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대학 해기사출신으로 신문을 읽고 T.V를 보기가 요즈음처럼 민망스럽고 곤혹스러울 때가 없었다.
단 한명의 생존자라도 있었으면 하고 바라던 온 국민의 통일된 희망이 사라지자 분위기가 살벌해기기 시작했다.
선원의 신분을 감추기 위하여 내복과 팬츠바람으로 탈출하는 선장의 모습이 너무 한심하고 역겹기조차 하다.
그러나 99.9%의 선원들은 지금도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국내물동량의 98%넘는 화물을 안전하게 수송하고 있다.
작년 5월,세살,네살짜리 손녀들을 데리고 온 가족이 부산에서 제주도로 페리호를 타고 즐거운 여행을 했다.
중앙동 여객 터미날을 저녁 무렵에 출항하여 편안하게 자고 나니 벌써 배는 제주항의 부두에 접안하고 있었다.
넓은 3등칸과 군데군데 그룹을 지어서 왁작지껄하게 떠들며 놀던 승객들 모두가 밤바다의 여행을 마음껏 즐겼다.
만약 내가 이번 세월호의 선상에서 그와 같은 상황을 맞았을 때 과연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하고 상상을 해본다.
옛날에 일등항해사로 원목전용선을 탄 경험과 지식을 살려서 복원력을 잃어가는 배에서 과연 살길을 찾았을까?
다행하게 진도해역의 바다는 잔잔하여 구명정을 입은 아이들을 상갑판으로 불러냈다면 많이 살 수 있었을 텐데.
단언컨데 승객을 구조하고 배와 운명을 같이 영웅적인 타이타닉선장과 이모선장의 행태중 하나가 나타났을터.
선한 지킬박사와 악한 하이드의 극단적인 양면이 항상 오고가는 나의 자화상을 볼 때 전혀 장담할 수가 없다.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 음행중에 사로잡힌 여자를 끌고와서 와서 세우고 예수에게 물었다.
" 모세는 율법에 이러한 여자를 돌로 치라 명하였거니와 선생은 어떻게 말하겠나이까? "
그들이 이렇게 말함은 고발할 조건을 얻고자 하여 예수를 시험하기 위하였다.
" 너희중에 죄없는 자가 먼저 돌로치라 " 하거는 이 말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 군중이 한사람씩 다 사라졌다.
한 사람의 생존자라도 나올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지금 검찰과 언론이나 군중들은 희생양을 찾기가 바쁘다.
작년의 어느날 D시에서 K.R직원과 해수부 직원 몇명이 노래방에 가서 회식을 했다는 것이 죽을 죄가 되고만다.
저거들끼리 작당하여 불법과 위법을 일삼는 해피아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재판은 마녀사냥과 다를 바없다.
10년안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할 대형사고를 저질른 선원들 때문에 부끄럼과 수치를 당하는 것이 억울할 뿐이다.
이번 해난사고에 가장 아쉽고 안타까운 것은 선원들에게 안전운항에 대한 사전교육과 훈련이 없었다는 것이다.
항해하는 선박이 복원력을 잃으면 전복될 수있다는 것과 과다선적이 치명적이라는 기본상식조차 없었을까?
" 월급 260만원 받는 선장이 무슨 할 일이 있겠느냐? "고 자조하고 자기비하를 시키던 선장의 말을 귀에 담자.
이번 해난사고는 기업주의 탐욕과 선원들의 무지와 직업관의 상실과 관계기관의 이기심이 가장 큰 원흉이다.
늘 그렇듯이 "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 "는 속담이 우리를 낙심하게 하지만 그나마 외양간을 고치니까 더 낫다.
http://cafe.daum.net/60.30 60년을 나누며 30년을 준비하자