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공동선,
어느 덧 열흘여의 시간이 지나면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가 두번째 백일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동안 함께 봉사해주셨던 미카엘라 자매님이 집안의 여러 사정으로 인해 3개월 동안 호주로 장기 휴가를 떠납니다.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미카엘라 자매님 덕분에 오늘 여기까지 두물머리 미사
를 봉헌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토록 큰 아쉬움은 제가 아니면 그 누구도 어림잡을 수 없을 듯 합니다. 미카엘라 자매님 가족의 영육간의 건강과 평화를 위하여 항상 기도하겠습니다.
어제 저녁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나갔다가 후배들을 만나 조금 과하게 주님을 모셨습니다. 그 탓에 몇몇 두물머리 농민들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두물머리를 지켜주세요. 제발 나를 버리지 마세요' 저에게는 이튿날 가물한 기억 저편에 흐릿함으로 남아 있는 문자였습니다.
오늘 아침 제 휴대폰에 난리가 났습니다. 문자를 받아본 두물머리 농민들에게 많이 취해서 보낸 문자이니 신경 쓰지말라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진땀을 흘려야 했습니다. 그동안 국토청 앞 단식농성과 정동 생명평화 미사를 진행하면서 하루의 일과가 끝나면 그날 하루에 있었던 상황을 공유하고 평가하는 회의를 팔당 농민들과 함께 했었습니다.
팔당 농민들의 여러 어려움과 심적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부와 경기도의 소름끼치는 협박과 회유, 지역 공동체가 철저히 파괴되는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끝까지 자신들의 신념을 지켜나가고자 하는 팔당 농민들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남한강, 낙동강, 금 강, 영산강에서 벌어지고 있는 4대강 사업의 핵심적 내용이 대규모 준설과 보의 건설이라면 팔당에서 전개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핵심은 유기농지 철폐, 자전거 도로와 위락 공원시설의 건설입니다. 따라서 팔당 지역에서 4대강 사업을 막는 다는 것은 유기농지를 보존 하는 것
이 핵심 관건입니다. 이제 4대강 사업 중단과 팔당 유기농지 보존은 하나의 문제 입니다.
4대강 사업은 우리 사회 맘몬의 우상을 상징합니다. 그 맘몬의 우상에 대항하는 것이 생명의 성지,
두물머리 십자 나무입니다. 그래서 두물머리 십자나무를 꼭 지키고 싶습니다. 요즘들어 가끔 악몽을 꾸게됩니다. 두물머리 십자나무가 포크레인에 찍혀 나가는 무서운 꿈을 온 몸에 진땀을 흘리며 꾸게 됩니다. 그런 불안함과 두려움이 두물머리 농민들에게 취중 진담의 문자를 보내게 된 것 같습니다.
두물머리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두물머리 농민들의 희생과 헌신이 절대적 입니다.
십자가 천형으로 골고다 언덕을 지나 십자가 고통을 감수하는 두물머리 농민들의 희생과 헌신이 없으면 두물머리 십자나무를 지켜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농민들의 희생과 헌신을 강요할 자격이 그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그래서 미치도록 괴롭습니다.
가끔 내가 두물머리를 나가게 되는 상황을 예측하여 연상하게 됩니다. 첫번째는 유기농지를 보존하고 또 다른 곳의 두물머리 십자나무를 찾아 자발적 순례를 떠나는 아주 행복한 상황 입니다.
두번째는 공권력에 의해 끌려나가거나 시신으로 나가는 참혹한 상황입니다. 세번째는 너무 두렵고 무서워 생각하거나 언급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상황입니다. 저는 세번째 최악의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지만 그래도 가정해 볼 수 밖에 없는 제 자신이 비참합니다.
어느날, 언제부터인가 두물머리는 제 삶의 전부가 되었습니다. 제 신앙의 모든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두물머리 농부들이 농사를 하루 더 지으면 두물머리 미사도 하루 더 봉헌됩니다. 두물머리 미사가
하루 더 봉헌되면 두물머리 농민들의 농사도 하루 더 이어집니다.
'우리 이대로 농사짓게 해주세요' 라고 적힌 현수막을 보면서 '우리 이대로 미사 봉헌하게 해주세요' 라는 글귀를 마음 한켠 구석에 새깁니다.
두물머리 십자나무가 포크레인에 찍혀 나가는 악몽이 두물머리 농민들과 수많은 사람들의 정성어린 기도로 치유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4대강 사업 중단과 팔당 유기농지보존을 위한 189일, 여든 아홉번째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는 인천교구 김일회 신부님, 정연섭 신부님, 오상민 신부님, 김승욱 신부님, 장동훈 신부님의 집전으로 거행되었습니다.
인천교구 도화동 성당, 작전동 성당, 부평1동 성당, 모래네 성당, 광명 볍씨 학교 학생들 등 100여명의 교우분들이 백 여든 아홉번째 두물머리 미사를 봉헌해주셨습니다.
항상 고맙고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기도가 두물머리와 두물머리 농민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고 있습니다.
첫댓글 '우리 이대로 미사 봉헌하게 해 주세요'
제 블로그로 퍼갑니다. 마음이 이리도 스산해지는 이유는 악몽의 세 번째가 떠 올라서가 아니라 다만, 비님 때문이라고 우겨 봅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플로렌시오님의 과찬에 부끄럽습니다.
두물머리를 꼭 지켜주시리라 믿으니 제 마음이 편안합니다.
빨리 모기가 없어져서 국장님 다리가 예뻐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