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가?
과거로 돌아가서 현재 만난 인연을 다시 만나고 싶은가? 우리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어느 조사기관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서 적잖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 조사에
참여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이 살아온 과거로 굳이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찰에 나오시는
신도들에게 가끔 이런 질문을 한다. 지금의 남편과 아내를 다음 생애에도 다시 남편과 아내로 만나고 싶은가 하고 말이다. 열 명 중 한두 명
빼고는 현재의 배우자를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는 것이었다. 분명 처음에는 아름답고 소중하고 놓아 버릴 수 없다고 생각한 인연이었을 텐데
말이다.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 그 과거 속에서 함께한 사람들을 다시 만난다는 것은 아름답고
행복한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때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였는가에 따라 그것이 아름다운 그리움으로 남아 있을 수도, 반대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나쁜 기억으로도 남아 있을 것이다.
오래전에 상영되었던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라는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서 자기 부모님의 젊은 시절을 관찰자 입장이 되어서
바라보기도 하고 부모님의 인연이 어긋날까 봐 유머러스하게 두 분을 인연 짓게 하는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부모님의 젊은 시절 모습에서 현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는 과거로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현실에서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내용이었다.
우리 삶에 화려하지도 편안하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시간들은 아주 많다. 다만 그
어두웠던 시간들 또한 우리 삶에서 빼 버릴 수 없는 시간들이라는 것이다. 가끔 나도 '내 삶에 그런 시간들이 없었더라면' '그런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시간들, 그런 사람들, 그런 사건들이 없었더라면 현재가
소중한 것을 아는 지금의 나도 없지 않았을까 싶다.
과거가 궁금하다면
지금의 나를 보고 미래가 궁금하다면 또한 지금의 나를 보라는 경전 말씀을 생각해 보면서 깊어 가는 가을날 과거로의 여행에서 나를 바라본다. 그
여행 속에서 아팠던 기억도 그 기억 속에서 함께한 사람들도 그때의 내가 아닌 지금의 내가 되어 받아들여 본다.
주석
스님 1988년 속리산 법주사 수정암에서 승일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현재 범어사 말사 대운사 주지로 있다. 부산 송정의
복합문화공간 쿠무다(KUmuda) 대표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