔을 펴고 그 아래 앉아 대통령께 전화를 걸었다.
내용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대통령님, 예쁜 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이 나쁜 도둑놈이 훔쳐가서 그때 정말 미웠지요?’
그러면 대통령님은
‘그땐 그랬지만 지금은 엄지지 엄지 아하하하’
라고 하실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통령님의 대답에 따라 짧은 통화가 이어질 것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대통령님은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
우리가 하면 받지 않으시고 대통령이 걸을 때 받지 못하면 안 받았다고 서운, 호통 등
다양한 말씀에 우리 부부가 9순이 낼 모레이신 장모님을 대통령의 전화라고 부른다.
어제 장모님께서 당신에게 이렇게 전화 하셨지.
‘5월5일이 너 결혼한 날이지?’
우리부부의 그날을 기억해주시는 장모님이 참 총기가 있다고 기뻐하는 당신의 얼굴을
보는 나도 기뻤지만 그 기쁨을 이렇게 말했지.
“우여곡절 파란 만장 반대한 결혼인데 어찌 그날을 잊었겠어? 하하하하....”
우리 결혼은 추위에 피어난 봄꽃이었지요?
그래서 그 기쁨을 황혼의 겨울까지 이어 가자고요, 우리인생 남은 3분의1을 행복의 노래를
작사 작곡하여 동영상에 담았는데 한번 들어 봐요~
어젠 둘째 아들과 며느리가 유명하다는 양갱과 둘이서 쓴 하트 편지와 일명 늙으면
머니머니 해도 젤 좋다는 선물 머니봉투를 받고......
해마다 내가 장가 든 날이니 내가 좋아야할 결혼기념일이 아니요? 근데 어찌 당신 쪽으로
쏠리는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한 몸에 반쪽씩이나 이날이 있어 함께 하니
행복 만 땅 아닙니까?
앞으로도 당신 많이많이 건강 하고 웃을 날도 많이많이 생기고 슬픔은 양념처럼 쬐끔,
한 꼬집만 솔솔 뿌리고 지나갑시다.
우리 아름다운 황혼의 아름다운 노을을 만들어 갑시다 사랑 합니다 여전히.
앉혀 놓은 밥이 다 되었다고 밥통이 분위기 깨는 결혼기념일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