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라! 도라! 도라! ( Tora! Tora! Tora!, 19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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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진주만 공습을 소재로
1970년대 20세기 폭스사가 제작한 미-일 합작 영화.
제2차 세계대전의 진주만 공습시 일본군이 사용한 작전 세 가지 암호 중
마지막 암호
1970년 당시 제작비로 2500만 달러가 투입된 초대작 전쟁영화로,
미국편 감독과 일본편 감독이 따로 있는데 미국편 감독은 리처드 플라이셔,
일본편은 마스다 토시오, 후카사쿠 킨지.
음악은 제리 골드스미스.
충실한 고증을 바탕으로 제작된
그 수준은 영화라기보단 차라리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トラ トラ トラ가 토라 토라 토라가 아닌 도라 도라 도라로 표기된 것은
표준 일본 외래어 표기법에서 문장의 첫 거센소리를
예사소리로 표기하도록 정했기 때문이다.
トラ는
일본어의 '호랑이'를 의미하는 단어와 발음이 같으며,
'도라 도라 도라'는 쇼토쿠 태자가 나라 현에 있는
시기산(信貴山)에서 모노노베노 모리야(物部守屋)란 호적을
토벌할 당시 절에서 전승기원을 바라는 기도를 올렸을 때
사천왕중 하나인 비사문천이 나타났다는 일화에서 유래하였다.
이 때가 호랑이해 호랑일날, 호랑이시였다고 하며
결국 비사문천의 가호를 입어 승리하였다는 전설에 착안하여 암호를 지은 것.
첫번째, 작전을 개시하라는 명령의 암호는
"니이타카 산에 올라라 1208(ニイタカヤマノボレ一二〇八)"
니이타카야마(新高山)는 당시 일본령이었던
대만의 산이름(현재의 유이산(玉山))이고,
1208는 일본시간 12월8일 0시를 기해 전투행동을 개시하라는 뜻이었다.
두번째 암호는 '도 도 도(トトト)'.
진주만 상공에 도착하여 공격대 총지휘관의 각 전투기에 대하여
'전군돌격(全軍突撃ぜんぐんとつげき)'이란 뜻의 도츠게키의 첫음을 딴 것.
마지막 모든 작전이 성공하자 사전에 약속된 암호.
우리들 기습에 성공하였음(ワレ奇襲ニ成功セリ)이란 뜻의 도라 도라 도라(トラトラトラ)
전투기도 일본기 미국기를 막론하고 당시 사용된 기종 중
비행 가능한 모든 기체들을 총동원했으며,
제로센을 비롯한 일본기들은 레플리카에 가까운
T-6이나 BT-13 연습기의 개조기체이기는
하지만 실제 해당 기종의 생산라인 기술자까지 고용해 가며
거의 실물에 가깝게 개조한 끝에 비행특성마저
실기를 따라갈 정도로 재현하는 등 집요할 정도의 고증이 이뤄졌다.
게다가 촬영 당시에는 촬영장을 방문했던 진주만 참전 용사들이
"그 때보다 더 시끄러운 것 같다"는 말까지 했을 정도로 공을 들인 수작.
비행기 조종사도 곡예비행 전문 비행사를 닥치는 대로 고용해서
일본식 공중전 기술까지 가르친 후 촬영한 덕분에
실제 일본 조종사들이나 하는 수준의 화려한 곡예비행을 펼쳐 보여
어마어마한 박력의 공중전 장면을 재현했다.
지상공격 장면도 멋지지만 P-40과 제로센의 공중전 장면에
이르면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 공중전 장면은 생존자 인터뷰에 근거해 거의 모든 시퀀스가
완벽하게 재현되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미니어처 및 세트 사용 역시
매우 수준급이었는데, 일본에서는 전함 나가토의 1:1 함 전체 세트와
항공모함 아카기의 비행갑판 세트가 제작되었으며,
미국에서도 영화 종반부의 미군측 주역 중 하나인 네바다의 풀세트가 만들어졌다.
그 밖에도 진주만 기습에 참가한
일본 함대 대부분의 미니어처이 모형 군함들은
원래 골프 카트 엔진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었는데,
바다(실은 수조)가 평온할 때는 괜찮았지만
일본 함대가 폭풍 속을 돌파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출력이 부족해서 배가 앞으로 나가지를 못했다.
그래서 유선으로 전력을 공급받는 대형 모터로 바꿔서 촬영했다가 제작되었으며,
해상에서의 함재기 발함 후 편대비행 장면 재현에는
미 해군이 당시 보관하고 있던 2차대전형 에식스급 항공모함 중
앵글드 데크 개수가 이뤄지지 않아 옛날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배 한 척이 일본 항공모함 역으로 출연했다.
아마 아카기였지? 이 배는 훗날 진주만 영화에도 사용되었다.
사실은 이 영화에 쓰인 거의 모든 세트가 진주만에서도 쓰였다.
이야기 진행과 인물들의 움직임 또한 역사에 맞춘 흔적이 보인다.
일본에서는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의
연합함대 사령관 취임식을 통해 보여주는 해군과 육군의 해묵은 앙금,
지나친 자신감으로 침략 전쟁을 결의하는 정계와 군부의 수뇌들,
야마모토 제독의 경고에 애매하게 답하는 고노에 후미마로 수상,
작전을 실행할 항공함대 사령관들과 참모들 사이의 반목 등이 그려진다.
미국에서는 해군의 앨빈 크레머 소령과
육군의 루퍼스 브레튼 대령이 협력하여
일본의 공격 개시 날짜를 추리하는 과정,
자신의 판단을 높으신 분들에게 전하려는 브레튼의 고군분투,
해군 작전부장(참모총장) 해럴드 스타크 대장의 결정적인 실수,
함대 사령관 허즈밴드 킴멜 대장과 육군 사령관 월터 쇼트 중장의 판단 착오,
레이더에 포착된 적기를 그냥 넘겨버리는 통신 사관,
뒤늦은최후 통첩에 코델 헐 국무장관이 분노하는 모습 등이
역사에 기록된 그대로 등장한다.
현장에서 떨어져 있으면서도 브레튼의 보고를
그냥 흘려버리지 않는 육군 참모총장 조지 마셜 대장의 면모나,
전쟁 중 화제가 된 윌리엄 홀시 중장의 싸움꾼 기질도 어김없이 묘사된다.
등장 인물 소수의 개인사를 통해 이야기를 끌고 가는 대신
큰 그림을 그리는 데만 철저히 집중하는 이러한 묘사는
전쟁 무기에 대한 치밀한 고증과 더불어
영화의 성격을 확실히 하는 데 기여했으며,
양국 인물들과 각종 병기를 다큐멘터리 수준으로 재현해냈으니,
밀리터리 팬들은 한번쯤 볼 만한 수작이다.
swe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